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제공)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제공)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 의혹을 받고 있던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에 대한 수사중단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코미 전 국장은 수사국에서 해임된 지 한 달만에 열린 이날 청문회에서 차분하게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증언을 내놨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플린을 그냥 보내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코미는 "나는 그 말을 지시(direction)로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 행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특검이 판단할 몫"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코미는 트럼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들은 발언들에 대해 "플린 수사를 중단하라는 명령으로 느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관련 수사 자체를 중단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코미는 해임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FBI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해임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 이유를 댔다며, "나와 FBI의 명예를 거짓말로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FBI에 대해 '엉망진창(disarray)'이라며 비난한 것을 두고도 "명명백백한 거짓말이다. FBI 조직원들과 미국 국민들이 그런 말을 듣게 만들어 너무나도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기록한 이유에 대해서는 "나와의 만남에 대해 나중에 거짓말을 할까 걱정돼서 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에는 대화를 기록한 적이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가지고 있는 듯 말한데 대해선 "테이프가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앞서 자신의 메모가 뉴욕타임즈를 통해 유출된 경로에 대해서는, 컬럼비아 법대에 재직 중인 교수 친구에게 전달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특검 임명을 위한 의도된 행위였음도 시인했다. 그는 현재 메모들을 특검 수사관들에게 넘겼다고 전했다.

코미 전 국장은 러시아의 지난해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2015년 여름부터 미국 기관들에 대한 러시아의 사이버공격이 급격히 늘어났고, 대선과 관련해 수백 수천개의 기관들을 공격했다는 것이 코미의 증언이다.


한편 청문회 후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쟁이가 아니다"며 FBI에 대한 트럼프의 러시아 관련 수사 중단 압력을 다시 부인했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마크 카소위츠도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대통령은 수사 중단을 요구한 적도, 코미에게 충성을 요구한 적도 없다"며 이번 청문회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코미가 대통령 발언을 지시로 받아들였을 뿐 직접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