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을 뜻하는 ‘테크닉’(technique)의 합성어다. 온라인 금융거래, 크라우드펀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금융권 위주로 성장하던 핀테크사업에 전자상거래업체가 뛰어들었다. 포문을 연 곳은 소셜커머스 티몬이다.


금융상품 비교서비스는 주로 금융당국이나 금융사가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전자상거래업체가 이런 플랫폼을 구축한 것은 사실 무모한 도전으로 보였다. 하지만 티몬은 다양한 시도와 혁신을 추진하며 전자상거래업계 ‘금융부문 선도자’로 자리 잡았다.

이 혁신의 중심에 백인호 금융몰 총괄책임자(BO∙42)가 있다. 지난달 28일 티몬 본사에서 백인호 BO를 만나 지금까지 진행한 것과 앞으로 이룰 것에 대해 들어봤다.


백인호 티몬 금융몰 총괄책임자. /사진=임한별 기자
백인호 티몬 금융몰 총괄책임자. /사진=임한별 기자

◆“라이프사이클 맞춤 서비스에 초점”

올 초 티몬은 보험, 대출, 예·적금 및 투자상품을 한 곳에서 비교할 수 있는 금융몰을 오픈했다. 출범 당시만 해도 금융당국의 ‘금융상품한눈에’ 서비스와 다를 게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그야말로 조심스러운 시작이었다.

백 BO는 티몬 금융몰의 기획 단계부터 최종 마무리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한 인물이다. 그는 “금융몰은 예전부터 생각해온 아이템과 경영진의 관심영역이 일치하면서 발굴한 신사업”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단순 비교가 아닌 그동안 쌓아온 큐레이션 경험과 역량을 토대로 고객의 라이프사이클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고객이 건강·어린이·사망·저축·자동차·여행보험 중 원하는 상품 종류를 선택한 뒤 성별과 생년월일, 직업 등 최소한의 정보를 입력하면 금융몰에서 가입조건(보험기간·납입기간·가입금액)과 보장내용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신용카드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원하는 혜택과 연회비, 월 평균 카드 사용금액 등을 선택하면 이에 적합한 신용카드 상품이 좌르르 펼쳐진다.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 티몬 금융몰은 단순 상품비교서비스가 아닌 금융 상품을 선별·추천해주는 큐레이션서비스다.

“보험, 대출 등 금융상품은 한번 가입하면 10년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상품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입자의 상황은 계속 바뀌죠. 해당 상품 역시 금융사와 당국의 정책에 따라 달라지고요. 그러나 가입자 대부분은 가입상품이 자신에게 불리해져도 가입상태를 계속 유지합니다. 이 같은 불합리성을 개선해 누구나 편하게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개인정보 보안 강화를 위한 안심번호 정책을 시행하는 점도 눈에 띈다. 백 BO는 “보통 금융상품 상담전화를 할 때 연락처가 노출돼 고객입장에서는 해당 사이트나 보험사에서 계속 전화가 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안심번호 정책을 시행했고, 고객이 더 이상의 상담이나 상품 권유를 받고 싶지 않다면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몰에서는 건강·어린이·사망·저축·운전자·치아·주택화재·골프보험과 신용카드, 신용대출, P2P대출 및 투자 등을 판매한다. 아직까지 비교적 단순하고 가입이 편한 상품 위주로 구성됐다.


백 BO는 “오픈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아직은 검증을 거치는 단계”라며 “현재도 일부 금융사와 입점 계약을 진행 중이고 제휴사를 확장해 고객 선택권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내 자동차보험, 체크카드, 예∙적금, 담보대출 등의 카테고리를 추가할 계획”이라며 “핵심서비스가 될 ‘컨시어지서비스’의 경우 추가적으로 개발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올해 안에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컨시어지서비스를 도입해 상품관리·보장분석·전문가추천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티몬은 재무설계사, 변호사, 손해사정사 등을 갖춘 파트너사를 물색하며 서비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당장 수익을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처음부터 이 플랫폼(금융몰)은 수익을 바라고 만든 게 아니에요. 수익을 바라고 만들었다면 수수료가 높은 금융사만 유치하려 했겠죠. 하지만 그런 것은 고객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투입비용에 비해 수수료가 거의 없고 또 그로 인해 티몬이 손실을 본다 하더라도 금융몰은 계속 운영될 겁니다. 고객에게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해줌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것이 이 플랫폼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유연한 기업문화가 원동력”

포항공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전공을 달리해 IT분야를 거쳐 금융IT 분야에서 약 15년간 근무했다. 티몬에는 2015년 5월 입사했다. 티몬의 근무환경은 이전 직장의 수직적인 구조와 180도 달랐다.

“제 의견이 적극 반영되고 업무를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흥미를 느껴요. 경영진과의 논의가 수평적으로 이뤄지고, 동료들과의 협업도 수월합니다. 최근 2년이 가장 즐겁게 일하고 가장 많은 성과를 낸 기간이 아닌가 싶어요.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 유연한 기업문화가 티몬의 원동력이라고 봅니다.”

유연한 티몬의 기업문화는 그의 업무방식에도 녹아있다.

“업무를 하다 보면 많은 문제가 발생하죠. 어떤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때 한가지 방식만을 고집하기보다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이를테면 어떤 사업을 추진할 때 그 사업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도저히 어려울 경우 다른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식이죠. 안되는 것을 되게 만드는 게 저희의 업무라서 이런 것들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티몬은 구매자 수 1000만명 돌파를 목표로 삼았다. 이 중 금융몰 고객이 1000만 고객 중 5% 이상을 차지하는 게 백 BO의 올해 또다른 목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