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공화국] 무참히 짓밟힌 '서민의 꿈'
김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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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 걸러 한집 꼴. 업종도 다양하다. 치킨부터 커피, 피자, 아이스크림 등 이젠 거리에서 프랜차이즈 아닌 가게를 찾기 힘들 정도다. 최근 3년간 전국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가 20% 넘게 늘었다. 한때 프랜차이즈가 은퇴한 퇴직자나 청년 창업자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결과다.
하지만 그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우후죽순 생겨난 프랜차이즈로 인해 종사자와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제자리걸음. 최근에는 갑질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공공의 적'이 됐다. 불공정 관행, 오너 리스크, 횡포 등의 대명사로 굳어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프랜차이즈 갑질 경영에 칼을 빼들었다.
프랜차이즈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자정 노력을 하지 않으면 사정당국의 제재는 물론 소비자가 등을 돌릴 수도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프랜차이즈 혁신위원회’를 발족, 가맹사업 불공정관행 근절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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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 개업 많고 폐업률 높아… 갈등도 급증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규모는 149조원. 점포 수로 따지면 20만곳이 넘고 브랜드 수는 5200개를 돌파했다. 이미 포화상태로 하루 평균 2.4개의 브랜드가 사라지는 레드오션이지만 예비창업자들은 여전히 프랜차이즈로 몰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 창업보다 손쉽고 안전하다는 판단에서다.
한 예비창업자는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프랜차이즈의 장점을 높게 볼 수밖에 없다”며 “노하우도 그대로 얻을 수 있고 홍보를 따로 안해도 되므로 좀 더 장사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의 분쟁이 급증했다. 가맹본부와 오너의 갑질 행태와 불공정 관행이 주된 이유다. 공정위에 접수된 분쟁 사례는 10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많아졌고 각종 고소·고발과 법정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어났다.
피자프랜차이즈 피자헛 가맹점주 200여명은 현재 피자헛 본사와 소송 중이다. 피자헛 본사가 광고비를 따로 걷으면서도 마케팅 명목으로 별도의 비용을 계속 떼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김밥프랜차이즈업체도 가맹점에 비싼 식재료와 광고비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곳 모두 본사 측에서는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가맹법을 위반하는 사례는 꾸준히 증가했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맹사업법 위반 건수는 2008년의 2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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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본사가 영업방식 등의 노하우와 브랜드를 제공하고 가맹점주들은 자본을 들여서 함께 성장해 나간다는 게 지향점이 돼야 하지만 현실은 갑을관계에 가깝다”며 “계약 전까진 장밋빛 미래를 꿈꾸게 만들고 일단 창업하고 나면 각종 비용을 떠넘겨 가맹점을 갉아먹는 게 전형적인 악덕 가맹본부의 행태”라고 말했다.
분쟁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본사가 이익을 위해 가맹점 숫자 늘리기에만 주력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한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에 사회적 책임을 더 크게 부과하고 가맹점 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관리에 더 집중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그 다음으로는 본사가 유통마진을 공개하고 로열티를 받을 때 가맹점 경영실적을 감안해주는 등 세부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밋빛 희망으로 출발하는 프랜차이즈 창업. 더 이상 본사만 배불리는 약육강식의 무대가 돼선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갑질이 근절돼야 최근 프랜차이즈업계에 붙은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도 떨어질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1호(2017년 8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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