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8일 새벽 구속 수감됐다. 금융권에서 현직 금융지주 회장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주가조작이다.


고객의 신뢰를 발판 삼아 성장한 금융회사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다니 충격적이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발전이 더딘 것일까. 아니면 BNK금융지주의 시간만 거꾸로 흐른 것일까. 물론 아직은 혐의에 지나지 않는다. 성 회장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 설사 그렇더라도 그의 이번 구속수감은 오명으로 남아 금융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성 회장의 혐의를 짚어보자. BNK금융은 지난해 초 유상증자 과정에서 계열관계의 은행을 통해 부산 중견건설업체 10여곳에 자금을 대출해줬다. 그런데 이 자금의 일부가 다시 BNK금융 주식을 매입하는 데 쓰였다. 검찰은 성 회장이 이 방식으로 BNK금융 주가를 끌어올려 주가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이번 주가조작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일선 지점장들이 지주회사 고위층의 지시를 받아 거래 건설업체에 BNK금융 주식매입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지점장의 권유로 주식을 샀다”는 건설업계 관계자의 진술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구속된 성 회장을 비롯해 최악의 경우 다수의 지점장까지 처벌될 위기에 놓인 것.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서 BNK금융지주도 위기를 맞았다. 그동안 성 회장이 추진한 글로벌 진출과 계열사 간 시너지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내부에선 비상대행체제를 가동했지만 회장 구속 후폭풍을 감내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주가도 하락했다. 성 회장이 구속된 다음날인 지난 19일 BNK금융지주 주가는 전일 대비 1.31%(120원) 하락한 9050원으로 마감했다. 여기에 금융회사로서의 신뢰도가 추락하는 등 내상도 심각한 상황이다.


성 회장이 구속된 이후 BNK금융 내부는 침묵에 휩싸였다. BNK금융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진행된 일이어서 특별히 전할 말이 없다”며 “조직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의 질서를 해치는 중대범죄에 속한다. 금융전문가인 성 회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BNK금융지주만의 문제가 아닌 금융권 전체의 과제로 봐야 하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두번 다시 이런 삼류범죄에 금융회사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고객의 자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금융회사도 투명한 경영으로 신뢰도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많은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남겼다. 시간이 거꾸로 흐른 BNK금융지주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