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의 아파트에 적용될 음성인식 월패드 시연 모습.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의 아파트에 적용될 음성인식 월패드 시연 모습. /사진=삼성물산

최근 건설업계에 ‘스마트’ 바람이 거세다. 살기 좋은 아파트를 표방하는 건설사의 시공 영역이 화려한 외관과 우수한 입지를 넘어 ‘스마트 아파트’ 구축까지 확대됐다. 이동통신사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협업해 아파트단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스마트홈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겸비한 차세대 아파트단지 구상까지 나왔다. 나아가 아파트를 넘어 스마트시티 건설로까지 영역을 넓어졌고 이를 중동 등에 수출하기 위해 정부와 활로를 모색 중이다. 스마트시티 정책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국가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만큼 국내 건설업계에서도 중요한 미래 먹거리로 분류된다.

◆성큼 다가온 국내 스마트아파트 대중화

그간 아파트트렌드는 주기적으로 변했다. 저층 아파트는 고층 아파트로 커지고 고층 아파트는 대단지 브랜드아파트로 넓고 화려해졌다. 이후 교통·학군·생활편의시설 등 이른바 삼박자를 갖춘 아파트가 가장 최근의 아파트트렌드였다면 이제는 여기에 ‘스마트’라는 첨단 옷이 더해졌다.


지난해까지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각종 스마트홈서비스가 스마트아파트 대중화를 이끌었지만 이제는 한층 진화돼 사람의 말귀를 알아듣는 AI아파트가 등장했다.

최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목소리로 아파트 가구 내 시스템을 제어하는 음성인식 주거시스템을 선보였다. ▲음성인식 홈패드 ▲음성인식 홈큐브 ▲음성인식 주방TV폰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음성인식 홈패드는 ‘외출모드’라고 말하면 자동으로 엘리베이터가 호출되고 1분 뒤 실내 조명이 모두 꺼진다. 동시에 방범시스템과 가스 잠금 기능도 실행된다. 음성인식 홈큐브는 음성으로 집 안 조명 상태를 조절하고 음성인식 주방TV폰은 음성 명령만으로 원하는 요리법을 찾아주고 요리시간을 설정해준다.

삼성물산은 음성인식 시스템을 이달 분양하는 ‘래미안 강남포레스트’와 ‘래미안 DMC 루센티아’부터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GS건설은 카카오의 음성인식 및 대화 기술을 이용한 AI아파트를 선보인다. GS건설은 서울 서초 반포1·2·4 주구 재건축사업을 수주할 경우 국내 첫 AI아파트로 조성할 계획이다.

GS건설과 카카오가 협업으로 개발할 아파트는 AI 비서를 탑재한 아파트. 스마트폰으로 각종 기기를 제어하는 기존 IoT 기술을 넘어 음성인식 및 대화형 시스템으로 제어하며 사용자의 사용 패턴에 따라 빅데이터를 수집해 스스로 학습하고 동작해 생활을 돕는 차세대 아파트다.


월패드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집안 곳곳에 설치된 AI스피커를 통해 음성으로 조명, 가스, 냉·난방, 환기, IoT 연동형 가전 등 각종 기기 제어가 가능하다.

포스코건설도 카카오, 포스코ICT와 협업해 ‘대화형 스마트 더샵’ 아파트를 구현할 계획이다. 카카오가 AI기술 및 플랫폼을 제공하며 포스코건설과 포스코ICT는 ‘대화형 스마트 더샵’에 특화된 음성인식 기반 스마트홈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포스코건설의 AI기반 스마트홈서비스는 기존 더샵의 첨단특화서비스에 카카오의 통합 AI 플랫폼인 ‘카카오아이’ 기술이 융합된다. 음성인식 및 카카오톡 기반 메신저를 활용해 입주자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를 통해 세대 내 다양한 IoT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서울 수서역 인근 스마트시티 홍보관 ‘더 스마티움’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현장을 둘러봤다. /사진=국토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서울 수서역 인근 스마트시티 홍보관 ‘더 스마티움’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현장을 둘러봤다. /사진=국토부
◆스마트시티 기술 해외진출 활로 모색


건설업계는 국내 아파트시장에 AI아파트 시대를 견인하는 동시에 해외 스마트시티 건설 공략도 서두른다. 선진 스마트시티 건설 기술을 중동 등에 수출하며 저가수주 악몽을 떨치고 먹거리 다양성 확보와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쿠웨이트정부와 2018년 건설·재무 부문 투자자를 중심으로 코리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특수목적회사(SPV)를 설립해 이르면 2019년 압둘라 신도시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40억달러(약 4조4000억원) 규모의 압둘라 신도시 사업 추진이 가시화되면서 LH의 스마트시티 건설기술 수출 길이 열렸다. 세계 최고수준인 국내 ICT기업의 현지 진출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정부도 스마트시티 건설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조만간 중동을 방문해 스마트시티 기술 수출을 위한 세일즈 외교를 추진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에 스마트시티 건설 의사를 타진하고 국내 기업의 현지 스마트시티 인프라 국축 참여를 독려하기 위함이다.

현재 사우디정부는 대우건설·한화건설, SAPAC 컨소시엄 등과 ‘다흐얏 알푸르산 신도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흐얏 알푸르산 신도시는 수도인 리야드 공항에서 동쪽으로 12㎞ 떨어진 곳에 분당신도시 2배 규모(40㎢)로 신도시를 짓는 공사다. 전체 사업비 규모는 약 200억 달러(약 23조원) 내외로 추정되며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해외건설 수주가 될 가능성이 큰 사업이다. 김 장관은 이번 중동 방문에서 사우디정부에 신도시 사업 추진 시 국내 스마트시티 기술 도입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세계은행과 공동으로 한국의 스마트시티 기술과 개발경험을 신흥국과 공유하기 위한 ‘MOLIT-WB 스마트시티 협력사업’을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도 밝혔다. 기술력이 부족한 신흥국에게 국내 기업은 대형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맡길 적임자로 평가 받는다. 국토부는 세계은행과 국내 우수업체를 소개·홍보하면 우리 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참여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