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작업이 미궁 속을 헤매는 분위기다. 채권단은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산적한 장애물과 정치권 외풍에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회사의 실적부진이 겹쳐 기업가치가 연일 하락세다. 이런 상황에서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거론돼 근로자와 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상표권 vs 채무연장, 팽팽한 줄다리기


금호타이어 매각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더블스타에 매각하려는 채권단과 이를 막으려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금호그룹과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각각 상표권과 채무연장 카드를 들고 맞서는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는 금호그룹이 상표권을 빌미로 매각에 제동을 거는 가운데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채무연장을 무기로 매각지연 리스크를 털어내려 맞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각 불발 시 법정관리 가능성이 거론된 것 역시 이런 상황에 기인한다. 금호타이어는 이달 말까지 1조3100억원을 채권단에 상환해야 한다. 채권단이 상환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으면 금호타이어는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 5일 금호산업에 '상표권 5+15년' 보장과 '사용료율 연 매출액의 0.2%'를 허용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법정관리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더블스타와의 계약을 마무리 짓는 기간인 오는 9월까지만 채무 상환을 우선연장한 점을 고려하면 금호그룹 측이 상표권을 불허해 매각을 지연시킬 경우 상환을 더이상 연장시켜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뉴스1 황희규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뉴스1 황희규 기자

채무연장 카드로 압박하는 채권단 앞에서 금호그룹은 한발 물러설 것으로 보인다. 만약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단이 담보로 잡고있는 금호홀딩스 지분이 위험한 상황이라 박 회장이 버티기 전략에 나서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더블스타에 매각이 불발될 경우 금호타이어 중국법인이 빌린 2900억원 규모의 현지금융기관 차입금 상환연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다만 상표권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걸림돌은 많다. 인수조건으로 5년간 채무상환을 연장해달라는 더블스타의 요구에 대해 산은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채권자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최대 채권자(지분율 33.69%)인 우리은행이 반대할 경우 채무연장은 부결된다.

매각작업이 시작된 후 금호타이어의 실적과 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더블스타가 가격조정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더블스타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난 1월18일 종가 기준 8930원이었던 금호타이어 주가는 최근 7000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에 변수가 많다는 점을 알고 채권단과 금호그룹의 움직임을 관망하고 있다”면서도 “남은 협상과정에서 주가하락, 실적부진 등을 이유로 추가 가격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새정부 출범, 불확실성 더 커져


여기에 새 정부 출범도 금호타이어 매각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SNS를 통해 “금호타이어가 쌍용자동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며 “매각의 우선원칙은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더블스타 매각에 간접적이나마 반대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호남 기반의 정치인들은 노골적으로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반대했다. 특히 문재인정부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이용섭 전 의원은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파는 것에 반대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문재인캠프에서 금호타이어의 중국 매각을 우려하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매각은 직원들의 고용승계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이 부위원장이 관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금호타이어. /사진제공=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 /사진제공=금호타이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거취가 불확실해진 것도 매각의 추진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의 임기는 2019년 2월로 아직 2년 가까이 남았지만 앞선 산업은행 회장은 모두 정권과 함께 교체된 바 있다. 금호타이어가 방산부문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매각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변수다.

이런 정황들로 인해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협상종결기한인 오는 9월23일까지 더블스타로의 매각작업을 완료하지 못하면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부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더블스타는 사실상 중국 국영타이어기업이다.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했을 때 정부차원에서 매각에 개입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정부가 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은 분명하지만 중국과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식적으로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채권단과 더블스타의 협상이 실패하고 우선매수청구권이 부활하더라도 박 회장이 개인자격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박 회장의 그룹재건 과정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한 김상조 전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새 정부의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점도 금호그룹엔 부담이다.

김 내정자는 경제개혁연대 소장 재임 당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금호산업 인수 당시와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철저히 살펴보고 인수적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