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가 한국에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테슬라모터스는 지난주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와 서울 청담동에 각각 전시장을 열고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다. 테슬라는 출격과 동시에 엄청난 이목을 집중시켰다. 스타필드 하남의 첫 테슬라 매장이 오픈한 15일에는 테슬라 측이 별도의 미디어행사를 준비하지 않았음에도 수많은 취재진이 이른 아침부터 몰려들었다.


실제로 눈앞에 나타난 테슬라의 모습은 기존 완성차업체와 전혀 달랐다. 그래서인지 테슬라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국내 자동차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과 무모한 도전으로 끝날 것이라는 시각이 동시에 나타난다.


/사진=최윤신 기자
/사진=최윤신 기자

◆ 테슬라 전시장은 판매처가 아니다

스타필드 하남 2층에 갖춰진 첫 전시장은 자동차 전시장이라고 하기엔 굉장히 작은 규모다. 198㎡(60평)에 불과한 면적에 전시된 자동차는 흰색과 붉은색의 ‘모델S 90D’ 두대와 차량하부섀시가 전부다. 아직 국내 인증을 마친 차량이 단 하나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3대 이상의 자동차를 전시하기는 버거운 공간이다. 테슬라의 유명세에 비하면 초라해보일 정도다. 17일 오픈한 영동대로 청담 전시장도 면적은 두배 이상 넓지만 전시차량과 대수는 동일하다. 현장에서 만난 테슬라 관계자는 "테슬라 모터스 전시장은 전세계 어느 곳이나 같은 콘셉트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기존 자동차 전시장의 풍경과 사뭇 다른 이유는 테슬라의 차별화된 영업방법 때문으로 추정된다.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업계와 달리 딜러 등 중간판매자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고객에게 차를 인도하는 방식으로 판매한다. 전시장은 판매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테슬라 차량을 체험하기 위한 공간이다. 물론 전시장 뒤편으론 구매를 위한 상담공간이 있지만 이곳에서도 종이 계약서가 아닌 태블릿으로 온라인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구매가 진행된다.

테슬라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굳이 매장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몇번의 클릭만으로 다양한 옵션을 선택하고 차량을 주문할 수 있다. 할부와 리스 등의 구매방식도 온라인에서 선택할 수 있다. 홈페이지 상에서 주문절차를 따라가다보면 KB캐피탈 혹은 오릭스가 제공하는 상품을 통해 할부·리스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전시장을 마련한 이유는 소비자가 육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본 뒤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전시장의 메인은 중앙에 전시된 자동차가 아니라 벽면의 ‘디자인 스튜디오’다. 옵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재질을 눈으로 보고 만져볼 수 있다.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시승도 가능하다. 스타필드 하남 테슬라 매장 뒤편 지상주차장에는 테슬라의 완속충전기인 데스티네이션 차저 7대와 두대의 모델S가 있다. 고객 시승을 위해 준비된 차량이다. 전시장 직원들의 업무 또한 인상적이다. 제품소개와 전시장 안내에 모든 업무가 집중된다. 견적 관련사항은 오너 어드바이저 2명이 따로 상담해준다. 이들 역시 판매 인센티브가 없는 월급제 고용인력이다.

중간과정을 생략한 이 같은 판매방식은 자동차업계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여겨진다. 테슬라가 국내에 도입되기 전부터 국내 자동차시장에서도 조금씩 온라인판매 시도가 나타났지만 기존 딜러들의 반발로 확대되진 못하는 상황이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모든 재화의 주요 판매처가 온라인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자동차 업체들도 이런 흐름을 거스르긴 어렵다”며 “테슬라가 현재의 방식으로 고객시승과 사후서비스 등의 운용을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자동차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 쉽지않은 충전인프라 '외길'

테슬라의 등장은 국내 전기차 충전인프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타 자동차업체들이 충전인프라와 관련해 표준화에 동참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테슬라는 독자적인 충전인프라 확충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다. 테슬라는 미국과 일본에서 다른 어떤 기업·차량과도 호환되지 않는 독자규격의 충전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그 외의 국가에선 융통성을 발휘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 등에 수출하는 모델은 타입2(AC3상) 방식을 사용한다. 그럼에도 테슬라의 충전시스템은 국내 완성차업계의 전기차 보급정책과 대치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테슬라와 동일한 커넥터를 사용하는 모델은 르노삼성의 SM3 Z.E 뿐이다. 다른 모델은 콤보1 방식과 차데모 방식 등을 사용하는데 우리나라 국가기술표준원은 국내 전기차 충전 방식을 콤보1 방식으로 통일하는 개정안을 고시하는 등 표준 전환을 추진 중이다.

더 큰 문제는 테슬라의 충전시스템이 SM3 Z.E와도 일부 호환될 뿐 완전히 같은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테슬라 사용자는 AC3상 방식의 일반 급속충전이 불가능하다. 기존의 AC3상 방식의 최대충전속도는 43kWh인데 테슬라는 전용 충전소인 슈퍼차저의 120kWh 충전속도를 감당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일반 고속충전은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테슬라 사용자는 한국전력의 전국 개방형 충전소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으나 이를 이용해 완전충전 하려면 1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다른 전기차들이 급속충전을 이용해 한시간 안에 80%이상을 충전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 테슬라가 올해 국내에 5곳의 슈퍼차저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용에 불편이 클 것으로 여겨진다.

테슬라의 주요 충전인프라는 완속충전기다. 370km에 달하는 주행거리가 있는 만큼 완속충전기 인프라로도 일상 주행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의 차를 구매하면 1기의 월코넥터가 지급되는데 테슬라가 확보한 2곳의 협력사가 고객과 상담해 적합한 위치에 설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설치 비용은 개인 부담이다. 테슬라는 당장은 단독주택 등을 위주로 월코넥터가 설치되겠지만 향후 보급형 모델인 모델3 등이 보급되면 아파트단지에 공용 코넥터를 설치하는 방안 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신세계그룹의 든든한 지원아래 공용 완속충전기인 데스티네이션차저도 확대할 방침이다. 테슬라는 모델S 첫 차량이 인도되는 6월까지 전국에 25기 이상의 데스티네이션 차저를 공급할 방침인데 신세계그룹백화점과 아웃렛, 이마트 등이 주요 설치처가 될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