모바일 부동산 대출/사진=이미지투데이
모바일 부동산 대출/사진=이미지투데이
 
#. 수도권 아파트 입주 점검 날. 아파트 주변엔 입주 잔금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을 잡기 위해 때아닌 은행 텐트촌 장관이 펼쳐졌다. 아파트를 계약한 A씨는 거래 은행의 텐트에 들러 잔액대출 금리조건을 확인하고 은행원은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렸다.

#. B씨는 주거래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했다. 은행 직원은 B씨가 신분증, 인감도장, 전입세대열람원,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 구비서류를 챙겼지만 소득을 입증할 수 있는 원천징수영수증을 빠뜨려 은행에 재방문 할 것을 요청했다.


앞으로는 이 같은 현상을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은행을 방문하지 않아도 부동산대출 상담부터 대출금 지급까지 가능한 ‘모바일 부동산대출’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올 상반기 인터넷은행 공식 출범을 앞두고 비대면 부동산 대출상품을 속속 내놓았다. 은행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저렴한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대출상품 출시로 기존 은행고객을 뺏길 수 있어 신상품 출시와 서비스 마련에 한창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전체 가계대출상품의 비대면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신한 장기모기지론'과 'TOPS주택담보대출'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신한S뱅크나 인터넷뱅킹으로 대출을 신청하고 관련 서류를 팩스로 발송한 후 전자문서로 대출약정서류를 작성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모바일전용 '위비아파트대출'과 '위비잔금대출'을 출시했고 KB국민은행은 'KB i-STAR 직장인 전세자금대출'과 'KB i-STAR 모기지론' 아파트 담보대출 신청채널을 기존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확대했다.


KEB하나은행도 '원클릭 모기지론'을 출시하고 하나원큐(1Q)뱅크 모바일 앱을 통해 부동산대출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도 내부적으로 모바일 부동산대출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금리상승기 금리인하 효과 ‘눈길’


시중은행은 비대면 부동산대출의 경우 은행의 인력운용, 등기비용을 줄여 고객에게 대출금리를 낮춰줄 수 있다고 기대한다. 

특히 금리상승기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고객의 이자부담을 줄여줄 것이란 기대가 높다. 실제 모바일 주담대 상품은 모바일 거래를 장려하기 위한 차원에서 일반 주담대보다 연 0.1~0.2%포인트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의 ‘KB i-STAR 모기지론’과 우리은행의 ‘위비아파트대출’은 영업점에서 판매하는 상품 대비 0.1%포인트의 금리를 우대한다. KEB하나은행은 하나금융그룹의 통합 앱인 하나멤버스와 원큐뱅크 전용 아파트담보대출 상품 연계 시 최대 0.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객이 주택거래를 앞두고 시간, 장소와 상관없이 부동산대출을 신청하고 대출가능금액, 대출금리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편의성도 확대됐다. 365일, 24시간 대출상담이 가능한 데다 건물등기 정보 등을 확인하기 위해 보내야 하는 서류도 팩스 전송이 어려울 경우 은행 협력사 직원이 직접 고객을 방문하기도 한다.

은행 관계자는 “성인 10명 중 4명 꼴로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등 금융거래 환경이 변하고 있어 시중은행의 모바일 부동산대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오는 3월 인터넷은행 K뱅크가 영업을 개시해 시중은행들이 올 상반기 비대면 부동산대출에 금리인하 서비스, 대출신청 혜택 등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반쪽자리 비대면, 연체율도 딜레마

금융전문가들은 시중은행의 비대면 부동산대출이 ‘완전한 비대면’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매매로 인한 소유권 이전도 비대면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아파트 주담대를 받을 경우 은행이 국토교통부의 전자약정을 활용해 비대면 거래를 진행하지만 소유권 이전과 동시에 진행되는 대출은 등기소에서 등기권리증을 떼 은행창구에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부동산 전자계약이란 부동산 거래 계약을 컴퓨터 등 전자기기로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앞으로 전자계약 시스템 내에서 소유권 이전등기가 가능해지면 비대면 담보대출 실행에 접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시중은행들은 장기적으로 주택 매매나 대환대출도 모바일에서 이용 가능하도록 상품개발을 검토 중이다. 일부 은행은 국토부의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과 연계한 주택담보대출 상품구조를 검토하고 있다.

모바일 대출의 문제점인 연체율 관리도 비대면 부동산대출의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가계 빚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담대 금리가 꾸준히 오르고 있어 섣부른 모바일 주담대 확대는 고객의 빚 부담을 늘릴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아직 모바일 부동산 대출시장은 초기단계로 고객들의 금융거래에 편의를 주고 이자부담을 낮춰주는 서비스 수준”이라며 “앞으로 부동산 대출의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려면 연체율 관리를 위해 금리가 변동 또는 고정인지 조건을 확인하고 상환방식과 만기 등을 신중히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