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전문보험사'는 왜 보기 드물까요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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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보험상품만을 취급하는 전문보험사는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것일까. 국내 보험시장은 2010년 연금보험만 취급하는 IBK연금보험 이후 7년째 전문보험사가 등장하지 못했다. 전문보험사 설립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높아서다.
전문가들은 전문보험사 설립규제 완화로 차별화된 보험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높은 설립규제뿐만 아니라 수익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더해져 앞으로도 전문보험사 설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회사별 자본금 규제, 차등화 필요
국내 보험시장은 각종 진입규제로 전문보험사가 활성화되기 힘들다. 특히 단일종목만 취급하는 전문보험사의 최소자본금 기준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5일 발표한 ‘전문보험회사 활성화를 위한 진입규제 개선의 필요성’ 보고서에서 전문보험사의 진입과 생존을 촉진하기 위해 현 규제를 비례성 원칙에 근거해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최소자본금에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
현행 규제에 따르면 특정 소액담보를 취급하는 보험사도 모든 담보를 판매하는 대형보험사와 동일한 진입규제를 받는다. 즉, 종합보험사든 전문보험사든 최소자본금이 300억원 이상으로 동일하다는 것이다. 신생 전문보험회사가 인허가 요건을 충족하면서 기존 보험사와 경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의 최소자본금 규모는 국내에 비해 낮다. 보험회사의 법적 형태는 주식회사, 상호회사, 외국사 지점으로 제한된다. 현재 보험상품 전종목 취급 시 주식회사 형태의 보험사 설립에 한국은 최소자본금 300억원이 필요하다.
반면 미국(뉴욕주)의 경우 생보사 설립요건은 자본금 200만달러(약 22억6000만원), 잉여금 400만달러(약 45억원) 수준이다. 손보사도 자본금 1160만달러(131억2000만원), 잉여금 630만달러(71억3000만원)면 설립이 가능하다. 독일은 생·손보사 모두 300만유로(40억5000만원) , 일본은 10억엔(103억8000만원)이면 주식회사 형태의 보험사를 설립할 수 있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보험종목별 리스크를 감안해 회사규모에 따라 최소자본금을 차등화하고 적정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며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전문보험사의 보험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해 소비자 후생증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보험시장에서 단일보험상품만을 취급하는 보험사는 생명·손해보험사를 통틀어 IBK연금보험과 DAS법률비용보험이 유일하다. 두곳은 각각 연금보험, 법률분쟁에 대비한 권리보험상품만을 다룬다.
하지만 IBK연금보험은 중소전문보험사로 분류하기 힘들다. 2010년 출범한 IBK연금보험은 대형은행인 IBK기업은행이 900억원을 출자해 만든 보험사다. 현행 전문보험사 설립 최소자본금 기준인 200억~300억원도 버거운 중소업체들과 출발점부터가 다른 셈이다.
높은 설립규제뿐 아니라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도 전문보험사 등장에 장애요소다. 2009년 아시아 최초의 법률비용보험 전문회사로 출범한 DAS법률비용보험은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자 결국 2015년 3월 신규영업과 갱신을 중단했다. DAS법률비용보험 관계자는 “법률보험상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 인식 부족과 영업의 어려움 등으로 신규고객 유치를 포기했다”며 “기존 보험계약의 관리만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자동차전문보험사였던 현대하이카다이렉트도 손해율이 상승하자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10년 만에 모회사인 현대해상으로 흡수합병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상품분야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거나 전문보험사에서 종합보험사로 전향하는 추세”라며 “특정보험상품만을 다루는 전문보험사가 살아남기에는 현재의 보험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인가제 변화… ‘자본금 벽’ 여전
정부도 전문보험사 설립규제를 완화한 적이 있다.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보험사 설립요건을 완화하고 독점구조인 보증보험시장에 신규업체 진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규제개선방안 마련을 금융위원회에 요청했다.
이에 금융위는 2015년 국내 보험산업 경쟁촉진을 위해 보험사 인가규제를 완화했다. 생명·화재·연금·자동차·상해·질병·책임보험 등으로 구분된 보험인가제도를 종목별에서 상품별로 개선한 것.
