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만 해도 노트북이 태블릿PC에 밀려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하이엔드급 게이밍 노트북과 태블릿의 장점을 흡수한 2in1 노트북은 물론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정통파 노트북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강점을 강화시키며 노트북은 살아남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국내 노트북시장은 연간 230만대 수준이다. 지난 몇년간 이 수치는 큰 변동없이 이어졌다. 시장점유율도 뚜렷한 신규진입자 없이 ‘양강’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눠먹는 구도다.

삼성전자는 기존 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다. 국내기업은 물론 해외유명 노트북브랜드도 삼성전자의 홈그라운드에서는 좀처럼 맥을 못췄다. 최근에는 LG전자가 ‘그램’을 앞세워 삼성전자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삼성 올웨이즈. /사진=뉴시스 DB
삼성 올웨이즈. /사진=뉴시스 DB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로 충전가능… 삼성 올웨이즈

올해 노트북시장의 키워드는 ‘오래가는 배터리’다. 그간 노트북 성능을 두고 무한경쟁을 펼쳤던 두 기업이 노트북 본연의 가치인 휴대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 1월 2017년형 ‘삼성 노트북9 올웨이즈’(이하 올웨이즈)를 출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점은 66Wh의 대용량 배터리다. 기존 노트북들이 30Wh대의 배터리를 채용한 데 비하면 용량이 2배 이상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한번 충전으로 23시간 사용(NT900X5N-L59S 모델 기준)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올웨이즈의 가장 큰 특징은 ‘이지충전’이다. 정격 10W(5V 2A) 이상의 보조배터리를 USB-C포트에 연결해 올웨이즈를 충전할 수 있는 기능이다. 여기에 ‘퀵충전’ 기능도 눈에 띈다. 20분만 충전해도 5.8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100분이면 완충이 가능하다.

여기에 지문인식기능으로 보안을 강화했다. 매번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을 손가락 하나로 해결할 수 있게 한 것. 사용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올웨이즈 사용자 선모씨(32·남)는 “노트북 충전 선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귀찮은 데 비밀번호 입력도 번거롭기는 마찬가지”라며 “슬쩍 만지는 것으로 컴퓨터의 잠금상태를 해제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고 말했다.


LG 올데이 그램. /사진=뉴시스 DB
LG 올데이 그램. /사진=뉴시스 DB

◆LG 올데이 그램, 탄소나노튜브 싣고 22시간 쌩쌩

LG전자는 자체적으로 실시한 소비자 조사결과 가볍고 오래 쓸 수 있는 노트북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에 집중, 지난 1월 ‘LG 올데이 그램’(이하 올데이 그램)을 출시했다.

LG전자는 올데이 그램에 세계 최고 배터리 생산업체 LG화학의 신소재 ‘탄소나노튜브배터리’를 장착했다. 이 배터리를 통해 올데이 그램은 전작보다 170% 향상된 60Wh의 배터리용량을 갖출 수 있었다. 한번 충전으로 약 22시간 사용 가능(15Z970-GA3HK 모델 기준)하며 방전상태에서 충전할 경우 1시간 충전에 약 10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LG전자 측의 설명이다.


올데이 그램은 편의성도 한층 개선했다. 노트북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소음이 약 30데시벨에 불과하다. 아무도 없는 영화관 내부 수준의 소음이다. 그러면서도 발열이 거의 없다. 열을 내보내는 구조를 재설계하고 팬도 소리가 적게 나는 소재를 사용한 덕분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에 새로 적용된 탄소나노튜브배터리는 급속충전에도 배터리 손상이 없다”며 “배터리 용량이 1.7배가량 늘어났음에도 15.6인치 제품의 무게가 1090g에 불과해 노트북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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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승기 잡은 올데이 그램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처럼 아무리 좋은 기능을 담은 제품이라도 팔려야 한다. 다른 점보다 비슷한 점이 더 많은 두 제품 중 어떤 것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더 많이 열었을까.

두 제품의 격돌은 올데이 그램의 우세로 기우는 양상이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2월 둘째주까지 올데이 그램과 올웨이즈의 판매점유율은 각각 67.7%와 32.3%를 기록했다. 점유율 기준으로 올데이 그램이 약 2배 넘게 판매된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기간 올웨이즈의 판매량은 5만대 수준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같은 기간 올데이 그램의 판매량은 7만~8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노트북시장 전체로 시야를 확대하면 라인업이 풍부한 삼성전자가 50.3%의 판매점유율을 기록하면서 LG전자를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 가운데 딱히 어떤 것이 더 좋다고 표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웨이즈의 경우 데이터를 읽고 쓰는 것이 더 빠르고 마감이 깔끔한 장점을 지닌 반면 올데이 그램은 발열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며 “노트북을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적절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