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몸, '중심'을 잡아야지
의사들이 쓰는 건강리포트
김수범 굿닥터튼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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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100만 시대. 하지만 취업했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취업만 하면 바랄 게 없을 것 같던 간절함도 직장 내 현실과 마주하는 순간부터 서서히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언제부터 아팠는지 기억도 안날 만큼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통증이다. 직장에서 쌓인 업무 스트레스로 만성질환이 생기면 건강했던 마음마저 갉아먹기 시작한다.
머리가 앞으로 향한 구부정한 자세로 장시간 컴퓨터를 봐야 하는 직장인에게는 목 뒷부분의 근육과 인대가 늘어나 점차 거북의 목처럼 변해가는 ‘거북목증후군’과 손목 앞쪽의 신경이 눌려 손바닥과 손가락이 저리는 ‘손목터널증후군’, 척추 뼈 사이의 디스크에 문제가 생겨 주변 신경이 압박 받는 ‘허리디스크’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방치했다가는 더 심각한 신경증상이 초래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 목·어깨 아프고 손까지 저리다면?
거북목증후군은 앞쪽으로 휘어있어야 하는 경추(목뼈)가 일자형태의 수직으로 변형되는 증상을 의미한다. 스프링처럼 충격을 분산시키는 경추가 온전히 제 기능을 못하면서 그 아래를 받치고 있는 근육과 인대가 늘어나고, 어깨에서 팔로 내려가는 신경이 자극을 받아 어깨 통증, 손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 뒤통수 아래 신경이 머리뼈와 경추에 눌리면서 두통이 유발되기도 한다.
거북목증후군은 초기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피로감·뻐근함 정도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거북목 자세가 이어질 경우 충격완화를 위해 디스크가 탈출하거나 납작하게 변형돼 척추측만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갈비뼈를 올려 호흡하는 것을 도와주는 목뿔뼈 근육들이 수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폐활량이 최대 30% 감소하기도 한다. 따라서 자주 목덜미가 뻐근하고 어깨 결림이나 손저림 증상이 나타난다면 빠른 시일 안에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20~30분에 한번씩 목 스트레칭을 하고 가슴을 천장으로 향하게 해 경추의 배열을 바르게 하면 경추 변형을 막을 수 있다. 아울러 마우스와 키보드를 몸에 가까이 붙여 사용하며 취침 시 베게 높이를 6~8cm로 맞추는 등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면 거북목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
◆ 또 다른 손의 통증, 손목터널증후군
수근관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손목터널증후군은 뼈와 인대로 이뤄진 손목의 작은 통로인 수근관 안의 압력이 높아져 정중신경을 압박하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상지(팔)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압박성 신경병증이다.
주로 손을 많이 사용하는 주부들이 겪는 질환으로 알려졌는데 손목이 꺾인 자세로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하는 직장인에게서도 자주 발생한다. 2014년 손목터널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6만명으로 점차 그 수가 증가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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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손목터널증후군의 일반적인 증상은 엄지·검지·중지가 저리고 손바닥이 시큰거리는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져 감각이 저하되기 시작한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물건을 제대로 잡지 못해 바닥에 떨어트리거나 병뚜껑을 따고 열쇠를 돌리는 등의 일상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운동이상이 없는 초기에는 손목 사용을 줄이고 손목고정보조기를 사용하는 등의 비수술 치료방법으로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지만 별다른 효과가 보이지 않거나 이미 근육이 약해졌을 경우에는 손목 터널을 넓혀주는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양 손등을 맞붙인 후 손바닥을 꺾어 1분 안에 저림과 통증이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팔렌 징후 검사를 스스로 해보는 것이 좋다. 또한 잠들기 전 온찜질이나 마사지를 해주는 등 손목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평소보다 무리하게 손목을 사용했을 때는 1시간에 한번씩 맨손체조로 뭉친 근육을 풀어줘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
◆ 몸의 중심… 앉으나 서나 허리 생각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다. 하지만 척추의 입장에서 앉은 자세만큼 부담스러운 것은 없다. 특히 허리를 곧게 펴지 않은 채 구부정하게 앉아 있거나 등받이에 기대 앉을 때가 많은 직장인의 경우 척추에 하중이 쏠려 허리디스크가 발생하곤 한다.
허리디스크의 정확한 명칭인 ‘요추추간판탈출증’은 척추 뼈와 뼈 사이의 쿠션 역할을 하며 외부의 충격을 완화해주는 디스크가 잘못된 자세 등으로 튀어 나오면서 신경을 눌러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허리가 쑤시고 아픈 것은 물론 엉덩이와 다리에 통증이 전이되며 저림 증상과 근력 약화로 이어진다.
시간이 없어서 혹은 귀찮아서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은 거북목증후군·손목터널증후군과 달리 허리디스크는 치료가 두려워 방치하는 환자가 많은데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아니면 초기에는 약물 처방이나 물리요법,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치료를 대신할 수 있으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손상이 심해 신경학적 이상이 감지됐다 하더라도 최근에는 내시경 카메라와 레이저가 장착된 특수관을 넣어 탈출된 디스크를 감압·제거하는 치료법인 미니레이저디스크(SELD) 시술 등 다양한 치료법이 발달했기 때문에 마취나 흉터 걱정 없이 안전하고 정확도 높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허리는 평생 관리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잠시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고 해서 몇년 몇십년 동안 삐딱해진 허리가 완벽하게 돌아오지 않는다. 제 증상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가며 꾸준히 관리할 때 우리 몸의 중심이 바로 잡힌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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