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증권사의 숙명 '채권 리스크'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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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증권업계, 채권 자기매매로 수익 증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증권사들은 저금리·저성장 속에 ELS(주가연계증권)와 RP(환매조건부채권) 등의 상품 판매를 확대했고 투자자에게 정해진 수익을 지급하기 위해 판매금액의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했다. 이에 증권사는 올 상반기 주식시장 활황과 채권시장 안정세를 바탕으로 자기매매에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주식·채권·파생상품 운용을 담당한 자산운용부문에서 3370억원의 순영업수익(영업수익-판관비 제외한 영업비용)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36% 이상 급증한 실적으로 전체 순영업수익의 58%를 자기매매를 통해 벌어들였다. 키움증권 역시 온라인 매매에 특화된 증권사지만 주식중개수수료 등의 브로커리지보다 자기매매의 수익 비중이 크게 늘면서 업계의 이목을 모았다.
하지만 국내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북핵 이슈는 채권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이는 채권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채권에 투자하는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손실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시장금리가 관건… 상승 시 손실 불가피
전문가들은 과거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이번 북한의 6차 핵실험 여파가 국내증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시장의 단기 변동성 확대로 자기매매 수익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즉 단기간에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증권사들은 상당 부분의 평가손실을 낼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후 시장금리는 급등세를 탔다. 3년 만기 국고채금리는 지난해 3분기 말 1.24% 수준에서 지난해 11월24일 장중 1.811%로 0.6%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신용평가 대상인 국내 24개 증권사가 이때 채권부문에서 1745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채권 보유 규모가 큰 대형증권사들의 경우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금리급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본 증권사들이 올해도 금리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채권비중 축소에 나섰다. 하지만 ELS와 RP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운용하기 위해 보유하는 채권 규모가 많아 비중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50%였던 국내증권사의 보유 채권규모는 1분기 말 48%였다가 2분기 말 기준 총자산의 46%로 다시 하락했다. 올 들어서만 4%포인트가량 떨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돼 주식시장 조정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며 “최근 국내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채권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했다”며 “여기에 북핵 변수까지 추가돼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로 인해 하반기 증권사의 매매 수익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관련 손실 발생은 증권사의 숙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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