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쿠가 /사진=포드코리아 제공
포드 쿠가 /사진=포드코리아 제공

충분한 가속력, 느낌 좋은 서스펜션이 운전의 즐거움을 더한다. SUV지만 뒤뚱거리지 않아서 코너링도 자신있다. 지난 14일 부드러우면서 탄탄한 하체가 매력인 포드 ‘쿠가’를 시승했다.

포드는 같은 차라도 사용 연료에 따라 이름을 다르게 짓는다. 생산공장과 주력시장이 달라서지만 우리나라에선 가솔린모델을 디젤모델로 대체하면서 헷갈린다는 사람이 많다. 유럽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에서 생산된 디젤SUV 쿠가의 가솔린 버전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이스케이프다. 비슷한 예로 디젤세단인 몬데오는 가솔린을 쓰는 퓨전이 쌍둥이 차종이다.


쿠가는 포드유럽의 베스트셀링모델 중 하나다. 우리나라엔 2015년 겨울에 출시됐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얼굴을 약간 바꾼 2017년형이지만 사실 구형과 큰 차이점이 없다. 그럼에도 포드코리아가 굳이 시승 행사를 연 건 올해 별다른 신차가 없고 SUV를 강조해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지난해 선보인 링컨 컨티넨탈을 통해 프리미엄자동차시장을 공략하고 포드브랜드에선 SUV를 앞세운다는 전략이다.

포드의 대형SUV 익스플로러는 가족을 태우고도 넉넉한 공간이 특징이다. 패밀리카로 제격이다. 하지만 준중형SUV 쿠가는 개인성향이 강하다. 차를 몰 때 느끼는 즐거움도 익스플로러와는 다르다. 그래서 30대 이상 연령대에서 역동성을 원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았다.

포드 쿠가 /사진=포드코리아 제공
포드 쿠가 /사진=포드코리아 제공

◆디자인 특징은 ‘당당함’

포드 유럽의 디자인 DNA는 ‘키네틱’(Kinetic)이다. 흔들림 없는 당당함을 뽐낸다는 의미다. 2017 쿠가는 캐릭터 라인을 강조한 후드와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변화의 핵심이다. 구형보다 존재감이 훨씬 강해졌다. 달라진 앞모양과 이어지는 뒷모양이 보다 산뜻하게 다듬어졌다.


인테리어에서도 외관의 조형미가 이어진다. 핵심은 입체적인 송풍구 디자인. 바람이 나오는 곳은 눈에 보이는 위쪽 외에 해당 부위 아래쪽도 뚫려있어서 공기순환이 훨씬 자연스럽다. 여름철 찬바람이나 겨울철 따뜻한 바람이 얼굴로 직접 오는 게 아니라 골고루 퍼진다. 공조기는 컨트롤러 자체에 작은 모니터와 인디케이터가 있어서 AV모니터 작동과 관계없이 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포드 쿠가 인테리어 /사진=포드코리아 제공
포드 쿠가 인테리어 /사진=포드코리아 제공

AV시스템은 소니사의 최신형 인포테인먼트 ‘싱크 3’(SYNC 3)가 적용됐다. 음성인식기술과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결합돼 스마트폰 연동이 한층 쉬워졌다. 모니터는 꾹 눌러서 터치하는 감압식이 아니라 스마트폰처럼 살짝 만져도 작동하는 정전식으로 바뀌었다.

내비게이션은 아이나비의 익스트림 3D 맵이 들어있다. 전방 신호등 변경, 앞차 출발 등을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최신형이다. 하지만 싱크시스템의 내비 메뉴와 연동이 쉽지 않아 화면전환방식으로 설치했다. 오디오 전원버튼을 짧게 2번 누르면 화면이 바뀐다. 차종에 따라 어떤 특정한 버튼을 2초쯤 누르면 바뀌는 경우도 있다. 딜러옵션으로 장착되는 내비게이션이어서 전환스위치를 따로 뒀다.

포드 쿠가 뒷좌석 /사진=박찬규 기자
포드 쿠가 뒷좌석 /사진=박찬규 기자

SUV답게 뒷좌석 활용에도 신경 썼다. 2열 탑승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접이식 테이블은 앞좌석 시트 등받이 뒤편에 붙어있다. 2열 가운데 팔걸이를 내리면 컵홀더로 이용할 수 있고 등받이를 아예 접으면 최대 1653ℓ의 트렁크로 변신한다.

