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P2P업체, 성장보다 '규제' 필요한 때
서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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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 중인 P2P(개인간)대출업계가 금융당국의 ‘P2P대출 가이드라인’에 불만이 많은 모습이다. 가이드라인은 업체별 연간 투자한도를 개인당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업계는 투자 총량제한이 시장성장을 가로막는다고 반발한다. 지금은 규제보다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는 논리다.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공시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소비자보호를 위한 노력이 부족한 탓이다.
P2P는 대출자와 투자자를 이어주는 일종의 금융플랫폼이다. 여기서 방점을 찍어야 할 대상은 투자자다. P2P는 수신기관이 아니므로 투자자 보호기능이 금융회사 대비 현저히 떨어진다.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고스란히 원금을 날릴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고 경기침체까지 겹쳐 대출자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형국이다. 언제든 연체가 대거 발생할 수 있는데도 정작 업계는 투자판단을 위한 필수자료인 공시를 꺼린다.
실제 크라우드연구소가 P2P업체 130개사를 조사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홈페이지 내 연체율을 공시한 곳은 지난달 말 기준 75개사(57.6%)에 불과했다. 10곳 중 4개사 이상은 투자에 필요한 기본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머지 업체의 공시가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평균대출금액, 연수익률, 누적대출·투자액 정도만 공개하는 데 그쳤다. 정작 중요한 연체율·부실률, 투자위험도와 수익률 산정방식 등 핵심자료가 빠졌다.
한국P2P금융협회의 정보공개 자료도 불완전하긴 마찬가지다. 예컨대 협회는 지난 8일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협회 회원사의 누적 대출액이 지난해 6월 2266억원에서 지난달 6275억원으로 8개월 만에 3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협회 홈페이지에도 이같이 공시했다.
틀린 건 아니지만 정확하지도 않다. 협회가 밝히지 않은 수치가 있어서다. 조사대상(회원사) 수의 변동이다. 그 기간 동안 협회 회원사는 26개사에서 40개사로 50% 이상 늘었다. 통계는 비교대상의 수가 같아야 한다. 협회도 이를 알 테지만 숨긴 이유는 업계의 고속성장을 강조하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이 자료는 마치 비회원사를 제외한 협회 회원사만 엄청난 성장을 했다는 착시를 일으킬 수 있다. 정확한 정보공개로 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이끌어야 할 협회가 오히려 투자자 유치 홍보에만 혈안이 된 듯하다.
투자자 보호의 최소장치인 공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은 이기적이다. 지금 P2P업계에 가장 필요한 건 신뢰다. 신뢰의 출발점이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공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시는 홍보가 아니라 의무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에서 이용자 100명을 늘리는 것보다 1명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 금융피해자가 발생하면 십중팔구 서민일 확률이 높아서다. 성장보다 더 중요한 게 때론 규제일 수 있다. 신생업인 P2P업체라면 더욱 그렇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공시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소비자보호를 위한 노력이 부족한 탓이다.
P2P는 대출자와 투자자를 이어주는 일종의 금융플랫폼이다. 여기서 방점을 찍어야 할 대상은 투자자다. P2P는 수신기관이 아니므로 투자자 보호기능이 금융회사 대비 현저히 떨어진다.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고스란히 원금을 날릴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고 경기침체까지 겹쳐 대출자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형국이다. 언제든 연체가 대거 발생할 수 있는데도 정작 업계는 투자판단을 위한 필수자료인 공시를 꺼린다.
실제 크라우드연구소가 P2P업체 130개사를 조사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홈페이지 내 연체율을 공시한 곳은 지난달 말 기준 75개사(57.6%)에 불과했다. 10곳 중 4개사 이상은 투자에 필요한 기본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머지 업체의 공시가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평균대출금액, 연수익률, 누적대출·투자액 정도만 공개하는 데 그쳤다. 정작 중요한 연체율·부실률, 투자위험도와 수익률 산정방식 등 핵심자료가 빠졌다.
한국P2P금융협회의 정보공개 자료도 불완전하긴 마찬가지다. 예컨대 협회는 지난 8일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협회 회원사의 누적 대출액이 지난해 6월 2266억원에서 지난달 6275억원으로 8개월 만에 3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협회 홈페이지에도 이같이 공시했다.
틀린 건 아니지만 정확하지도 않다. 협회가 밝히지 않은 수치가 있어서다. 조사대상(회원사) 수의 변동이다. 그 기간 동안 협회 회원사는 26개사에서 40개사로 50% 이상 늘었다. 통계는 비교대상의 수가 같아야 한다. 협회도 이를 알 테지만 숨긴 이유는 업계의 고속성장을 강조하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이 자료는 마치 비회원사를 제외한 협회 회원사만 엄청난 성장을 했다는 착시를 일으킬 수 있다. 정확한 정보공개로 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이끌어야 할 협회가 오히려 투자자 유치 홍보에만 혈안이 된 듯하다.
투자자 보호의 최소장치인 공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은 이기적이다. 지금 P2P업계에 가장 필요한 건 신뢰다. 신뢰의 출발점이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공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시는 홍보가 아니라 의무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에서 이용자 100명을 늘리는 것보다 1명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 금융피해자가 발생하면 십중팔구 서민일 확률이 높아서다. 성장보다 더 중요한 게 때론 규제일 수 있다. 신생업인 P2P업체라면 더욱 그렇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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