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업계, '감축'만이 능사 아니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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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증권업계의 ‘명과 암’이 극명하게 갈린다. 최근 모바일앱을 활용한 비대면 거래가 늘자 증권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온라인영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로 인해 고객은 편해졌지만 대면채널인 지점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희망퇴직이 실시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잇따른다.
증권업계에 스마트폰을 활용한 주식매매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영업망 개편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전국 증권사 점포 수가 1249개로 1년 전(1380개) 대비 131개(10%) 감소했다. 인력도 같은 기간 628명 줄었다.
증권업계가 비대면채널 확대에 따라 내놓은 대응은 점포·인력 감축 카드가 전부인 셈이다. 물론 증권사 입장에서는 감축을 통한 판매관리비 절감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IT(정보기술) 발달에 따른 변화의 대가를 직원에게 전가하는 행태는 문제가 있다.
다수의 증권사 관계자에 따르면 지점을 통한 리테일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WM(자산관리) 중심의 복합점포를 제외한 일반점포는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나아가 증권사들은 비대면 인증을 위한 생체인식 등의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지점 및 인력 감축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조직감축만이 정답일까. 혹자는 경기가 불확실한 데다 비대면채널이 활성화되면 지점이 필요 없으므로 인력감축 수순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점이 줄어든다고 해서 곧바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일이 당연한 걸까. 이는 비대면서비스가 확산되면 ‘당연히’ 지점이 필요 없을 것이고 점포와 직원을 줄이는 게 ‘당연하다’고 판단하는 ‘일반화의 오류’다.
비대면으로 계좌개설과 거래가 쉽게 이뤄진다고 해서 지점으로 고객을 유입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지 않은 채 통폐합하거나 없애는 것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그에 따른 시행착오와 생각지 못한 오류가 생기기 마련이고 자연스레 업무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쉽게 자르고 다시 새로 뽑는 증권사의 인력관리 행태만큼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존 직원 간 업무가 겹치거나 필요 없어질 경우 재교육 후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희망퇴직 신청부터 받는 업계 풍토는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한다. 다른 업계에 비해 유독 증권업계의 희망퇴직 단행이 매년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힘들어서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라면 업계가 호황일 땐 채용을 늘려야 정상이다. 하지만 호황기에도 신규채용에 적극이지 않다.
눈앞의 비용을 줄여 실적을 개선하는 꼼수를 부리는 것보다 인적자원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경쟁력을 갖추고 미래먹거리를 확보하는 게 장기적으로 훨씬 생산적이지 않을까.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07호·제5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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