쿠가 엔진룸 /사진=포드코리아 제공
쿠가 엔진룸 /사진=포드코리아 제공

◆밟는 즐거움, 돌리는 즐거움

새 차엔 2.0ℓ 듀라토크 TDCi 디젤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 40.8kg·m의 힘을 낸다. 습식 듀얼클러치 방식의 6단 파워시프트 변속기가 맞물리며 지능형 AWD시스템과 함께 역동적인 주행을 가능케 한다.

힘이 넉넉해서 가속감은 충분하다. 탑재된 디젤엔진의 소리는 다소 거칠지만 듣기에 나쁘지 않다. 사람에 따라 예민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취향에 따라 방음 시공을 하면 되기에 큰 문제는 아니다. 물론 약간의 비용지출로 속이 쓰릴 수 있다.

포드 쿠가 /사진=박찬규 기자
포드 쿠가 /사진=박찬규 기자

강한 엔진과 재빠른 변속기, 똑똑한 AWD시스템을 받쳐주는 건 서스펜션. 통통 튀지 않으면서 매끄러워 기분 좋게 설정됐다. 충격을 잘 걸러준다. 완충장치들이 부지런한 편이다. 이런 세팅 덕에 고속 코너링 시에도 자세유지가 쉽다. 하체도 탄탄해서 급제동을 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쿠가의 서스펜션과 핸들링은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의 테스트를 통해 다듬어졌다.

쿠가의 AWD시스템은 지능형 사륜구동으로 뒷바퀴에 60%까지의 힘을 보낼 수 있다. 아울러 각 바퀴에서 필요로 하는 토크를 적절히 배분해 코너링 시 안정감이 뛰어나다.


그리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도 적용돼 운전자가 미리 설정한 속도로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다. 시속 30km 이하 저속에서는 작동되지 않는 방식이다.

핸즈프리 테일게이트는 이스케이프와 쿠가의 핵심 편의장비. 뒷 범퍼 하단에 센서가 있어서 발을 휘젓거나 1.5초쯤 갖다 대면 트렁크 도어를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 두손에 짐을 들었을 때 유용한 기능이다.

쿠가 클러스터 /사진=포드코리아 제공
쿠가 클러스터 /사진=포드코리아 제공

◆기대치보다 낮은 연료효율… 퍼포먼스와 바꿨다

새로운 쿠가에는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기능이 적용됐다. 액티브 그릴 셔터는 그릴 안쪽 셔터가 자동으로 여닫힌다. 저속에선 공기흡입량을 늘리고 엔진을 식히기 위해 셔터를 열며 고속에서는 공기유입량이 많기 때문에 셔터를 닫아 공기저항을 줄이는 장치다. 이와 함께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도 들어있어서 약 5~10%의 연료절감 및 배출가스 감소효과를 제공한다.


그럼에도 아쉬운 건 연비다. 쿠가의 복합연비는 ℓ당 12.4㎞다. 시승할 당시엔 고속주행이 많고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아 11㎞대에 머물렀다. 디젤차종인 것을 감안할 때 분명 아쉬운 수치다. 1850㎏에 달하는 무게, AWD시스템이 연비를 떨어뜨린 주범이다. 폭스바겐 2017 티구안보다 약 120㎏쯤 더 나간다. 물론 차체는 쿠가가 조금 더 크다.

포드 쿠가 주행장면 /사진=포드코리아 제공
포드 쿠가 주행장면 /사진=포드코리아 제공

또 아쉬운 건 2열 220v 콘센트다. 이스케이프 출시 당시 많이 강조한 부분이어서 시거잭으로 대체된 점이 아쉽다. 포드코리아는 쿠가가 유럽에서 만들어진 탓에 2열 220v 콘센트가 빠졌다고 설명했다.

2017 뉴 쿠가는 트렌드(Trend)와 티타늄(Titanium) 두가지 트림으로 출시됐고 각각 판매가격은 3990만원과 4540만원이다. 다양한 대안을 고를 수 있는 가격대라는 점은 약점이다. 하지만 쿠가만의 주행감각을 느껴본다면 반할 사람이 꽤 있으리라 짐작된다. 따라서 타깃은 분명하다. 굳이 큰 차가 필요 없는 사람, SUV의 실용성이 필요하면서 운전을 즐겨 하는 사람에게 매력적인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