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KT와 LG유플러스의 ‘밀월’
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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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동통신업계 2위와 3위인 KT와 LG유플러스가 1위 SK텔레콤에 맞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했다. 지난 17일 양사는 ‘협대역(NB)’ 사물인터넷(IoT) 생태계 확대를 위해 NB-IoT분야에서 손을 맞잡은 데 이어 20일에는 통합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연합을 공고했다. 지니뮤직, 스팸차단 앱, 번호안내 공동서비스부터 내비게이션 통합, NB-IoT로 이어진 양사의 협력은 올해만 벌써 다섯번째다.
지난 17일 KT와 LG유플러스는 NB-IoT 기술시험을 위한 연구소를 서로 공유하고 앞으로 NB-IoT 개발 지원, 네트워크 연동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NB-IoT는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되고 있는 IoT 전용 통신기술로 소규모 데이터 전송에 적합한 특징을 지닌다.
업계관계자들은 SK텔레콤의 ‘로라’(LoRa)보다 NB-IoT가 더 유리한 측면이 많다는 입장이다. 우선 NB-IoT 기술은 면허대역을 써서 보안 측면에서 SK텔레콤의 로라보다 앞선다. 뿐만 아니라 NB-IoT는 이동통신 표준화 기술협력기구(3GPP)의 표준기술로 수출시장에서 월등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로라의 가장 큰 무기인 비용면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기존 기지국 장비교체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망을 구축할 수 있어서다.
양사의 이번 협약으로 IoT 단말기 개발업체들도 큰 수혜를 받았다. 이들은 앞으로 두 통신사 가운데 한곳에서만 인증을 통과하면 상호인증을 자동 취득하게 된다. 또 NB-IoT 기술 개발업체는 서울 상암동과 경기 판교에 위치한 두 기업의 NB-IoT랩에서 네트워크 연동시험을 할 수 있으며 다양한 지원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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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위의 ‘국경 없는 협력’
지난달에도 KT와 LG유플러스는 스팸차단서비스에서 같은 배를 탔다. LG유플러스가 KT 계열사인 ‘후후앤컴퍼니’와 손잡고 전화번호 스팸 차단, 전화번호 검색, 스미싱 탐지 등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다.
후후-유플러스는 최근 문제가 되는 스팸, 보이스피싱 등 악성 전화번호를 사전에 식별하는 서비스로 다양한 스팸 차단 옵션을 통해 불필요한 전화를 차단할 수 있다. 또 위치기반서비스(LBS)기능을 추가해 음식점·병원·은행 등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 사용자의 편의를 극대화해준다.
이를 두고 업계는 SK텔레콤의 ‘T전화’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T전화는 상당히 우수한 품질로 호평을 받은 서비스”라며 “이를 견제하기 위해 두 업체가 손을 맞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4월에는 LG유플러스가 KT의 자회사였던 지니뮤직에 267억원을 투자하면서 음원콘텐츠시장의 판세를 바꿨다. LG유플러스는 지니뮤직의 지분 15%를 획득하면서 2대주주로 부상, 단순 사업협력이 아닌 공동투자자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양사의 수장이 남긴 말도 인상적이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소모적 경쟁을 지양하고 음악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황창규 KT 회장은 “우수한 기술과 폭넓은 사업역량을 갖춘 기업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양사가 가진 IoT 기술과 KT 기가지니 등 인공지능(AI) 역량을 결합하겠다”고 화답했다.
양사의 동맹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3월 방글라데시의 1033억원대 ‘광대역 무선통신망 구축사업’에서 SK텔레콤은 ‘SK주식회사C&C’라는 연합 컨소시엄으로 입찰에 참여했는데 이때도 KT와 LG유플러스는 ‘반(反) SK텔레콤 연합’을 구축한 바 있다. 당시 KT와 LG유플러스는 방글라데시 정부에 “SK주식회사C&C가 컨설팅업체와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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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송원영 기자 |
◆연합전선 언제까지 이어질까
KT와 LG유플러스가 점차 넓은 범위에서 협력을 가속화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풀이한다.
지난해 말 기준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무선통신 가입자 수는 각각 2624만명, 1890만명, 1249만명이다. 총 5763만명의 가입자 가운데 SK텔레콤이 45%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면서 위기를 느낀 KT와 LG유플러스가 힘을 합쳤다는 것.
두 기업의 연대는 지난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전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당시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이동통신시장의 점유율을 고착화하고 IPTV시장 1위 KT를 턱밑까지 추격, 양강구도를 만들겠다며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피력했다. 이에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게 되면 방송·통신시장의 독과점이 심화되고 소비자 이익이 저해된다며 거세게 반발해 합병안을 무산시켰다.
전문가들은 KT와 LG유플러스의 연합전선을 두고 “SK텔레콤이라는 당면한 과제 덕분에 한동안은 견고하게 유지되겠지만 각각 생각하는 바가 다른 만큼 오래 지속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한 전문가는 “양사의 협력은 비통신분야의 선점을 위한 일시적 현상”이라며 “이통3사의 본업인 무선사업에서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감소·포화상태에 다다른 만큼 성장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일 뿐”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8호(2017년 7월26일~8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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