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후 부동산 대전망] 보유세 인상, '국회 문턱' 넘을까
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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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에서 ‘규제’는 가장 민감한 이슈다. 지난 박근혜정부 4년은 주택 취득세 인하와 기업 뉴스테이(임대주택)에 대한 세제혜택, 청약 규제완화 등 부양책을 가동해 부동산시장이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는 어느 때보다 강력한 부동산 규제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반면 무주택자나 서민들은 집값이 떨어지기를 기대한다. 기업뿐 아니라 내집 마련이 필요한 실수요자, 전월세 세입자 등 가계가 부동산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머니S>가 전월세상한제, 보유세 인상, 초과이익환수제 등 대선 이후 부동산시장을 좌우할 이슈를 짚어봤다.<편집자주>
19대 대선후보들이 부동산 세금정책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박근혜정부 4년 동안 부동산시장이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며 주거양극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지만 앞으로 세금규제를 강화할 경우 경제 전반의 침체를 부추길 수 있어서다. 내집 마련을 준비하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어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가는 형국이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 ‘뜨거운 감자’
부동산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지칭한다. 재산세는 부동산가액에 상관없이 모든 부동산 보유자에게 부과하는 반면 종합부동산세는 1주택자의 보유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 이상이거나 2주택자의 주택가격 합계가 6억원 이상인 경우 부과된다. 고액부동산 보유자와 다주택자의 투기를 규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는 보유세 인상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주요 정당 중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제외한 3당의 후보가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을 0.79%에서 1%로 상향하는 것을 장기과제로 언급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안 후보는 부동산 취득세 인하를 함께 제시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가장 많은 부동산 보유세 인상안을 내놓았다. 보유세의 실거래가 반영률을 80%로 적용하고 종합부동산세를 이명박정부의 감세 이전 수준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주택임대소득을 분리과세에서 종합과세로 전환한다는 내용도 공약에 담았다.
각 후보들이 내놓은 부동산 보유세 인상안은 주거정책의 중요과제인 서민 주거안정 등을 실현하는 데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서민 주거안정을 지원하려면 공공임대 등을 공급하기 위한 재원 마련이 필수적이어서다.
문제는 세금 인상을 반가워하지 않을 유권자가 적지 않다는 점.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에도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했다가 격렬한 조세저항에 부딪힌 일이 있다. 이에 후보들은 부동산 보유세 인상안에 대해 대체로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문 후보의 경우 공식적으로 공약에 포함시키지 않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언급한 정도에 그쳤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요 후보 중 심상정 후보만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공식적인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종합부동산세 등의 인상조치는 현실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고 원장은 “당장 공약에 포함되진 않았더라도 집권 후에 재정 확충을 위해 보유세 인상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설령 공약이 추진되더라도 법 통과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법개정 과정에서 국회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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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아파트단지. /사진=뉴스1 DB |
◆선진국·GDP 대비 낮은 보유세 어떻게?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는 GDP 대비 0.79%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09%와 비교하면 3분의2 수준이다. 따라서 부동산 보유세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한편에서는 주택투자규모 자체가 OECD 대비 적어서 선진국과의 비교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2013년 한국은행 조사기준 국내 주택 시가총액은 3147조원으로 GDP 대비 2.2배에 이른다.
일정한 소득 없이 주택자산만 보유한 계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2주택을 보유한 저소득 노인가구 등이 있으므로 지역수준이나 경제수준별로 과세기준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순히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과세 체계를 개선하는 노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 연구위원은 “동등한 가치를 지닌 부동산에 대해서는 과세도 동일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지역별·유형별로 다른 부동산일 경우 시장가격 대비 과세가격의 평가가 형평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과 수익형부동산의 보유세 차별도 논란거리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현행 주택은 공시지가 기준 6억~9억원에 부과하는 반면 상가나 오피스텔 등은 공시가격 합계가 80억원 이상일 때 과세대상이 된다.
◆보유세 인상, 주택거래 위축 얼마나
이론적으로는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하면 주택수요가 감소하면서 주택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부동산조세는 통상 경기조절 수단으로 활용된다. 실제 2005년 8·31대책을 통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방안이 발표되자 이후 주택건설 실적이 하락국면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는 외환위기 후 주택건설 실적이 정점을 찍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부동산경기 전체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
부동산 보유세와 주택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주택시장은 공급과잉과 가계부채 문제로 하락국면에 진입하기 직전이며 이런 상황에서 보유세를 강화하면 건설사와 금융기관뿐 아니라 가계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유세 강화 시기와 수준을 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단기간 큰폭의 보유세 인상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동산시장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인상하더라도 조세저항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이뤄질 것이고 과세표준에 따라 차등 적용할 경우 일부 구간의 반발이 예상되나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 후보 공약인 임대소득 종합과세 전환 때는 민간임대주택 공급이 감소하거나 집주인이 세금인상분을 전월세가격에 전가하는 현상이 우려된다. 현재 임대시장에서 민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90% 이상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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