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톡] 사드 먹구름에도 '햇살주' 있다
장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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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유통주, 사드 공포에 ‘털썩’
새정부가 들어서면 완화될 것 같았던 중국과의 관계가 여전히 싸늘하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재논의를 공약으로 내걸어 중국과의 관계 회복 기대감을 키운 바 있다. 하지만 반복된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최근 문 대통령은 사드발사대 임시배치를 추진했고 중국은 이에 항의했다.
이 같은 지정학적 갈등은 주식시장에도 전염됐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직격탄을 맞은 화장품·유통·면세점업종의 주가는 사드 임시배치 결정 후 우수수 떨어졌다. 중국과의 관계회복이 요원하다는 전망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한때 증시를 주도했던 이들 중국관련주는 언제 다시 옛 영광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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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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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타격받은 화장품·유통주
사드발사대 배치 결정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31일 국내주식시장에서 화장품주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7500원(-2.58%) 하락한 28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5월 19대 대통령선거 즈음 36만원선을 호가하던 주가가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밟은 것이다. 이날 LG생활건강도 1%대의 낙폭을 보였고 한국콜마(-3.79%), 코스맥스(-5.05%), 코리아나(-8.83%), 한국화장품(-6.34%)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유통주와 면세점주도 칼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롯데쇼핑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8.52% 하락한 26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호텔신라(-2.40%), 신세계(-1.45%),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1.72%) 등 면세점주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이들 종목이 하락한 이유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대응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임시배치를 추진하면서 중국의 반발 성명이 나왔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북한은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의 2차 시험발사를 강행했다. 도발 직후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하고 잔여 사드발사대 4기 배치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한국의 관련 조처를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중국은 미국의 사드 배치 입장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와 관련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빗나간 행보라 시장에 주는 충격이 더 컸다.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지속된 중국의 보복조치는 이미 화장품·면세점업계의 실적부진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25일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58% 감소한 1016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 분기보다 68% 감소한 수치로 이익감소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매출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17%, 60% 줄어든 1조2050억원, 774억원을 기록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끊기면서 국내 면세점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줄어든 탓이다. 2분기 면세점에서 나온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감소했다.
롯데쇼핑도 중국인관광객 감소와 중국 내 마트 영업정지 영향으로 2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2분기 영업이익은 87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9% 감소했다. 특히 롯데백화점의 영업이익이 44.8% 줄어든 61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롯데백화점은 업계 내에서 중국인관광객 매출비중이 가장 높다. 또 현재 대부분의 점포가 영업정지 중인 중국 롯데마트의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6%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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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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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실적이 말해주는 주가 전망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증권가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사드 피해업종 내에서 실적을 기반으로 종목 차별화를 꾀한 것.
먼저 아모레퍼시픽은 2분기 실적 발표 후 6개 증권사에서 목표주가가 하향조정됐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면세점 매출 감소와 함께 백화점 등 국내 다른 유통채널도 중국인관광객의 소비부진으로 타격을 입었다”며 “계속되는 어닝쇼크에 대한 부담으로 오는 3분기 실적회복 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주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아모레퍼시픽의 목표주가를 기존 34만원에서 11% 하향한 30만원으로 조정하고 투자의견 ‘보유’를 유지했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 시장전망치보다 11% 높은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LG생활건강은 7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올렸다. LG생활건강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늘어난 23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희재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사업을 영위해 사드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이 돋보인다”며 “하반기에도 유연한 위기 대처능력과 중국시장에서의 럭셔리 브랜드 침투율 확대로 실적과 주가 방어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를 120만원으로 기존보다 9% 상향했다.
유통·면세점업종 내에서도 전망은 엇갈렸다. 2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롯데쇼핑은 5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내렸다. 박종렬 현대차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실적은 주력사업인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부진으로 시장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며 “3분기까지는 영업이익의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시장컨센서스를 상회한 호텔신라에 대해서는 8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했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인 방한객이 2분기에 65.7% 급감했음에도 객단가 상승으로 국내 면세점 실적 감소폭이 작았고 호텔과 레저부문의 외형 및 이익 증가도 예상보다 컸다”며 “중국인관광객 감소 우려는 최근 업계의 자연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추가적인 관광객 감소도 없을 것으로 예상돼 개선 가능성이 큰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기존대비 39.6% 상향한 7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0호(2017년 8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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