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대 A씨는 임시보호소에서 생활한다. 지난해 지역 사회복지사가 A씨의 아들에게 “모친이 주거지에서 강제 퇴거할 예정”이라며 “화상을 입어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연락을 수차례 했지만 회신은 없었다. A씨의 아들은 2014년 A씨의 집을 경매에 넘겨 경매배당금 2억8000만원을 챙겼다. 그 집에 A씨를 홀로 남겨둔 채 아들은 자취를 감췄다. 이후 A씨는 아들을 볼 수 없었다.


#. 지난달 50대 남성이 치매에 걸린 70대 어머니 B씨를 살해해 암매장했다고 자수했다. 노모를 살해한 아들은 지난해 3월께 치매에 걸린 B씨를 돌보기 힘들어지자 누워 있던 어머니 얼굴을 베개로 눌러 살해했다. 이어 현관 계단 아래에 벽돌과 시멘트를 이용해 모친의 시신을 묻었다.

평균수명 연장과 함께 노인인구가 늘면서 폭력, 방임, 살해 등 노인학대 문제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노인학대 발생이 12%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인학대 10건 중 9건이 가정에서 발생했으며 가해자는 아들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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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늘어나는 노인학대… 5년새 20%↑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는 4280건 발생해 전년(3818건) 보다 12.1% 늘었다. 2012년 3424건에서 2013년 3520건, 2014년 3532건, 2015년 3818건 등으로 5년 새 20%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노인학대 4280건 중 3799건(약 89%)이 가정에서 발생했다. 이어 생활시설(238건, 5.6%)과 공공장소(94건, 2.2%), 병원(24건, 0.6%) 순이었다. 가정에서 발생한 노인학대의 경우 ‘정서적 학대’가 41.3%(2546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체적 학대’가 31.9%(1962건), 방임 9.7%(597건), 경제적 학대 7.4%(455건) 등이다.


생활시설 내 노인학대의 경우 방임이 40.7%(122건)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 29%(87건), 정서적 학대 16%(48건), 성적학대 11.7%(35건) 등이었다.

노인학대 가해자(복수)는 4637명으로 이 가운데 68%(3156명)가 가족이었다. 아들이 1729명(37.3%)으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 952명(20.5%), 딸 475명(10.2%) 등으로 집계됐다.


신고되지 않은 경우를 감안하면 노인학대 피해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노인학대 신고자는 노인 본인보다 관련 기관 종사자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받은 노인 학대 신고에서 관련 기관이 39.1%로 가장 많았으며 피해 노인 스스로 신고한 경우는 18.9%에 불과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주변에서 노인들의 학대 정황을 발견하고 노인보호전문기관 등에 신고해도 자녀가 처벌받는 것을 원치 않아 학대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사결과보다 훨씬 많은 학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피해노인이 학대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없다면 제대로 조치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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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발견 및 재발 방지 중요”

전문가들은 노인학대가 늘어난 건 경제∙사회적인 문제가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형제자매가 많고 친인척이 함께 노인을 돌보던 과거에는 부양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저출산과 핵가족화로 부양부담이 커졌고 자녀나 배우자 1∼2명이 부양을 포기하면 노인은 방임상태에 놓이게 된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노부모 방임∙유기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은 사회∙경제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며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부모를 봉양하기 힘든 사람이 늘어났고, 전통적인 효 개념과 부양의식이 약화된 것도 주원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해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부모인 노인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 만큼 상담과 치료 등을 통한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면서 “또 자식이 부양에 대한 부담 때문에 노쇠한 부모를 충동적으로 유기∙방임하지 않도록 조기에 개입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보호기관이 가정이나 시설에서 학대 여부를 조사하는 권한을 강화하고 피해자와 학대행위자 모두에게 치료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복지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경준 중부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보호전문기관 등의 인프라 확충 및 사례관리체계의 고도화를 통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학대예방과 조기발견 및 신속한 대응으로 2차적 학대를 줄일 수 있도록 지역사회 내 협력체계 활성화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부양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차원의 부담이 학대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기 위한 안정적 부양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중년층 및 노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개인 사회적 상황과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도록 사회지원책이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노인관련 문제의 예방과 실질적 개입에 유용한 노인상담의 인식이 제고돼야 한다”며 “상담체계에는 피해자로서의 노인뿐 아니라 가해자로서의 노인에 대한 전략적 접근과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노인학대가 매년 증가함에 따라 올해부터 학대 피해노인 보호업무를 수행하는 노인보호전문기관과 노인전용 쉼터를 확충할 방침이다. 최근 5년간 노인학대가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학대 피해노인 전용쉼터는 1개소(2011년 16개소→2017년 17개소) 늘어나는 데 그쳤다. 또한 복지부는 노인시설 종사자 및 입소 노인을 대상으로 학대예방교육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