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광화문 분노 함성, 폭발로 끝나지 말아야… 그 속에 희망 있을 것"
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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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가 어제(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터에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김훈 작가가 "70년 유구한 전통은 갑질"이라고 말했다. 김훈 작가는 어제(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터에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작가는 "광화문 집회는 연말에 참가자라기 보다는 관찰자로 (촛불과 태극기 집회 둘 다) 가 봤는데 태극기와 성조기와 십자가를 흔드는 것을 보고 '도대체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해방 이후) 70년이 지났는데 왜 달라진 것이 없는가' 싶어 서글펐다"고 말했다.
그는 "내 또래들은 태극기 집회에 가는데 이들은 '우리가 쌓은 것이 다 무너져 간다'며 '기아'의 정서를 드러낸다. 우리 어렸을 때는 '기아'와 '적화'(공산화)가 가장 두려운 말이었는데 (태극기 집회를 보니) '그 때의 정서가 아직도 남아 저렇게 성조기나 십자가 등을 드는 것으로 표현되었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난방을 철철이 때고 밥이 넘치는 시대를 살면서도 저 정서가 있구나 생각하니 해방 70년이 (지났는데도) 엔진이 공회전하듯이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이 땅에서 70년을 살면서 내가 소름끼치게 무서웠던 것은 우리 시대의 아먄성과 폭력이었다. 이런 것들이 지금까지도 '악의 유산'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이번 소설을 쓰려고 지난 시대의 신문 사회면을 봤는데 70년의 유구한 전통은 갑질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수십만명이 추운 겨울날 걸어서 피난을 가는데 고관대작들은 군용차와 관용차를 징발해 응접세트나 피아노까지 싣고 먼지를 날리며 피난민들 사이를 헤치며 남쪽으로 질주해 내려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야만이 계승돼 광화문에서 분노의 함성이 나오는 것이다. 위정자들이 저지른 난세를 광장의 군중들이 함성으로 정리한다는 것이 크나큰 불행이지만 그 속에 희망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분노의 폭발로 끝나지 말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힘으로 연결되길 바란다. 그 연결은 정치 지도자들의 몫"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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