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KT와 LG유플러스가 또 손을 맞잡았다. 벌써 다섯번째다.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 음원서비스 등 각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온 양사가 내비게이션업계의 강자 팅크웨어까지 끌어들여 제대로 일을 벌인 것.


모바일 내비게이션은 자율주행서비스 구현에 필수적인 플랫폼이다. 현재 SK텔레콤 ‘티맵’의 월 이용자가 1000만명에 육박하는 등 압도적인 선두를 차지하는 가운데 각사가 독자적으로 티맵에 대응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손잡은 협업이다. 이번 협력으로 700만명에 이르는 잠재적 사용자를 보유하게 된 ‘원내비’의 성능은 어떤지 체험해봤다. 

/사진=박흥순 기자
/사진=박흥순 기자


◆단순·간결하지만 다 갖췄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25일 오후 원내비를 스마트폰에 설치한 후 직접 도로를 주행했다. 평소 사용하던 차량 매립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고 무작위로 목적지를 검색, 주행해봤다.

원내비의 첫 인상은 단순함이었다. 매립형 내비게이션의 화려한 그래픽에 익숙했던 터라 원내비의 심플한 화면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평소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과 비슷한 인터페이스 덕분에 금새 적응할 수 있었다. 차량 시동을 걸고 목적지를 입력하자 원내비는 최적화된 루트를 검색했다. 도로 상황에 맞는 경로를 검색하는 데 걸린 시간은 3초 내외로 상당히 빨랐다. 다소 복잡한 진출입로가 있는 수인산업도로 인근 목적지로 출발하자 원내비는 빠르게 위치 보정을 끝내고 길안내에 나섰다.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앱은 차량 스피커를 비롯한 외부 스피커에 연결하지 않으면 고속 주행시 안내음성이 주행풍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 불편함이 있다. 이에 블루투스가 없는 차량 운전자 혹은 고령의 운전자들은 내비게이션 앱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원내비는 고속으로 주행할 때도 적절한 음량을 구현했다. 간혹 음성 길안내 설명 도중 말이 끊기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점을 빼면 훌륭한 수준이었다.

원내비의 안내를 받아 수인산업도로를 달리면서 문득 재탐색 속도는 얼마나 빠른지 궁금해졌다. 이에 우측도로로 진입하라는 원내비의 안내를 무시하고 직진을 택하자 원내비는 5초가 채 지나지 않아 새로운 경로를 안내해줬다. “경로를 이탈해 재탐색합니다”라는 거추장스럽고 불필요한 설명도 없었다. 적어도 재탐색 관련 기능에서만큼은 기존 매립형 내비게이션과 별다른 차이를 체감하지 못했다.


또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면서 가장 불편한 점 가운데 하나였던 ‘골목찾기’ 기능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기존 내비게이션들은 “500미터 앞 교차로에서 우회전입니다”라는 방식으로 길안내를 했지만 원내비는 사용자의 편의에 맞춰 실제 주행 중 주변 지형 지물을 활용한다. “우측 이마트를 지나서 바로 우회전하세요” 같은 방식의 음성안내 덕분에 처음 운행하는 길이었음에도 큰 무리없이 목적지로 갈 수 있었다.

원내비 주변정보 캡쳐
원내비 주변정보 캡쳐


◆화장실 안내·완전 무료… 사용자 편의 최우선

체험에 사용한 기기는 LG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 X500이다. 제품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모델이지만 고가의 스마트폰보다는 성능이 떨어진다. 그래픽 기능이 떨어지는 스마트폰에서도 원내비는 만족할 만한 그래픽 처리속도를 보였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은 대부분 높은 수준의 그래픽 처리속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처리속도가 늦다면 버벅거리거나 뚝뚝 끊기는 느낌의 길안내를 받을 수 있다. 원내비는 중저가 모델에서 실행했음에도 주행 중 부드러운 그래픽 처리를 보여줬다.

원내비를 사용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기능은 ‘주변정보 안내 기능’이었다. 그중 특히 화장실 안내와 경로상 최저가 주유소 안내는 독특하고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두가지 기능은 운전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정보임에도 대부분의 내비게이션이 제공하지 않는다. 주유소 정보의 경우 단순히 경로상에 위치한 가격 정보만 표시해줄 뿐 어떤 주유소가 가장 저렴한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원내비는 “전방 500미터 앞에 경로상 최저가 주유소입니다”라는 음성안내를 통해 운전자의 편의를 극대화했다.

다만 복잡한 교차로의 경로 안내를 돕는 ‘움직이는 교차로’ 기능은 사용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상·하 두개의 구역으로 분할돼 제공되는 교차로 안내 그래픽은 작은 화면에 너무 많은 정보를 담았다는 느낌을 줬다. X500의 화면이 5.5인치로 작은 화면이 아니었음에도 운전 중 화면 속의 내용을 모두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통신사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원내비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기존 고객의 경우 간단한 업데이트를 통해 원내비를 사용할 수 있다. 앱을 다운로드 받거나 업데이트를 시행할 때 데이터통신비가 나가는 것 외에는 전혀 비용이 들지 않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9호(2017년 8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