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4위의 대우건설이 최근 임대관리·법무·회계자문 등 부동산분야 종합서비스사업을 하기로 했다. 시공과 분양에 그쳤던 기존의 주택사업에서 한발 나아가 세무·등기나 이사, 보수, 매도에 이르는 입주 전후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동네 부동산이나 이삿짐센터 등의 영역에 대형건설사가 뛰어드는 것. 이는 최근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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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수익모델 다각화’ 정부 지원

대우건설은 부동산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회사 푸르지오서비스와 함께 코람코자산신탁, 부동산114, 삼일·안진·삼정·한영 4대회계법인, 박용래법무사사무소와 연계하기로 협약했다. 관련인력을 직접 채용하는 대신 여러 분야의 기업이 업무를 분담하고 수수료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를테면 대우건설이 지은 아파트에서 소송이 발생했을 때 연계 법무법인에 요청하는 식이다.


고객은 시행사 등 법인뿐 아니라 개인도 될 수 있다. 대우건설은 임대주택의 이사·세탁·택배·음식배달 등을 제공하는 일본의 부동산서비스를 벤치마킹할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삿짐센터를 고용하는 등 간단한 일도 한 회사에서 한꺼번에 서비스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여러 회사가 협력하는 시스템이라 사실상 중개 차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에는 정부정책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네트워크형 부동산 종합서비스 인증제’를 실시하고 인증받은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임대주택(뉴스테이) 사업자 선정에 가점을 주거나 택지개발사업 내 용지공급 시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세제당국과 협의해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혜택도 거론된다. 최아름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과 서기관은 “우리나라 부동산산업이 소비자 중심의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고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사진제공=대림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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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사업 내리막길… 사업모델 생존게임

대형건설사 상당수는 이미 수익모델 다각화에 나섰다. 인구가 줄어들고 주택공급률이 100%를 넘어 공급과잉 상태인 데다 정부규제 등으로 분양시장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주택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주거’로 변화하고 있다. 젊은층일수록 집을 사는 데 집착하지 않고 뉴스테이 등 임차문화를 선호한다. 건설사로서도 기존 분양사업은 입주 후 하자보수책임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서비스가 끝나지만 임대사업은 관리를 포함해 분양전환이나 매도할 때도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에 대형건설사 대부분이 임대사업에 뛰어든 상태며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을 임대하는 건설사도 많다.

코오롱글로벌은 대우건설과 함께 국토교통부 인증을 받았다. 대림산업·현대건설·GS건설·한화건설은 자회사를 만들어 뉴스테이 임대관리 등을 하고 있다. 중견건설사들도 임대관리시장에 뛰어들었다. 우미건설은 지난해 자회사를 설립해 일본 등의 전문업체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있다. 서희건설과 반도건설도 뉴스테이 임대관리를 맡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집값 하락 등 주택시장 환경이 나빠지면서 소비자뿐 아니라 건설사도 분양 외에 임대 등 새로운 분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건설업계의 부동산서비스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부분이 애프터서비스 차원의 관리에 그치기 때문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고객서비스 차원이라 수익사업으로 보기 어렵지만 앞으로는 차츰 수수료도 늘려가야 할 것”이라며 “단순 시공마진을 벗어나 새 먹거리를 찾고 해외 신도시사업 역시 ‘토털주거서비스’나 ‘매니지먼트’의 개념이 확산돼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영역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62년 된 부동산서비스기업 서울 진출


해외에서는 이런 부동산서비스가 대형화된 지 오래다. 최근 서울 영등포의 공동주택사업을 수주한 세빌스코리아(Savills Korea)는 1855년 영국서 설립된 부동산서비스기업이다. 런던증권거래소 상장기업으로 현재 영국과 미국,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약 700개 오피스를 통해 개발사업을 벌이는 한편 자문·매입·매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세빌스코리아 같은 부동산서비스기업이 국내 대형건설사와 직접 경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브랜드아파트나 뉴스테이보다는 서울파이낸스센터, 서울스퀘어 등 프라임오피스빌딩 등에 대한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또한 영등포, 서대문, 강남, 송파 등의 도심 역세권에 있는 주거용부동산의 임대상품도 집중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손효상 세빌스코리아 기획홍보팀 과장은 “개인사업자라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규모 있는 디벨로퍼가 주요 고객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