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뛰는 '주담대 금리'가 반가운 정부

주택담보대출 문이 좁아졌다. 금리가 오르고 대출규제도 강화돼 대출받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정부는 이 같은 흐름을 반긴다. 대출 문턱을 높이면 우리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낮출 수 있어서다. 반면 시중은행은 울상이다. 주담대는 신용대출보다 부실위험이 적어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이다. 대출규제 강화로 은행은 올 하반기 실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준금리 제자린데, 시장금리는 ‘껑충’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7월 은행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연 3.28%로 전월대비 0.06%포인트 올랐다. 지난 2015년 1월(3.34%)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기준금리가 14개월째 연 1.25%로 동결됐음에도 주담대 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가산금리와 시장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변동금리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지수는 7월 기준 1.48%로 전달보다 0.01%포인트 상승했고 같은 기간 고정금리대출 연동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2.17%로 전달보다 0.09%포인트 뛰었다.

은행 가산금리가 상승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주담대 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최종금리가 결정되는 구조다. 7월 은행별 주담대 가산금리는 평균 1.27~2.1%포인트로 지난 1월(1.21~1.93%포인트)보다 높아졌다.


설상가상 대출규제도 까다로워졌다. 정부는 8.2 부동산대책 방안으로 서울과 과천, 세종, 부산 일부지역 등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포함)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기존 최대 70%에서 40%로 크게 낮췄다. 이에 따라 5억원짜리 집을 매입할 경우 기존에는 3억5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최대 2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빚을 내 집을 마련하는 일이 더 힘들어진 셈이다.

◆가산금리 인상 눈 감는 정부… 부작용 속출


가산금리 등 시장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미국의 금리인상 등 주변국 영향도 있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가격은 시장에 의해 결정되지만 대출금리는 정부가 알게 모르게 개입해왔다. 은행이 책정한 가산금리가 높지 않은지, 은행채 발행수준이 적정한지 등을 금융당국이 직간접적으로 살폈다. 정부가 경제정책을 펼칠 때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시장이 바로 가계부채이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물가와 성장률, 부동산시장까지 우리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기준금리와 무관하게 시장금리가 오르면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 정부가 이번엔 눈을 감았다. 이는 주담대 금리 상승이 정부 입장에선 반가운 징표여서다.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선 기준금리 인상이 특약이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한은에 금리인상 압력을 넣기는 힘들다. 물가를 책임지는 한은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구다. 만약 정부가 한은에 기준금리와 관련해 외압을 준다면 논란으로 불거질 수 있다. 결국 지금처럼 시장금리 상승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누리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자연스러운 해법인 셈이다.

 
한편 주담대 규제 강화로 시중은행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저금리 기조로 예대마진이 줄어든 상황에서 대출시장까지 옥죄면 수익이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LTV·DTI 규제 강화로 올 하반기에만 8만6000명, 대출금액으로는 4조300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가 전체 대출의 2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KB국민은행뿐 아니라 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역시 하반기 실적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올 상반기 ‘어닝서프라이즈’ 실적을 기록했는데 4분기 이후부터는 실적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곳곳에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주담대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로 이용자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6개 은행의 8월 말 신용대출 규모는 100조원에 달했다. 특히 최근 하루평균 증가규모는 2000억원으로 8.2 부동산대책이 발표되기 전 평균금액(300억원)보다 7배 가까이 급증했다. 마이너스통장 역시 8월 한달 사이 4300억원 늘어나 가계부채의 질이 점점 악화되는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 규제를 너무 옥죄면 급전이 필요한 대출자들이 더 무거운 빚에 허덕일 수 있다”며 “대출규제 강화 정책 방향은 공감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도 함께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