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상근감사제를 폐지했다. 지난달 주주총회를 개최한 삼성생명·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KB손해보험 등은 일제히 상근감사제를 폐지하고 감사체계를 전원 사외이사 방식으로 전환키로 했다. 이로써 감사위원은 3명의 사외이사로 채워졌으며 의결 시 감사는 이사회 소속 감사위원회로 일원화된다.

일단 취지에 공감한다. 보험사들은 감사 투명성 강화를 위해 상근감사제를 폐지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외이사는 그 효용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회사 내 상근위원보다는 높은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상근감사제 폐지 취지에 쉽게 수긍이 가는 이유다. 

물론 보험사들이 상근감사를 폐지하는 게 오로지 투명성 제고 때문만은 아니다. 더 큰 이유는 관료 출신 감사의 영향력이 줄어든 탓이 크다. 

금융사의 상근감사 자리가 고연봉이 보장되는 당국 퇴직자의 ‘재취업창구’로 전락한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 이들 중 감사위원의 자격요건인 재무나 회계에 능통한 인물을 찾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금융사가 당국 출신을 선호한 이유는 대관업무 시 높은 효율성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현 공직자윤리법상 금융감독원 퇴직자는 3년간 금융사 상임(상근)감사위원이 될 수 없다. 현재 금융사에 재직 중인 금감원 출신 상근위원 대부분은 퇴직한 지 3년이 지난 인물들이다. 금감원·금융위 등에 입김을 불어넣기 힘들다.

최근 생보업계에서 터진 자살보험금 사태를 계기로 보험사들이 대관업무 효과에 한계를 느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보험사로선 사외이사보다 2~3배나 많은 보수를 지급하는 상근위원이 대관업무에서 효용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굳이 이 제도를 유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상근감사 폐지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기업경영에 효과적인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상근감사가 금융사와 당국 사이의 ‘오작교’ 역할을 하는 것은 감사 기능을 상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수첩] 보험사 '상근감사제 폐지' 오히려 기회다

물론 사외이사제가 건전한 감사체계의 해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외이사의 경우 여전히 ‘꿀보직’, ‘거수기’ 등의 꼬리표가 따라붙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상근위원보다 이사회 안건 의결 시 경영기조에 반하는 투표에 더 몸을 사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핵심은 상근감사제든 사외이사제든 기업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근감사제 폐지는 새로운 감사체계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상근감사제는 폐지됐고 더 나은 감사제도가 있다면 기업들은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사외이사의 인선과정에서의 투명성 제고, 감사성과에 따른 차등보수 지급 등 다양한 방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경영이 투명해진다는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