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시작 전 비상 탈출 경로를 확인한다. 복도 모퉁이에 충돌방지 거울을 설치한다. 계단 이용 시 안전 손잡이를 잡는다….' 얼핏 보면 고지식해 보이는 규칙을 모든 구성원이 철저히 지키는 기업이 있다. 바로 나일론을 개발한 글로벌 화학기업 듀폰이다.


듀폰은 왜 이런 규칙을 만들었을까. 업무의 특성 때문이다. 듀폰은 화학물질을 다루는 기업의 특성상 사고위험이 높다. 사업 초기 큰 폭발 사고로 인명 피해를 입기도 했다. 수없이 강조했지만 순간의 방심이 사고를 불렀다. 이에 듀폰은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이를 위한 업무 규칙을 세웠다.

“비상 통로 얘기를 수백번도 더 들었는데 그냥 생략하면 안되나요?” ‘안전’이라는 업무 가치가 명확한 듀폰에서 이런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은 없다.


대신 어떻게 하면 안전을 지키는 선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조직을 운영할지 고민한다. 조직 구성원이 지켜야 할 규칙을 명확하게 구축해 그것을 따르도록 돕는 것. 이것이 '업무가치'(Work value)의 힘이다.

조직에는 다양한 구성원이 있고 일할 때 중시하는 가치가 다르면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관계 vs 업무, 속도 vs 품질 식으로 대치하게 된다. 조직이 중시하는 업무가치를 명확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업무가치를 가진 구성원끼리 함께 일한다면 서로 ‘내가 맞다,’ ‘네가 틀리다’ 등의 불필요한 갈등이 생긴다.


나의 최선이 상대에게는 미숙함이나 부주의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따라서 구성원 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행동을 한 방향으로 이끌려면 조직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과 기준을 정하는 게 좋다. 즉 ‘업무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다.

‘리더로서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원칙은 약속 준수입니다. 모든 팀원이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도록 서로간의 약속을 가장 중요시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팀 내에 이런 기준이 있다면 구성원들은 ‘약속 준수’만큼은 지키려고 할 것이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너는 집이 무슨 하숙집이냐?” 밖으로만 도는 자녀에게 이처럼 갑자기 화를 낸다면 아이는 당신을 더 피하려고 할 것이다. 차라리 평소에 미리 우리 집의 원칙을 주지시키자. “우리 집은 가족 간의 화목이 무엇보다 중요해. 아무리 바빠도 주말 아침은 같이 밥을 먹으면서 대화하자.”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자녀도 주말 아침 식사만큼은 참여할 것이다.

자율은 몰입을 이끌지만 방임은 갈등을 일으킨다. 조직에 다양한 구성원이 있다면 다양성이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우리 조직 구성원이 반드시 지켜야 할 ‘업무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