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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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2000만명을 바라보는 국내 자동차보험은 내·외형적으로 성장을 거듭하며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보험상품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일부 보험금 지급분야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위자료가 책정되는 등 아쉬움도 많이 지적돼온 것이 사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부터 자동차보험 대인배상보험금의 현실화를 위한 표준약관을 개정, 시행에 들어갔다. 

달라진 차보험 표준약관을 사례별로 파악해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대비해보자.  

◆사망위자료의 현실화·장례비도 상승


# 평범한 직장인이던 A씨(남·45)는 지난해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찾아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직장은 물론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이 컸던 그는 보험사로부터 1575만원의 장애 위자료를 받았다.


개정 전 후유장애 위자료 지급 기준은 노동능력상실률 50% 이상 시 4500만원×노동능력상실률×70%로 지급액이 결정된다(19세 이상~60세 미만). A씨의 경우 하반신 마비로 노동능력상실률(전문의 소견으로 결정)이 50%로 책정돼 4500만원×50%×70%로 1575만원을 지급받은 것이다.

하지만 바뀐 표준약관에 A씨를 대입할 경우 후유장애 위자료는 상승한다. 4500만원×A씨의 노동능력상실률(50%), 그리고 곱하기 70%가 아닌 85%를 곱해 전체 위자료가 1912만원으로 늘어난다. 

또한 노동능력상실률 100% 판정을 받은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라면 '가정 간호비 지급대상'에 포함돼 8000만원×노동능력상실률(100%)×85%가 지급된다.

사망위자료와 장례비도 올랐다. 개정 전 사망위자료는 19세 이상~60세 미만이 4500만원이며 19세 미만, 60세 이상이 4000만원이었다. 바뀐 표준약관에 따르면 사망위자료는 60세 미만이 8000만원, 60세 이상이 5000만원으로 간결해졌다.


금감원은 사망위자료에 대해 "교통사고 사망자의 유족이 보험금 액수를 두고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너무 잦았다"면서 "법원이 보험약관에 정해진 것보다 많은 6000만~1억원 정도를 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하다 보니 사실상 지급기준이 유명무실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족들은 소송 시 현재의 사망위자료보다 더 높은 금액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개정된 사망위자료가 현실에 걸맞는 수준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장례비도 1인당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승했다. 휴업손해 인정비율은 1일 수입감소액×휴업일수×80%에서 1일 수입감소액×휴업일수×85%로 상승해 실질지급액이 늘었다.

(동승자 감액) 표준약관 개정 전․후 비교./사진=금융감독원 자료
(동승자 감액) 표준약관 개정 전․후 비교./사진=금융감독원 자료

◆중상해자 '입원간병비' 지급 신설


# 경부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 30대 부부가 사망했다. 동승했던 B양(3세)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손해보험사는 부모를 잃은 B양에 대한 간병비 지급을 거부했다. 현행 입원간병비 지급기준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바뀐 표준약관에 따르면 B양도 입원간병비를 받을 수 있다. 금감원이 교통사고 중상해자 보호를 위해 자동차보험의 보장범위를 입원간병비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급기준 부재로 교통사고 피해자는 치료비와 함께 간병비를 직접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B양처럼 만 7세 미만의 경우 상해급수와 관계없이 최대 60일까지 입원간병비가 지급된다. 또 입원 중인 교통사고 중상해자(상해등급 1~5급)에게 올 상반기 일용근로자 평균임금인 약 8만2000원의 입원간병비가 지급된다.

◆음주운전차 타기만 해도 40% 감액

# 회식을 마친 직장인 C씨(남·30)는 음주를 한 D씨(남·31)의 차에 동승했다 교통사고가 났다. 이후 보험사에 보험금을 요청한 C씨는 얼마의 보험금을 수령했을까.

금감원은 현재의 동승자 감액기준이 불필요하게 세분화됐음을 감안, 6가지 형태로 단순화했다. 바뀐 표준약관에 따르면 C씨는 음주운전 차에 동승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보험금 40%가 감액된다.

동승자가 운전자에게 동승 요청을 했다면 보험금이 30% 감액되며 상호 의논 후 합의했더라도 동승자는 20% 감액된 보험금만을 수령받는다. 또 운전자의 동승 '권유'가 있었다면 10%, '강요'가 있었다면 감액이 0%로 적용된다. 동승자 스스로 차를 타기 위해 운전자에게 강요했거나 무단으로 동승했다면 감액비율은 100%로 한푼의 보험금도 받을 수 없다.

◆합의금 세부내역, 피해자에 제공해야

# 교통사고를 당한 E씨(남·40)는 가해자 F씨(남·35)와 합의를 하고 보험회사로부터 합의금 10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후 합의금 내역에 일부 지급내용이 미포함됐음을 발견한 E씨는 보험회사에 세부 지급내역을 공식 요청했다.

앞으로는 합의 시 보험금의 종류 및 세부 지급항목을 합의서에 표시해야 한다. 또 보상직원이 반드시 피해자에게 세부 지급항목을 설명토록 개선된다.

이 규정은 일부 보험회사들이 합의 시 피해자에게 합의금 총액(치료비 제외)만 안내해 지급항목 누락이 있어도 이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민원이 이어져 정식 약관개정에 포함됐다.

만약 보험회사가 피해자와 비대면으로 합의할 경우에는 문자메세지 등으로 합의금의 세부내역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이밖에 가해자가 자신의 보험료 할증을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상해 정도를 알 수 있는 '피해자의 상해등급 통지제도'도 신설됐다.

자동차보험료는 상해등급별 점수에 따라 1점당 평균 약 7%가 할증된다. 만약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8급의 상해를 입혔다면 2점의 할증점수가 부과된다. 상해등급별 할증점수는 1점(13~14급), 2점(8~12급), 3점(2~7급), 4점(1급 및 사망)이다.

한편 이번에 개정된 표준약관은 신규계약부터 적용되며 기존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경우 보험갱신 시 적용받는다. 

이를테면 2월28일 사고를 낸 가입자는 이전 표준약관 적용을 받아 새로운 보상기준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또 3월1일 이후 교통사고를 냈더라도 기존 보험 갱신날짜에 따라 적용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기존 보험가입자는 자신의 갱신일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동차보험금은 국민의 관심도가 워낙 높아 민원이 많은 분야"라며 "개정된 표준약관이 보험소비자의 실익을 높이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