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주범이다. 지령 500호를 맞은 <머니S>가 부와 소득의 불균형이 초래한 양극화에 주목했다. 지금 우리가 겪는 개인·기업·지역 간 갈등은 양극화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극복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양극화의 사슬을 끊는 것이 갈등을 일소하는 길인 것이다. <머니S>는 그 해결과제를 500호 발행에 맞춰 5가지로 압축했다. 이를 통해 양극화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어떤 처방과 수술이 필요한지 진단했다.<편집자주>



#1. S대기업에 다니는 김모씨(35)는 성과급과 인센티브를 포함한 총연봉이 9000만원 이상이다. 6년 전 결혼한 배우자도 같은 회사에 다녀 김씨부부의 한달 수입은 1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아직 자녀가 없어 서울 송파구의 20평대 아파트에 빚 없이 전세로 거주 중이지만 아이가 생기면 인근에 30평대 아파트를 구입해 이사할 계획이다. 1년에 최소 2회 이상 부부 동반 해외여행을 가고 쇼핑도 즐기지만 모아놓은 돈과 앞으로의 수입을 감안하면 더 큰 아파트 구입도 문제가 없다. 

#2. L대기업 2차 협력사에 다니는 30대 후반 이모씨는 최근 사랑스런 딸이 태어났지만 고민이 많다. 수당을 포함한 월급이 250만원이 채 안되는데 몇년간 외벌이로 3명의 가족이 살아야 해서다. 양가 부모님은 모두 멀리 살아 도와줄 수 없다. 임신 9개월까지 일을 하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들어간 아내가 복직해도 월급과 베이비시터 비용간 차이가 크지 않아 아이가 3~4세가 될 때까지는 아내가 육아에 전념키로 했다.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있지만 이씨의 수입으로는 결혼할 때 대출받은 전세자금을 갚기가 요원하다.


◆근로자 계층별 격차 확대

지난달 2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6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이 324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사자 지위별로 살펴보면 정규직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41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2% 증가했고, 임시·일용직은 149만6000원으로 4.5% 늘어났다. 증가폭은 임시·일용직이 1.3%포인트 더 높지만 절대소득은 정규직이 임시직에 비해 약 2.3배나 많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격차도 크다. 5~30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01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6% 증가했고, 300인 이상 대기업의 1인당 임금총액은 419만7000원으로 1.8% 늘어났다. 역시 증가폭은 중소기업 근로자가 더 높지만 양측의 월급 격차는 117만원이 넘는다.

임금뿐 아니라 직업의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옛말이 됐고 착한 직업과 나쁜 직업의 구분이 뚜렷해졌다. 나아가 한번 발을 디딘 직업이 본인 대에서 끝나지 않고 자녀에까지 이어지는 직업의 대물림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 5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직업계층 이동성과 기회불균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남자 기준 1군 직업군(입법공무원, 고위 임직원 및 관리자, 전문가)의 비율은 9.3%, 2군 직업군(기술공 및 준전문가, 사무종사자, 기능원 및 관련기능 종사자,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의 비율은 49%, 3군 직업군(서비스 종사자, 판매종사자 농업 및 어업 숙련종사자, 단순노무 종사자)의 비율은 41.6%다. 이들의 평균임금은 각각 394만원, 233만원, 167만원이다.

아버지가 1군 직업일 경우 자녀가 1군 직업일 확률은 32.3%, 3군 직업일 확률은 13%로 나타났다. 반대로 아버지가 3군 직업일 경우에는 자녀도 3군 직업일 확률이 24.1%로 1군(13%)이나 2군 직업(21%)일 확률보다 높았다.

어머니가 1군 직업일 때는 자녀가 1군 직업일 확률이 45.5%로 과반에 육박했다. 반면 자녀가 3군 직업일 확률은 14.6%에 그쳤다. 어머니의 직업이 2군일 때 자녀 역시 2군 직업일 확률은 59.4%, 어머니의 직업이 3군일 때 자녀가 3군 직업일 확률은 25.9%로 나타났다.

집계된 직업군 외에 연예인, 스포츠선수 등의 분야에서도 대물림이 활발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계층 상향이동의 희망마저 사라지는 추세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서는 사회경제적 계층의 상향이동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응답을 한 비율이 21.8%에 불과했다. 이는 1994년 60.1%의 3분의1 수준이다.

또 ‘우리 사회에서 현재 본인의 세대에 비해 자식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입니까’라는 질문에 부정적 응답이 50.5%에 달했다. 본인 세대뿐만 아니라 자녀세대에서도 계층이동이 제약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직업도 대물림

이런 인식은 자녀세대도 다르지 않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초·중학생 512명에게 ‘돈이 없어도 나의 꿈을 이를 수 있다’는 질문을 던진 결과 초등생 37.7%, 중학생 41.3%가 ‘이룰 수 없다’고 답했다. 또 ‘부모가 물려준 배경(재산과 외모)이 원망스러웠던 적이 있다’는 항목에는 초등생 33.8%, 중학생 38.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소득과 직업계층 대물림이 나타나는 사회적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진입 이전 단계에서 교육기회 균등보장 정책이, 노동시장 진입단계에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취업 및 임금 지원정책을 통해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기회불균등을 줄이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통해 사회계층 고착화로 발생하는 부정적 효과를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금과 직업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꺼낸 카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인상이다. 이와 관련 공무원 중심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위한 11조3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지난달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추석 이전까지 70%가량이 집행될 예정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15일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753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16.4% 인상된 수준으로 박근혜정부(연평균 7.4%)와 이명박정부(5%)에 비해 2~3배 높은 인상률이다.

일각에선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의 고용축소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어져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노동자에게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관계자는 “현재의 심각한 소득불평등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도 너무 적은 급여 수준 때문에 생활 자체가 어려운 당사자들을 생각한다면 사실 이 정도의 인상속도가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0호(2017년 8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