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칼럼] 적립식투자, '바겐헌팅' 해볼까
안윤철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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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이익을 얻는 투자방법은 간단하다. 가장 저점에서 투자해 가장 고점에서 매도하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저점과 고점을 정확히 알기 힘들다는 점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자산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는 데이터로 각종 모델과 전망을 산출한 뒤 이를 토대로 저점과 고점을 예견한다. 이런 예측으로 투자성공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시장예측확률이 높은 사람도 항상 투자에 성공할 수 없다. 이를 극복하는 유용한 방법 중 하나가 적립식투자다. 적립식투자의 장점은 자산을 매수하려는 시기가 저점인지 고점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이는 적립식투자가 수익을 늘리는 방법이 아니라 위험을 줄이는 투자라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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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위험 줄이고 수익 늘리는 ‘바겐헌팅’
그렇다면 위험을 줄이면서 수익을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 이럴 때 ‘바겐헌팅’(Bargain Hunting) 전략을 적립식에서 활용할 수 있다. 바겐헌팅은 원래 가치주투자전략이다. 최근 많이 언급되는 인기 주식을 사는 대신 저평가되고 싼 주식을 매입하는 전략으로 피터 린치 등 유명한 투자자가 사용한 바 있다.
물론 이 역시 싼 가격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고 그런 종목을 발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펀드를 통한 바겐헌팅이 추가적인 성과를 거두기에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역시 적립식투자와 결합되기 때문이다.
펀드를 통해 바겐헌팅을 시작하려면 일단 투자 유형부터 분류할 필요가 있다. 시장은 항상 사이클이 있기 마련이다. 투자의 1원칙인 분산투자를 위해서라도 몇가지 유형을 만들어보자. 국내주식, 해외주식, 채권형 등으로 나누는 것이다. 투자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 국내주식형은 대형주, 중소형주, 성장주, 가치주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해외 역시 선진, 이머징으로 나누거나 글로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미국, 유럽, 일본, 브릭스 등으로 분류해도 된다. 투자역량이 더 있다면 ETF(상장지수펀드)가 발달한 점을 감안해 IT, 에너지, 바이오 등의 섹터로 나눌 수도 있다.
유형을 나눴다면 일단 해당유형 중 좋은 펀드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좋은 펀드의 기준이 모호하지만 전략이 일관성 있고 꾸준히 벤치마크를 상회하며 짧은 기간 동안 매우 큰 성과를 보이는 것보다 장기성과가 꾸준히 우수한 펀드가 좋다. 투자자가 직접 분석하기 어렵다면 펀드평가사가 매기는 펀드등급을 참조하자.
또한 사전에 나의 목표수익 범위를 정해야 한다. 파생상품이 아닌 경우 자산이나 펀드성과의 최고한도는 사실상 없다. 하지만 사전에 적정한 기준을 정해야 싼 가격의 기준을 정할 수 있고 성과관리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범위가 없다면 앞으로 성과가 더 나올 것이라는 욕심 때문에 싼 가격에 매수하려는 전략에서 벗어날 위험이 다분하다.
◆가장 저평가된 자산, 적립식으로 매입
사전에 투자대상과 범위를 결정했다면 매수하면 된다. 이 단계는 간단하다. 가장 저평가된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자산이 장기적으로 성장한 것인지, 성장하지 않더라도 일시적인 자금흐름이나 쏠림에 의한 것인지는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다.
이를테면 원자재가격이 하락하면 관련국가나 산업의 가격이 함께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원자재가격의 생산비용이나 효용 등을 감안하면 하락의 한계가 있어 원자재 관련 산업은 일시적으로 저평가자산이 될 수 있다.
자산의 전부 혹은 상당부분을 투자하는 것이라면 역시 저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적립식을 이용해 조금씩 모으는 전략을 취하면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또 매월 자산의 가격을 살펴보고 시장전망은 좋으나 수익이 좋지 않은 자산을 매수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주식투자에서 흔히 얘기하는 ‘물타기’ 전략과 유사하나 분산된 자산에 투자하는 방법이어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하다.
이 같은 전략에는 두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우선 자산의 평균회귀 성격이다. 저평가되거나 고평가됐다면 자산의 가격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가격이 끊임없이 상승하는 자산이라면 저평가자산을 사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상승할 자산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저금리·저성장으로 대표되는 뉴노멀 환경에서는 무조건 상승만 하는 자산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반대로 자산이 반등없이 하락하는 경우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무조건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닌 좋은 펀드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고 좋은 펀드의 기준에서 벗어났을 경우에는 교체를 검토해야 한다.
한편 바겐헌팅은 추가수익을 낼 수 있는 측면에서 고안된 것인 만큼 기계적인 적립식투자보다 위험이 따른다. 앞서 바겐헌팅은 적립식투자로 위험을 줄이면서 추가적인 수익을 얻는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즉 가장 저평가된 자산을 확인한 뒤 수시로 매수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으로 적립식투자하는 것보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적립식투자이지만 적극적인 본인의 투자경험과 지식을 반영하는 방법이다.
공짜점심은 없다. 자산의 전망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하지만 합리적인 전망을 토대로 나름의 위험 수준을 감내해야 투자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지금 제안한 방법은 거치식투자의 위험을 줄이는 대신 적립식투자보다 조금 더 위험을 감수하는 방법으로 활용할 만하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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