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출시된 쌍용차 티볼리는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우리나라 소형SUV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올 들어 현대차 코나와 기아차 스토닉이 가세하면서 이 시장은 급작스레 레드오션으로 변모했다.


출시된 지 불과 2년이 조금 넘은 티볼리도 진화하지 않고선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 최근 출시된 티볼리 아머는 이런 절박한 상황의 방증이다. 기존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고객의 선택권을 극대화한 티볼리 아머에는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해 소형SUV 1위를 사수하겠다는 쌍용차의 절박함이 담겼다. 티볼리 아머 기어에디션을 시승하며 경쟁모델이 갖지 못한 티볼리만의 강점을 찾아봤다.


주행 중인 티볼리 아머. /사진제공=쌍용차
주행 중인 티볼리 아머. /사진제공=쌍용차



◆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으로 승부

티볼리 아머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시승을 위해 준비된 차가 주문제작형 모델인 ‘기어에디션’이어서다. 기어에디션은 주력 트림인 VX를 바탕으로 루프 색상과 데칼, 휠 등에 다양한 전용 아이템을 조합할 수 있는 모델이다. 마치 MINI브랜드처럼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적용해 나만의 차를 만들 수 있다.


시승차를 자세히 살펴봤다. 갤럭시 그린 색상에 하얀색 투톤 익스테리어 패키지가 적용됐다. 후드와 루프에 각각 데칼이 적용됐고 사이드미러는 빨간색 포인트가 가미됐다. 커스터마이징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전·후방에 기존 쓰리서클 엠블럼 대신 윙로고 엠블럼이 적용된 것도 인상적이다. 이런 커스터마이징 아이템들을 조합시키면 수십만가지의 기어에디션 모델을 조합할 수 있다고 쌍용차 측은 강조했다.

화려한 데칼과 색상을 제외하면 실제 외관디자인의 변화는 크지 않다. 범퍼 상단에 크롬 라인이 추가됐고 얇고 넓어진 새로운 LED안개등을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가 감쌌다. 범퍼 하단에 덧댄 검은색 플라스틱의 형상은 미식축구 헬멧을 떠올리게 한다. 크지 않은 변화지만 전면부 인상이 이전 모델에 비해 더욱 단단해 보인다. 측면부는 기어에디션 전용 블랙 휠이 장착돼 강인한 느낌을 준다. 후면 디자인은 변경되지 않았다. 볼륨감이 풍부한 디자인은 여전히 역동적인 모습 그대로다.


운전석 차문을 열면 도어 스팟 라이트가 바닥에 티볼리 로고를 비춘다. 이 역시 커스터마이징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실내공간은 이전 모델에 비해 고급스러워졌다. 시트와 도어트림 등 인테리어 전반에 퀼팅 패턴이 적용됐다. 기어에디션에만 적용되는 브라운 인테리어를 선택할 경우 퀼팅 패턴이 더욱 돋보인다. 디컷 스티어링휠에도 브라운 색상이 가미된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비상등 버튼의 디자인만 바꿨는데도 많이 달라진 느낌을 준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가장 큰 특징은 붉은 바 타입 버튼으로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적용했다는 게 쌍용차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눌리는 느낌을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도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마련된 충분한 수납공간은 큰 장점이다. 티볼리가 여성 소비자 공략을 위해 준비한 요소다. 특히 조수석 대시보드에 자리한 홈이 파인 공간의 활용성이 높다. 기존의 그물망 형태에 비해 시각적으로 세련된 모습을 보이는 1열좌석 시트백밴드는 다양한 소품을 고정시켜준다.


티볼리 아머 인테리어. /사진제공=쌍용차
티볼리 아머 인테리어. /사진제공=쌍용차



트렁크 공간도 동급과 비교하면 여전히 강점을 가졌다. 골프백을 3개 실을 수 있는 소형SUV는 아직까지 티볼리뿐이다. 여기에 2열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웬만한 레저용품을 모두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 티볼리만 할 수 있는 것들


최근 출시된 티볼리 아머 기어에디션 모델을 타고 경기 광명에서 충남 태안까지 왕복코스를 달렸다.

시트에 앉는 순간 최근 타본 코나와 스토닉과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시트포지션의 차이다. 코나와 스토닉의 경우 시트포지션이 낮은데 티볼리는 SUV라는 정체성이 느껴질 정도의 높이에서 앞을 바라보게 된다. 물론 시트 포지션이 높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SUV의 감성’이 강한 것은 단연 티볼리다. 큰 경사로 꺾인 A필러 덕분에 시야도 넓게 확보된다.

시승한 모델은 1.6 디젤엔진과 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이 조합된 사양이다. 4000rpm에서 최고출력 115마력, 1500~2500rpm에서 최대토크 30.6㎏·m를 발휘하며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된다.

시동을 걸면 소음과 진동이 이전 모델보다 확연히 줄어들었음을 느낄 수 있다. 언더코팅 범위가 확대됐다는 게 쌍용차의 설명이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자 경쾌하게 가속한다. 디젤엔진이 그간 인기를 끈 이유다. 초반 가속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도심운전의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든다. 스티어링 모드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핸들을 컴포트에 맞추면 도심구간 유턴이나 주차 시 편리하다.

고속도로로 진입해 가속페달을 깊이 밟았다. 일부구간에서 변속충격이 다소 있지만 가속능력은 뛰어나다. 가속페달을 지긋이 밟으면 시속 140㎞까지 안정적으로 치고 올라간다. 회전 능력도 기대 이상이다. 스티어링 모드를 스포츠로 세팅하면 고속에서도 날렵하게 반응한다. 시트포지션이 높다보니 고속 코너링 시 자세가 흐트러질 것 같은 불안감이 있지만 ESP(차량자세제어시스템)가 훌륭하게 제어해준다.

승차감은 동급 디젤차량 중 최고다. 특히 노면상황이 고르지 못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풀타임 4륜구동이 적용된 덕분이다. 노면에 따라 전후륜의 비율을 조정하는데 현재 라이벌 모델 중 디젤차량에서 풀타임 4륜구동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티볼리 아머가 유일하다. 코나의 경우 가솔린에서만 4륜구동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4륜구동 모델의 경우 후륜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돼 승차감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동급에서 유일하게 후열 리클라이닝 시트가 적용됐다. 후열좌석에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는 점은 패밀리카로서 티볼리를 고려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다.

시승하며 느낀 티볼리 아머의 가장 큰 장점은 동급 차종들에 비해 소비자 선택의 폭이 가장 넓다는 것이다. 수동변속기 모델을 선택할 수도 있으며 LKAS(차선유지보조시스템) 등 첨단사양까지 집어넣을 수 있다. 볼륨트림인 VX만 선택해도 대부분의 고급옵션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다만 동급차들에 비해 부족한 연비는 단점이다. 티볼리 아머 디젤 4륜구동모델 기준 복합연비는 13.9㎞/ℓ. 실제 주행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비가 나왔지만 ℓ당 17㎞를 넘나드는 코나와 스토닉, QM3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아쉬운 연비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2호(2017년 8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