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톡] 상법 개정안과 증시
장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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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안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재벌개혁 목소리를 키우며 상법개정안의 전면 통과를 주장하는 반면 여당과 재계에서는 기업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상법개정안이 대체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다. 또 자사주 제도가 도입될 경우 유예기간 내에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관련주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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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4일 정갑윤 무소속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상법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DB |
◆상법개정안 두고 첨예한 ‘갈등’
상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집중투표제 ▲자사주 신주배정과 의결권 행사 금지 등이다. 이 중 여야 간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내용은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집중투표제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은 감사위원을 주주총회에서 별도 안건으로 정하고 사외이사와 상관없이 선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행 일괄선임방식은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선출한 후 이들 중에서 감사위원을 뽑는다. 현재 방식에는 사외이사를 선출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이 없다. 사실상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됐음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출하기 때문에 3% 제한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고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확보된다. 집중투표제는 복수의 이사를 선출할 때 주주가 1주의 의결권으로 여러명에게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지만 대주주가 아닌 외국계 자본의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다.
여야 4당은 지난 2월9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논란이 되는 항목을 제외하고 전자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 두건만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잠정 합의했다. 전자투표제도는 주주가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전자방식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통상 국내상장기업들이 3월 3~4주째에 주총을 개최해 소액주주의 참여를 사실상 제한했던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셈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다.
다만 이들 제도에 대해서도 경제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지난 2월21일 다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할 경우 상장법인의 소송리스크가 1사당 최대 4.8배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상장협은 “다중대표소송제도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도입 여부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그럴싸한 숫자놀음으로 국민을 속이려는 얕은 수작”이라고 받아쳤다.
◆“기업가치 높일 계기 될 수도”
논란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다중대표소송제도와 전자투표제가 도입된 후 기업이 받는 실제 영향으로 집중된다. 이들 법안이 기업의 실적을 얼마나 좌우할 수 있을지가 주가를 가늠하는 중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재계의 우려와 달리 상법개정안 통과가 대체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실제 주요 경제단체에서 외국계 투기자본 공격의 대표 사례로 드는 SK, KT&G의 경우 기업가치 측면에서는 오히려 플러스 효과를 가져왔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자투표제가 실시되면 오프라인 의결권 사용이 가능해져 슈퍼 주총데이가 열리거나 기업의 의결권 위임 부탁 관행은 줄어들 전망”이라며 “소액주주 입장을 기업이 우선 배려하게 된다는 점에서 법안 도입은 주주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중대표소송제도도 재벌기업들이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손에 쥐고 자회사로 방만경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평가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으로 모회사들은 자회사 경영진을 적극 감시하고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그룹의 경쟁력이 올라가고 경영권 프리미엄 가치도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 때문에 그룹의 상속인이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기업의 자원배분을 왜곡시키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며 “상법개정안이 도입되면 이런 행위들이 제어될 수 있어 한국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배구조 개편 앞둔 지주회사 ‘주목’
이처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인적분할 등을 검토하는 기업들은 자사주 관련 제도에 주목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재벌총수가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막는 내용의 법안이다. 현행 상법에서는 자사주에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지만 기업분할 시 새로 생긴 분할기업의 신주에서는 의결권이 살아난다. 개정안은 분할회사의 자사주 신주배정을 금지한다.
현재 이 법안은 발의한 내용보다 다소 완화될 조짐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여당과 일부 야당의 제안에 따라 인적분할 시 자사주 신주배정은 금지하지만 1년 유예를 주는 방법, 자사주 신주배정을 허용하고 의결권만 기존과 같이 제한하는 방법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특히 제도 통과 후, 법 시행 이후 적용된다는 부칙을 제시한다면 인적분할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법의 효력이 미치기 전에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앞당겨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애널리스트는 “자사주 관련규제도 변화될 조짐이 보임에 따라 자사주를 많이 보유한 기업의 인적분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이슈가 첨예하게 걸린 기업은 인적분할 작업이 올 상반기 중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 중 하나인 인적분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며 “SK나 CJ의 경우도 총수 일가 구속 후 기업가치가 급등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삼성의 경우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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