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줌뉴스] 핑크 배려석, 누구를 위한 자리인가
김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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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안에는 교통 약자와 장애인,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고객 등 열차 이용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교통 약자석이 마련돼 있습니다.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는 초기 임산부를 배려하여 자리를 비워두시기 바랍니다.”
아침 출근길, 광화문으로 향하는 5호선 지하철 안. 북적이는 사람들 틈으로 장애인 보호석 및 배려석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정작 임신부들이 앉아야 할 배려석에는 30대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앉아 있었다.
해당 남성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남성 앞으로 초기 임신부로 보이는 한 여성이 핑크색 ‘임산부 먼저’라고 적힌 배지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게임 중간 고개를 들어 역 위치만 확인한 이 남성은 임산부 배지를 보고도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
다른 자리도 마찬가지. 임산부 배려석에는 주로 중년의 남성과 여성, 젊은 남성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2013년 12월 임산부를 배려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임산부 배려석은 시행 4년이 된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진 게 없어보였다.
사람들의 인식도 여전히 제자리다. “임산부가 오면 비켜주면 되지 않느냐”, “임산부 배려가 오히려 역차별을 만든다”, “자리를 비워둘 순 없지않냐”, “임산부만 힘든 게 아니다” 등등….
물론 임산부라는 이유로 무조건 자리에 앉아야 하고 무조건적인 양보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아니다. 다만 분명한 건 임산부들은 ‘배려 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이다. 적어도 임산부 배려석에 앉기 전에 “여긴 임산부를 위한 자리”라는 망설임과, 임산부가 보이면 자리를 양보하는 정도의 시민의식은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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