그동안에는 여행보험사를 설립할 경우 여행자보험과 관계된 상해(자본금 100억원)·질병(100억원)·도난(50억원)·배상책임보험 (50억원) 등 4가지 보험종목의 인가를 모두 취득해야 했지만 이후로는 여행보험상품을 인가받으면 세부적인 종목도 함께 인가가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세부종목의 최소자본금에는 변화가 없어 상품별 인가제의 효용성이 떨어졌다. 여행자보험만 취급하는 소형보험회사를 설립하려 해도 상해보험 100억원, 책임보험 100억원 등 여전히 200억원의 최소자본금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규제 완화를 떠나 시장상황이 달라져 전문보험사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고 말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형사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더 전문적이고 세세한 보험상품을 다루는 상황에서 전문보험사가 꼭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여행자보험만 해도 대형사의 서비스가 전문보험사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5호(2017년 9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전문가들은 전문보험사 설립규제 완화로 차별화된 보험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높은 설립규제뿐만 아니라 수익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더해져 앞으로도 전문보험사 설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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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회사별 자본금 규제, 차등화 필요
국내 보험시장은 각종 진입규제로 전문보험사가 활성화되기 힘들다. 특히 단일종목만 취급하는 전문보험사의 최소자본금 기준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5일 발표한 ‘전문보험회사 활성화를 위한 진입규제 개선의 필요성’ 보고서에서 전문보험사의 진입과 생존을 촉진하기 위해 현 규제를 비례성 원칙에 근거해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최소자본금에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
현행 규제에 따르면 특정 소액담보를 취급하는 보험사도 모든 담보를 판매하는 대형보험사와 동일한 진입규제를 받는다. 즉, 종합보험사든 전문보험사든 최소자본금이 300억원 이상으로 동일하다는 것이다. 신생 전문보험회사가 인허가 요건을 충족하면서 기존 보험사와 경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의 최소자본금 규모는 국내에 비해 낮다. 보험회사의 법적 형태는 주식회사, 상호회사, 외국사 지점으로 제한된다. 현재 보험상품 전종목 취급 시 주식회사 형태의 보험사 설립에 한국은 최소자본금 300억원이 필요하다.
반면 미국(뉴욕주)의 경우 생보사 설립요건은 자본금 200만달러(약 22억6000만원), 잉여금 400만달러(약 45억원) 수준이다. 손보사도 자본금 1160만달러(131억2000만원), 잉여금 630만달러(71억3000만원)면 설립이 가능하다. 독일은 생·손보사 모두 300만유로(40억5000만원) , 일본은 10억엔(103억8000만원)이면 주식회사 형태의 보험사를 설립할 수 있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보험종목별 리스크를 감안해 회사규모에 따라 최소자본금을 차등화하고 적정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며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전문보험사의 보험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해 소비자 후생증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보험시장에서 단일보험상품만을 취급하는 보험사는 생명·손해보험사를 통틀어 IBK연금보험과 DAS법률비용보험이 유일하다. 두곳은 각각 연금보험, 법률분쟁에 대비한 권리보험상품만을 다룬다.
하지만 IBK연금보험은 중소전문보험사로 분류하기 힘들다. 2010년 출범한 IBK연금보험은 대형은행인 IBK기업은행이 900억원을 출자해 만든 보험사다. 현행 전문보험사 설립 최소자본금 기준인 200억~300억원도 버거운 중소업체들과 출발점부터가 다른 셈이다.
높은 설립규제뿐 아니라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도 전문보험사 등장에 장애요소다. 2009년 아시아 최초의 법률비용보험 전문회사로 출범한 DAS법률비용보험은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자 결국 2015년 3월 신규영업과 갱신을 중단했다. DAS법률비용보험 관계자는 “법률보험상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 인식 부족과 영업의 어려움 등으로 신규고객 유치를 포기했다”며 “기존 보험계약의 관리만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자동차전문보험사였던 현대하이카다이렉트도 손해율이 상승하자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10년 만에 모회사인 현대해상으로 흡수합병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상품분야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거나 전문보험사에서 종합보험사로 전향하는 추세”라며 “특정보험상품만을 다루는 전문보험사가 살아남기에는 현재의 보험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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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제 변화… ‘자본금 벽’ 여전
정부도 전문보험사 설립규제를 완화한 적이 있다.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보험사 설립요건을 완화하고 독점구조인 보증보험시장에 신규업체 진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규제개선방안 마련을 금융위원회에 요청했다.
이에 금융위는 2015년 국내 보험산업 경쟁촉진을 위해 보험사 인가규제를 완화했다. 생명·화재·연금·자동차·상해·질병·책임보험 등으로 구분된 보험인가제도를 종목별에서 상품별로 개선한 것.
그동안에는 여행보험사를 설립할 경우 여행자보험과 관계된 상해(자본금 100억원)·질병(100억원)·도난(50억원)·배상책임보험 (50억원) 등 4가지 보험종목의 인가를 모두 취득해야 했지만 이후로는 여행보험상품을 인가받으면 세부적인 종목도 함께 인가가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세부종목의 최소자본금에는 변화가 없어 상품별 인가제의 효용성이 떨어졌다. 여행자보험만 취급하는 소형보험회사를 설립하려 해도 상해보험 100억원, 책임보험 100억원 등 여전히 200억원의 최소자본금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규제 완화를 떠나 시장상황이 달라져 전문보험사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고 말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형사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더 전문적이고 세세한 보험상품을 다루는 상황에서 전문보험사가 꼭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여행자보험만 해도 대형사의 서비스가 전문보험사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품 하나만으로 보험사를 운용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많다”며 “굳이 전문보험사가 생긴다면 기존 보험사가 특정상품을 특화하는 형태나 전업보험사를 자회사로 두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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