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금천구의 집값은 언제나 최하위권이다. 금천구는 이렇다 할 업무지구도 없는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활발한 안양·광명 등에 둘러싸였음에도 개발이 더뎌 오래된 공장지대와 노후주택이 즐비하다. 1호선 금천구청역 인근에 들어설 '롯데캐슬 골드파크' 아파트를 중심으로 최근 집값이 꿈틀대지만 상대적으로 낙후지역이 훨씬 많아 전체 개발까지는 시간이 더 지체될 전망이다. 여기에 시흥재정비촉진지구는 주민 반대로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으며 제자리걸음이어서 엇박자 개발이 우려된다. 최근 금천구 일대 주택가를 찾아 집값 추이와 분위기를 살펴봤다.


시흥재정비촉진지구 인근 강남순환로(위)와 시흥대로. /사진=김창성 기자
시흥재정비촉진지구 인근 강남순환로(위)와 시흥대로. /사진=김창성 기자

◆잠잠한 시흥재정비촉진지구

지하철 1호선 석수역을 나와 왕복 10차선 시흥대로 건너편 시흥재정비촉진지구로 향했다. 석수역은 경기도 안양이지만 서울 금천구와 경계지역이라 바로 길 건너편에 시흥재정비촉진지구가 자리했다.


석수역 주변에는 새 브랜드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시흥대로 양 옆에는 아직도 오래된 공장지대가 즐비하고 대형 철재종합유통상가도 있어 분위기가 대비됐다. 새 브랜드아파트와 오래된 공장지대의 대조적인 풍경을 조금만 지나면 시흥대로 오른편(서울방향 기준)의 시흥재정비촉진지구에 도달한다.

골목에 들어서자 방금 전까지 봤던 새 브랜드아파트와 비교되는 노후 주택가 골목이 보인다. 간혹 깔끔하게 정돈된 다세대빌라도 눈에 띄었지만 대체로 어두침침한 노후 빌라가 가득했다. 골목도 차 한대가 겨우 지날 만큼 좁았다.


근처 시흥대로에 대형 철재종합유통상가가 자리한 탓에 좁은 주택가 골목에도 관련 철재공장들이 밀집돼 있다. 노후 다세대주택과 섞여 이곳이 공장지대인지 주택가인지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다.

근처 강남순환로를 지나 건너편의 또 다른 시흥재정비촉진지구 주택가로 향했다. 이곳 역시 노후 다세대주택이 밀집된 곳으로 분위기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앞선 곳보다 외관이 깔끔한 다세대빌라가 조금 더 많고 좁은 골목에 공장이 없다는 점만 달랐다. 


시흥재정비촉진지구에 있는 한 노후빌라. /사진=김창성 기자
시흥재정비촉진지구에 있는 한 노후빌라. /사진=김창성 기자

◆노후주택가가 품은 미래가치는 ‘교통’

“주변에 공원도 많고 대체로 조용해서 주거지로 나쁘지 않아요.”(주민 A씨)
“강남순환로까지 뚫려서 교통 환경이 크게 개선된 게 장점이죠.”(주민 B씨)
“1억원대로 깔끔한 빌라 장만하는 데 이만한 곳도 없어요.”(C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시흥재정비촉진지구에서 만난 주민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변 노후 주택가를 이같이 소개했다. 인근 안양·광명에 들어선 브랜드아파트와 달리 온통 노후빌라와 허름한 주택뿐이지만 나름의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주민들의 말대로 시흥재정비촉진지구는 충분한 미래가치를 품고 있다. 우선 서울과 안양을 잇는 왕복 10차선 시흥대로가 있어 출퇴근이 편리하다. 시흥대로에는 서울과 안양을 오가는 수십개의 버스노선도 있다.


여기에 지난해 7월 개통된 강남순환로가 석수역 인근 시흥대로와 만난다. 강남순환로를 이용하면 시흥대로를 타고 차로 10분 이상 가야 만나는 남부순환로를 거치지 않고 강남권 업무지구로 이동할 수 있다. 기존에는 교통체증이 있을 경우 1시간가량 걸리던 강남 이동시간이 강남순환로 개통 덕분에 절반으로 줄었다.

제2경인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등 광역 교통망이 인접한 것도 금천구 일대가 품은 풍부한 미래가치로 평가 받는다.

반면 엇박자 개발 우려도 존재한다. 시흥대로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자리한 시흥재정비촉진지구는 주민 반대로 지난해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반면 건너편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 인근 옛 도하부대 부지에 들어선 롯데캐슬 골드파크 단지는 완판행진을 이어가며 금천구의 새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롯데캐슬 골드파크 3차 공사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롯데캐슬 골드파크 3차 공사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롯데캐슬 골드파크, 금천구 집값 견인할까

현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시흥재정비촉진지구에 밀집한 노후빌라 시세는 1억5000만~3억원이다. 6억원과 11억원짜리 매물도 있지만 각각 넓은 대지의 단독주택이다.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가 대체로 서울시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다만 아직 개발이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앞으로 시세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낙관했다.

시흥재정비촉진지구 집값이 최대 3억원선에 머물러 있고 대체로 1억원 중반에서 2억원대 매물이 주를 이루지만 금천구청역 인근에 지어지는 롯데캐슬 골드파크가 금천구 부동산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롯데캐슬 골드파크는 금천구 독산동 도하부대 이전 부지를 개발한 압축형 복합도시로 인근 지역에 비해 노후주택 비율이 많은 금천구 일대의 새 랜드마크로 손색없다는 평가다.

최근 시세도 이를 증명한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롯데캐슬 골드파크 1차 전용면적 84㎡A형은 최근 5억8000만원대에 시세가 형성됐다. 이 주택형의 분양가가 4억8000만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억원가량 오른 셈.

완공된 1차를 제외하고 2~4차는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최대 47층에 달하는 주상복합건물(3차)이 내년 10월 들어서는 등 개발이 더뎌 노후주택이 즐비한 길 건너 시흥동 상황과는 크게 대비될 것으로 전망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