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두중량.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탄두중량.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한미 미사일지침상 한국의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우리 군은 이에 따라 지하 깊숙이 포진해 있는 북한의 군사시설을 비롯해 유사시 북한군 지휘부 벙커까지 초토화할 수 있는 초강력 미사일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45분부터 40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며 이같이 합의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달했다.


양 정상은 "북한의 핵실험은 한미 양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했을 뿐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안전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써 그 규모와 성격 면에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엄중한 도발"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했다.

문 대통령은 "금번 핵실험이 과거보다 몇 배 더 강력한 위력을 보였다는 점, 북한 스스로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용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이제는 차원이 다른, 그리고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전적인 공감을 표시하며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고 박 대변인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의 철통 같은 대한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특히 강력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향후 도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한미 미사일지침상 한국의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데 합의했다. 현행 한미 미사일지침은 사거리 800㎞에 탄두중량은 500㎏으로 제한됐다.

앞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단거리탄도미사일 및 지난달 29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도발 직후 가졌던 지난 1일 통화에서 한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한미 미사일지침을 개정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는 문 대통령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문 대통령이 "한미 미사일 지침상 탄두중량을 전면해제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발표할 수 있다면 북한에 아주 강력한 응징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거듭되는 핵 및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임시 배치를 한국의 국내 절차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완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양 정상은 지금은 북한에 대해 최고도로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함께하고, 그 일환으로 우선 보다 더 강력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박 대변인은 "양 정상은 각급 수준에서의 긴밀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하고, 다가오는 유엔 총회 계기 만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미 정상 간 통화는 문 대통령 취임 당일인 지난 5월10일, 8월7일, 9월1일에 이어 4번째로, 지난 3일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감행한 뒤 처음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