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십년 간 아파트 세상을 살았다. 아파트는 오랜 시간 우리 일상에 자리하며 희로애락을 함께했지만 최근 들어 주거트렌드가 변했다. 사람들은 주거공간을 나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휴식과 행복의 공간으로 여기며 단독주택에 주목했다. 정부의 도시재생사업 기대감에 단독주택 가치는 더 뛰었고 건설사도 앞다퉈 단독주택사업에 몰두하며 사람들의 변한 입맛에 부응했다. <머니S>가 변화한 주거트렌드를 선도하는 단독주택의 매력이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그리고 부동산시장 규제 속 단독주택이 품은 현재와 미래가치는 어떨지 자세히 짚어봤다.<편집자주>

아파트에 비해 열등재로 여겨지던 단독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탔다.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새로운 주거트렌드가 형성되는 가운데 가치상승을 노린 투자수요가 유입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면서 투자자들이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 단독주택 거래 급증, 가격도 상승세

단독주택의 인기는 최근 몇년 새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그간 단독주택은 아파트 매매시장의 열기에 가려진 채 소리 소문 없이 거래량을 늘려왔지만 최근의 증가세는 아파트를 넘어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단독주택 매매거래량은 6만1896건으로 전년 동기(5만6681건) 대비 9.2%나 늘었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거래가 29만7704건에서 29만1634건으로 2.0%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7월 단독주택 거래량 역시 전년 동월(1만487건) 대비 18% 많은 1만2400건을 기록했다.

거래량 증가는 가격상승과 맞물린다. 올 초 집계된 국토부 표준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전년대비 4.7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의 5.3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단독주택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9년 1.98% 감소한 이래 지속적으로 올랐다.


용산구 후암동 주택가 전경. /사진=김창성 기자
용산구 후암동 주택가 전경. /사진=김창성 기자

특히 올 상반기 단독주택의 가격 상승세가 가팔랐다. 올 6월 말 기준 전국 단독주택의 ㎡당 평균 매매가격은 113만4000원으로 한국감정원 조사가 시작된 2012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단독주택 ㎡당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은 1.43%로 지난해 같은 기간(0.27%)의 다섯배를 넘어섰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의 전국 단독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올 7월 말 기준 3억5645만원으로 역대 최고수준이었다.


단독주택의 열기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곳은 경매시장이다. 법원경매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법원경매 단독주택 낙찰가율은 81.7%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낙찰가율(78.1%)보다 3.6%포인트 상승한 것. 법원경매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아파트 낙찰가율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수익형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단독주택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 것”이라며 “단독주택은 리모델링을 통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데다 땅값 상승도 기대할 수 있어 재조명받고 있다”고 말했다.


[단독주택 전성시대] 도시재생 기대감에 ‘금값’

◆ 정부 부동산 규제에 관심 더 커져

최근의 단독주택 인기요인을 사회문화적 인식변화에 따른 수요증가에서 찾는 사람이 많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단독주택 매입자 중 실수요는 일부 중산층 이상의 고급주택이나 택지분양에 한정된다”며 “낙후지역 도시재생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수요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점차 강화되는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에 집중되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단독주택으로 투자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분석한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강도 높은 아파트 규제가 실행되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됐고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한 기대감에 노후주거지의 단독주택 가격상승이 힘을 받았다.


마포구 연남동 단독주택. /사진=김창성 기자
마포구 연남동 단독주택. /사진=김창성 기자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문재인정부 5년 동안 50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국 500개 노후주거지를 정비하는 사업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지역이 아닌 전국적으로 단독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기대하고 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지방에서는 대규모 미분양이 속출해 아파트값이 하락하는데도 단독주택값은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6월 말 기준 미분양주택이 9166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상남도의 주택매매가격지수를 살펴보면 아파트는 99.5에서 98.6으로 하락했지만 단독주택은 101.3에서 102.4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지방권의 아파트매매가격지수가 101.3에서 101.2로 떨어진 반면 단독주택은 101.8에서 103.1로 올랐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 가격상승률이 아직까지 더 높지만 단독주택 상승률도 이에 못지 않다. 앞으로 수도권 지역에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 투자수요가 단독주택으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악재는 있다. 정부가 지난 8.2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에서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올해 일단 배제하기로 한 것. 국토부가 지정한 투기과열지구는 총 27개 지역으로 서울전역 25개구가 모두 포함됐다.


이로 인해 서울시에선 단독주택 열풍이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파트에 비해 투자가 용이한 데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 중이라 여전히 관심이 높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앞서 서울에서는 영등포 경인로, 동묘, 정동, 용산전자상가, 마장동, 청량리 제기동, 4·19 사거리, 독산동 우시장 등 8곳의 후보 지역과 강북구 수유1동과 도봉구 창3동 등 20곳이 도시재생사업 희망지역으로 선정된 바 있다.

금천구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에도 하루에 수건의 독산동 우시장 근처 단독주택 매물 문의가 있다”며 “서울시가 정부 차원의 도시재생사업에서 일단 배제됐지만 투자자들은 시기의 차이일 뿐 결국은 포함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