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플래그십도 다를 수 있다, 캐딜락 CT6 프리미엄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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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맨의 세단은 종종 수트와 비교되곤 한다. 규격화돼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나타나는 개성은 비즈니스맨의 성격을 잘 드러내서다. 수트가 한가지 종류만 있는 게 아니듯 세단의 성격도 다양하다. 젊은 사람들이 입는 몸에 딱 들어맞는 수트처럼 진취적이며 공격적인 느낌의 세단이 존재하는 한편 노신사의 수트처럼 권위와 여유를 나타내는 세단도 있다. 대부분 브랜드가 내놓는 플래그십 세단은 후자에 가까웠다. 압도적인 사이즈와 여유로운 공간, 후열 탑승자에 치중한 하체는 플래그십 세단을 설명하는 키워드였다.
하지만 최근 이런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잘 관리된 몸에 꼭 들어맞는 수트를 입는 장년층이 늘어난 것처럼 플래그십 세단의 성격도 다양해진 것. 최근 시승한 캐딜락 CT6는 여유로움보다는 진취적인 느낌을 풍기는 수트다. 명품을 만들던 브랜드가 가성비와 실용성을 고려해 만들었다. 특히 하위트림인 프리미엄 모델은 벨트와 시계 등 거추장스런 장신구를 벗어던지고 간결함과 실용성을 강조했다.
◆ 간결함에서 느껴지는 럭셔리
주차장에서 처음 마주한 CT6의 느낌은 신선했다. 독일차 위주인 국내 수입세단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미국식 디자인이다. 5미터가 넘는 압도적인 전장길이와 직선으로 구성된 라인들은 독일 세단들의 섬세한 라인과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간결한 디자인은 미국브랜드인 링컨 컨티넨탈보다도 강하게 느껴졌다.
전면부의 거대한 그릴에 새겨진 엠블럼과 수직으로 배열된 헤드라이트의 조화는 굉장히 남성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측면은 디테일을 최소화하고 비례감만을 강조했다. 휠베이스와 보닛을 길게 뽑아 세련되면서도 가볍지 않은 느낌이 든다. 다른 브랜드의 플래그십보다 전장이 50㎜이상 길지만 둔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20인치 휠의 존재감도 뚜렷하다. 후면부 역시 수직 형태의 리어라이트와 V라인을 통해 단순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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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다른 브랜드의 플래그십에 비해 화려함을 억제하고 간결한 고급스러움을 추구했다는 느낌이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등에는 기존 고급차에 사용되는 천연가죽과 원목 등의 소재 뿐 아니라 탄소섬유 등 특수소재가 다양하게 적용돼 더욱 정돈된 인상을 풍긴다.
운전석에 앉으면 기존 플래그십이 강조하는 아날로그적인 요소들을 많이 벗어던졌다는 점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위치한 10.2인치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패널을 중심으로 좌우와 하단에 V자로 구성된 버튼 대부분은 감압식 터치방식이다. ‘전통’이라는 굴레에 매여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는 타 브랜드와 달리 신선하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크롬으로 도배된 아날로그 버튼보다 오히려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느껴졌다.
다만 조작은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직관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 호불호가 갈린다. 비상등 버튼마저 터치방식으로 구성한 것과 터치버튼에 지문이 잘 묻는다는 점이 가장 아쉽게 느껴졌다. 공조기 버튼은 아날로그 버튼을 위아래로 조작할 수 있게 했는데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직관적이어서 편하다.
디스플레이는 직접 터치해 조작이 가능한데 이와 별도로 기어봉 옆에 마련된 터치패드로도 조작이 가능하고 글씨를 직접 입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용이 쉽지 않아 적응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운전석 공간은 여유롭고 시트는 기존 플래그십에 비해 단단하면서도 운전자를 감싸안는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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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래그십의 운전도 재밌다
시동을 걸고 도로로 나갔다. 도심구간에서 가속감이 부드럽다. CT6에는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39.4kg.m를 발휘하는 V6 3.6리터 직분사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장착됐다. 2016년 워즈오토 10대 베스트 엔진으로 선정된 엔진이다.
파워트레인의 출력도 뛰어나지만 차체가 가벼워 동급대비 더욱 부드러운 가속이 가능하다. CT6는 캐딜락의 새로운 차체구조인 오메가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탄생한 차다. 공차중량은 동급 크기의 벤츠 S클래스와 7시리즈 대비 100㎏ 이상 가볍다. 차체의 총 64%에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하고 접합 부위를 최소화한 덕분이다. 최적의 차체를 구현하기 위해 20만회에 육박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거쳤다는 게 지엠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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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에서 큰 체감을 하기는 어렵지만 에너지 효율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찾을 수 있다. 스티어링휠 버튼을 아래로 두번 누르면 계기판에 실시간 엔진 효율이 표시되는데, 때때로 ‘V4’라는 표시가 나타난다.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기능이 활성화 된 것이다. 6기통 엔진의 실린더를 모두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경우 4개의 실린더만 활성화 시켜 운행효율을 높이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운전자가 임의로 활성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중속(60~90㎞/h)으로 운행할 때 이따금씩 나타난다. 이와 함께 오토 스톱 앤 스타트 기능도 기본 적용됐다.
도심구간을 지나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톨게이트를 지나 가속페달을 깊이 밟았다. 기본 주행모드인 ‘투어링’ 모드임에도 가속은 거침없다. 고성능세단을 방불케하는 배기음을 내뿜으며 날카롭게 속도를 올린다. 8단 자동변속기는 RPM이 크게 오르기 전에 부드럽게 기어를 바꿔준다.
차체의 움직임도 인상 깊다. 차를 흔들면 단단하게 도로를 움켜쥐고 민첩하게 움직이려는 성향이 강하다. 기존 플래그십의 세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마치 스포츠세단을 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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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시승한 차량은 하위트림인 프리미엄이다. 가격은 7880만원으로 상위트림인 플래티넘에 비해 1800만원 저렴하다. 대신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 나이트 비전 등 첨단 사양이 제외됐고 후열 탑승자를 위한 편의사양도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이 차가 차지하는 포지션을 고려하면 프리미엄 트림의 의미는 크다. 오너 드리븐 위주로 차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후열좌석의 사양은 큰 의미가 없어서다. 또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과 액티브 리어스티어링 등의 기능은 승차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이것이 운전의 재미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두 기능이 적용되면 후열좌석 탑승자는 편하겠지만 운전의 재미는 반감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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