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한국의 '해리포터' 꿈꾸다
People / 이재진 파노라마 영상사업부문 대표
장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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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를 보며 영상제작의 꿈을 품은 청년이 있다. 화려한 비주얼, 독특한 철학이 담긴 세계관, 탄탄한 스토리가 어우러진 <매트릭스>는 실로 대단했고 어마어마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스토리와 영상이 가진 힘에 대해 고민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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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효원 기자 |
이재진 파노라마 영상사업부문 대표(41)는 그렇게 영상제작자의 길로 들어섰다. 지상파와 케이블채널 PD로 업력과 내공을 쌓은 이 대표는 현재 트랜스미디어라는 더 넓은 세계를 향해 도전장을 던졌다. 하나의 세계를 구현한 <매트릭스>처럼 그는 이제 자신만의 영상사업 ‘매트릭스’를 구축하는 중이다.
◆콘텐츠를 접목하다… 게임예능 전문PD의 ‘도전’
이재진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후 SBS PD로 영상제작을 시작했다. 처음 연출을 맡은 프로그램은 연예정보 프로그램이었다. 5년가량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그는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연예인을 인터뷰했다고 회상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그 사람의 내면 이야기를 들어본 경험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됐다. 그가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계기도 인터뷰 과정에서 느낀 경험 때문이다.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드라마 남자 주인공을 인터뷰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분이 어떤 TV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는데 잠시 기다려달라고 하더라고요. 무슨 프로그램인가 봤더니 당시 유행하던 ‘스타크래프트’ 리그 결승전이었어요. TV프로그램 속에서는 수만명의 관중이 부산 광안리에 모여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톱배우도 그 방송을 찾아서 시청하는 걸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게임이라는 장르가 하면서 즐기는 것에서 보면서 즐기는 문화로 발전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한가지 콘텐츠에서 다양한 문화가 파생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시점이 이때다. 얼마 후 이 대표는 온게임넷으로 거취를 옮겼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는 큰 조직 안에서 안주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었다. 변해가는 미디어 환경에서 단순히 한두개의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것보다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연예매체가 엄청나게 늘어난 시기가 있었습니다. 한 연예인이 수십번의 같은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죠. 피로가 누적된 연예인에게 좋은 인터뷰를 끌어내는 것은 아주 힘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안좋은 상황들도 생겼고요. 그런 것들이 저를 매너리즘에 빠지게 했습니다. 나 자신에게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시점이 바로 그 때입니다.”
온게임넷으로 간 그는 ‘게임예능 전문PD’로 거듭났다. 당시에는 게임예능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기다. 하지만 게임으로 단순히 대결을 하는 구조를 넘어 또 다른 콘텐츠로 진화시키려는 그의 노력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먹혔다.
“‘스쿨쇼다운’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말하자면 축구, 농구 등 스포츠처럼 온라인게임으로 학교대항전을 하는 겁니다. 당시 라이벌이었던 연세대와 고려대가 각 학생들로 가득 찬 체육관에서 게임대결을 펼쳐 화제가 됐죠.”
◆“한국만의 ‘킬러콘텐츠’ 만들 것”
현재 이재진 대표는 파노라마엔터테인먼트에서 영상사업부문을 맡고 있다. 콘텐츠의 확대 재생산으로 시장을 넓히기 위해 지난해부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벌써 게임예능을 진화시킨 웹예능을 제작해 중국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 최대 IT기업 텐센트와 스마일게이트의 게임 크로스파이어를 소재로 한 웹예능 프로그램 <더 크로스파이어 쇼 인 제주>를 만들었습니다. 크로스파이어 프로게이머들과 함께한 예능인데요. 이 영상은 중국에서 1600만명이 시청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파노라마는 웹툰플랫폼 ‘코미카’를 자회사로 갖고 있어 양질의 웹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할 수 있다. 그는 최근 코미카 웹툰인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의 영상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웹툰 IP는 그가 하고 싶은 영상사업의 핵심이다.
“재밌는 영상은 흐름이 있습니다. 음악예능에서 먹방으로, 또 먹방에서 여행과 관찰예능으로 트렌드가 변합니다. 그런 와중에 절대 변치 않는 부분은 바로 ‘스토리’입니다. 스토리는 쉽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시청자들은 스토리가 확장된 형태를 좋아합니다. 하나의 스토리를 웹툰,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접하는 거죠. <어벤져스> 시리즈, <설국열차> 등이 그렇게 나온 겁니다.”
그의 꿈은 독특한 색깔이 있는 스토리, 즉 ‘킬러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킬러콘텐츠 하나에서 나오는 소스를 여러 분야에서 활용해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포부다. 그가 전통적인 TV프로그램 제작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체에 맞는 영상을 만들어온 이유다.
“<해리포터>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해리포터> 스토리는 또 <신비한 동물사전>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확장되죠. 한국에서 이런 킬러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의 콘텐츠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합니다. 그 콘텐츠들이 가진 힘을 연결하고 확장하면 글로벌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추진하는 사업도 킬러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준비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해리포터>라니, 상상만 해도 설렙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5호(2017년 9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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