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스마트폰 대전이 예고된 가운데 각 제조사들이 보급형 스마트폰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몸풀기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LG전자는 지난 6월9일 ‘X500’을 출시해 스마트폰 사용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4500mAh라는 괴물 같은 배터리 용량을 앞세운 X500에 시장이 반응하자 삼성전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갤럭시J7 2017’(이하 J7)을 선보이며 맞불작전에 나섰다. 저렴한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사용자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두 제품을 직접 사용해봤다.

[잇츠IT] 보급폰 ‘J7 2017 vs X500’ 써봤습니다

◆보급기 최강 기능 갤럭시J7 2017

“30만원대 가격에 지문인식과 삼성페이를 쓸 수 있다?”

처음 J7의 소식을 접했을 때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나 경험할 수 있었던 기능을 보급기종, 그것도 갤럭시A시리즈도 아닌 J시리즈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은 그만큼 충격이었다.


“다른 성능이 많이 뒤처지는 건 아닐까?” J7의 리뷰를 확인할 겸 인터넷 커뮤니티의 반응을 살폈다. 스마트폰에 대해 좀 안다는 사용자들은 대부분 ‘보급기종 끝판왕이다’, ‘갤럭시A시리즈 팀킬하려고 작정했냐’는 반응을 보였다. 마침 급하게 스마트폰을 알아봐야 했던 터라 검은 색상의 J7을 큰 기대없이 구매했다.

검은 J7의 전면은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반면 후면은 우스꽝스럽게 도드라져보이는 안테나밴드와 미끄러운 금속재질로 인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J7은 보급형 기종이지만 독특하게 ‘AOD 디스플레이 기능’을 탑재했다.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스마트폰의 상태와 시간, 푸시알림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여기에 지문인식으로 잠금화면을 해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인식성능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바닥에 놓인 J7을 주워들던 순간 지문이 인식돼 잠금해제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잠금화면을 열자 안드로이드 7.0 ‘누가’(Nougat)가 5.5인치 화면에 펼쳐졌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각종 앱을 다운 받고 설정 앱에서 이것저것 기능을 실행했다. 보급형기기를 사용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오히려 누가 특유의 쫄깃쫄깃한 인터페이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동안 고급형 모델에만 적용됐던 삼성페이 기능도 만족스러웠다. 현금이나 카드를 건네지 않아도 순식간에 결제를 완료할 수 있었다. 마트에서 계산을 도와주던 직원도 스마트폰을 건네받고 능숙하게 결제했다. 덕분에 카드로 결제하는 것보다 더 빨리 계산대를 벗어날 수 있었다.

배터리도 강력했다. 아침부터 종일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음에도 퇴근 시점에 확인한 배터리 게이지는 절반 이상이었다. 전력을 적게 소모하는 부품, 상대적으로 많은 용량의 배터리, 새 스마트폰임을 감안하더라도 배터리 최적화가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기능에 만족했지만 아쉬운 측면도 없지 않았다. 우선 급속·무선 충전기능이 없다는 점과 방수방진 등급이 IP54로 생활방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은 최근 스마트폰 트렌드에 걸맞지 않는 수준이었다.


◆ ‘짐승 배터리’ 품은 보급기 X500

LG전자의 X500은 J7보다 한달 이상 앞선 6월9일 출시된 제품이다. 미국에서 ‘X파워2’라는 이름으로 먼저 출시된 기종으로 이름 그대로 엄청난 ‘파워’를 지녔다.

전반적으로 곡선을 강조한 X500은 정면에서 보면 J7보다 더 심플하다. 5.5인치 인셀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은 전면부에는 그 어떤 물리버튼도 존재하지 않아 매끈한 자태를 뽐낸다. LG 스마트폰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후면 홈버튼도 없다. 물리버튼은 좌측에 위치한 2개의 볼륨버튼과 우측에 위치한 전원버튼이 전부다.

X500의 가장 큰 특징은 4500mAh에 달하는 엄청난 배터리 용량이다. LG전자는 X500을 출시하면서 연속대기 33.7일, 동영상 감상 20시간이라는 설명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로 X500을 사용해보니 일주일동안 충전하지 않았음에도 약 40%의 배터리가 남아있었다. 사용시간은 189시간, 사용가능시간은 131시간에 달하는 엄청난 성능을 보였다. 많게는 하루에 두세번 충전해야 했던 기존 스마트폰과 뚜렷하게 대비됐다.

배터리 용량이 국내에 출시된 어떤 스마트폰보다 압도적으로 크지만 급속충전 기능을 지원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약 2시간30분이면 스마트폰을 완전히 충전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배터리 지속시간과 충전시간을 모두 공략한 셈이다.

광각 전면카메라도 X500의 특징이다. 약 120도에 달하는 전면 카메라 화각은 셀카봉이나 다른 도구가 없어도 여러 사람이 동시에 ‘셀카’를 촬영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했다. 전면에 위치한 플래시도 X500의 특징이라 부를 만했으나 뿌옇게 가공된 듯한 화질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LG 스마트폰 기능 가운데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몇 안되는 기능인 ‘노크온’도 X500에 탑재됐다. 노크온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두번 ‘톡톡’ 두드리면 화면이 켜지는 기능으로 실생활에서 상당히 유용하다. 노크온 기능은 스마트폰을 곁에 두고 시간을 확인하거나 메시지 내용을 확인해야 할 경우 더할 나위 없는 편리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X500은 여러 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최대 1280×720의 해상도를 지원하는 HD 디스플레이는 선명도와 별개로 야외에서 사용하기 어두웠다. 햇볕이 강렬한 곳에서는 한손으로 디스플레이를 살짝 가려야 할 정도였다. X500의 주요 타깃이라 할 수 있는 중장년층 이상 사용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밖에 디자인 측면에서도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균형을 깬 듯한 스피커, 위로 치우친 전면카메라와 시대를 역행하는 통신사·제조사 로고 등은 X500이 보급형 스마트폰이라는 현실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0호(2017년 8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