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37번지 과천주공1단지. 이곳은 198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한 국내 초창기 임대아파트로 낡고 허름하지만 최근 부동산시장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36년 만에 재건축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며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돼서다.

◆재건축조합 시공사 교체에 대형사들 전면전


사업비 4000억원 규모의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사업은 당초 지난해 말 일반분양될 예정이었다. 지난해 3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기존 주민들이 이주를 마쳐 철거작업이 시작된 상태다.

그러나 시공계약을 맺은 포스코건설이 올 초 갑작스런 설계변경과 사업비 증액을 요구하자 재건축조합 측은 계약을 해지하고 새 시공사를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시공사를 교체할 경우 사업지연이 우려되지만 조합원들로서는 공사비 증액에 따른 분담금 증가를 막는 게 더 큰 문제였다.

재건축사업을 진행 중인 과천주공7-1단지. /사진=머니투데이
재건축사업을 진행 중인 과천주공7-1단지. /사진=머니투데이

지난달 28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 결과 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각각 2위·4위·6위의 대형건설사들이다. 10대 건설사 간 경쟁사례는 올해 재건축시장에서 처음일 뿐더러 3파전 양상이 펼쳐진 것 역시 이례적이다.

이는 최근 주택경기가 침체되며 건설사의 수익사업이 재건축에 집중되는 데다 과천이 서울 강남 못지않은 투자처로 각광받기 때문이다. 과천주공1단지는 지하철 4호선 과천역과 정부과천청사역 사이에 있고 최근 10년 동안 인근 새 아파트의 공급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주를 원하는 실수요자가 많다.


무엇보다 과천은 청계초·과천중·과천고·과천외국어고 등 명문학군이 가깝고 정부과천청사 등 행정기관이 많으면서 유흥업소가 적어 교육환경이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성범죄율이 0%인 지역이기도 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천은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가장 살고 싶은 동네로 꼽는다”며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미리 전입하는 전세수요도 넘쳐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과천주공1단지는 현재 840가구에서 재건축 후 약 1570가구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전용면적 52.36㎡의 가장 최근 시세가 부동산114 기준 8억5000만원으로 3년 사이 2억1000만원(32.8%)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조사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로는 8억6000만원이다.


과천주공2단지 재건축 조감도. /사진제공 SK건설
과천주공2단지 재건축 조감도. /사진제공 SK건설

고급화전략 내세워… 고분양가 ‘리스크’

본격적인 홍보활동을 진행 중인 세 후보는 과천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 고급화전략을 내세운다. 현대건설은 강남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사업에서 선보인 고급브랜드 ‘디에이치아너힐즈’를 짓는다. 디에이치는 3.3㎡당 350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고분양가 논란을 낳았다. 대우건설도 주로 강남에 짓던 고급브랜드 ‘푸르지오써밋’을 시공한다는 계획이다. GS건설도 고급브랜드 ‘그랑자이’를 설계할 예정이다. 이 고급브랜드들은 일반아파트에 비해 더 값비싼 외국산 자재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 8일 공개된 입찰비교표를 보면 현대건설은 사업비 4289억원과 함께 일반분양가 9억원 이상의 중도금대출을 직접 보증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대우건설은 사업비 4146억원과 미분양 발생 시 3.3㎡당 3147만원에 매입한다는 조건을 내놨다. GS건설은 사업비 4217억원과 미분양 대책비 100억원을 부담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브랜드파워보다 실속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과천은 현재 주공 2단지·6단지·7-1·7-2단지가 재건축사업을 진행 중인 데다 초대형 공동주택·학교단지 ‘과천지식정보타운’이 올해 첫 분양을 앞둬 고급화전략이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앞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늘어날 예정이고 지식정보타운에는 저렴한 공공임대주택도 들어서기 때문에 고분양가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건설사들의 재건축 수주경쟁이 과열되면서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과천을 리스크관리 대상지역으로 분류하고 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사는 지난해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일반분양가가 과열되자 분양보증을 신청한 사업장의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평균 대비 110%를 초과하거나 최근 1년 내 분양된 아파트의 최고 분양가를 초과한 경우 보증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일부 단지가 분양보증을 거부당해 지자체의 분양승인을 받지 못했고 분양일정이 한달 이상 지연되며 결국 분양가를 낮춘 일도 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제시한 분양가는 3.3㎡당 각각 3300만원, 3313만원으로 지난해 5월 ‘래미안과천 센트럴스위트’의 분양가인 3.3㎡당 평균 2700만원보다 22% 이상 높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집값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분양가가 책정될 경우 인근 주택시장을 교란시키거나 대출 거절로 인한 미입주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과천주공1단지 수주전의 결과는 오는 26일 열리는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결정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