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AMG GT C 로드스터. /사진=박찬규 기자
메르세데스-AMG GT C 로드스터. /사진=박찬규 기자

번쩍거리는 ‘세꼭지 별’ 엠블럼, 낮고 길쭉한 보닛, 탄탄한 뒤태. 멀리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실루엣은 메르세데스-AMG GT 라인업의 특징이다.

'롱-노즈 숏-데크' 디자인으로 대변되는 이 스타일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예전부터 즐겨 쓰던 것이다. 맥라렌과 협업해 만든 ‘SLR’은 물론 전설의 명차로 꼽히는 실버애로우 ‘SL300’도 비슷한 형태다. 이 차들은 엔진을 앞에 두고 뒷바퀴를 굴려 움직이는 후륜구동방식을 쓰는데 커다란 엔진이 차 무게중심의 정중앙에 가깝게 설치된 게 특징이다. 그만큼 운전석이 뒤로 밀려나 뒷바퀴 바로 앞에 앉아서 운전하는 독특한 비례감이 연출된다.


AMG는 1967년 메르세데스-벤츠 전문 튜너로 시작해 40여년간 모터스포츠에서 이름을 떨친 회사다. 메르세데스-AMG로 거듭난 이 회사는 2010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의미에서 ‘SL300’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SLS AMG’를 선보였다. 또 2015년 이를 다시 다듬고 순화한 ‘GT’를 내놨고 현재 GT 라인업은 총 8종으로 늘어나 ‘GT 패밀리’가 됐다.

독일 파더보른-립슈타트 공항 주차장에 멋진 고성능 쿠페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사진=박찬규 기자
독일 파더보른-립슈타트 공항 주차장에 멋진 고성능 쿠페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사진=박찬규 기자

메르세데스-AMG는 지난 9월18~19일 이틀간 독일 북서부 소도시 파더보른과 바트 드리부르크 인근에서 GT 패밀리 글로벌 미디어 시승행사를 열고 AMG의 최상위 독자모델인 GT 라인업의 위용을 뽐냈다. 이번 행사에서 기본형인 GT와 성능을 높인 GT S, GT C를 마음대로 골라 탈 수 있었고 레이스카 혈통의 GT R은 서킷에서 성능을 체험했다.

메르세데스-AMG GT C 쿠페. /사진=박찬규 기자
메르세데스-AMG GT C 쿠페. /사진=박찬규 기자

◆강함과 편안함의 공존, GT C 쿠페

파더보른-립슈타트공항에서 GT C 50주년 기념모델을 픽업했다. 디지노 그라파이트 그레이 마그노 컬러의 한정판이고 운전대에 500대 중 1대라는 글씨가 새겨져있다. GT C는 최상위모델 GT R의 바로 아래 모델이다.

그만큼 실내도 특별하다. 최고급소재인 나파가죽을 부위별 특성에 맞춰 특별히 가공, 적용했다. 운전대는 물론 문짝의 장식 등 손이 닿는 곳이면 아낌없이 가죽을 둘렀다. 버튼 위치나 각종 기능은 운전에 집중하기 좋게 디자인됐고 탑승자의 체형에 맞추기 쉽도록 전동식 버켓시트를 적용하는 등 에브리데이카의 편의성도 함께 챙겼다.

주차장에 세워진 다른 GT 모델들이 하나 둘씩 우렁찬 소리를 내뿜으며 출발한다. 고성능차의 시승행사여서 마련된 코스도 만만치 않다. 중·상급 난이도가 대부분이다. 공항을 출발해 아우토반을 질주하는 건 기본이고 구불구불한 와인딩로드, 그와 이어진 쭉 뻗은 시골길을 거쳐 빌스터 베르크 서킷까지 신나게 달릴 수 있다.

메르세데스-AMG GT C 쿠페 에디션50의 뒷바퀴. 305/30R20 사이즈의 대구경 초고성능 타이어. /사진=박찬규 기자
메르세데스-AMG GT C 쿠페 에디션50의 뒷바퀴. 305/30R20 사이즈의 대구경 초고성능 타이어. /사진=박찬규 기자

GT C는 4.0리터 V8 직분사 바이터보엔진을 탑재, 최고출력 557마력(hp, @5750~6750rpm), 최대토크 69.38㎏·m(@1900~5500rpm)의 성능을 갖췄다. 이와 맞물리는 변속기는 7단 AMG 스피드시프트 DCT. 1단 기어비를 넓게 세팅해 가속페달을 밟으면 자연흡기엔진처럼 머뭇거림 없이 반응하며 엄청난 가속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에 걸리는 시간은 단 3.7초.

아우토반에서 시속 100㎞로 달려도 시속 60㎞쯤으로 느껴질 만큼 안정적이었고 그 상태에서 시속 200㎞ 이상으로 가속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였다. 나아가 배기사운드, 서스펜션의 조절은 물론 주행모드까지 모두 개별 제어된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한 배려다.


핸들링도 편하다. 원하는 대로 반응한다. 안전장비는 답답할 만큼 모든 걸 제어하는 게 아니라 수위를 조절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세팅됐다. 운전자의 실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차로 변신할 수 있음을 드러낸 요소다.

메르세데스-AMG GT C 로드스터. /사진=박찬규 기자
메르세데스-AMG GT C 로드스터. /사진=박찬규 기자

◆자유로움의 GT C 로드스터

다음은 서킷 주변 코스에서 AMG 솔라빔 컬러의 GT C 로드스터를 탔다. 너무나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노란색 오픈카였다. 지붕이 열리는 점을 제외하면 GT C와 같은 차여서 고성능을 보다 직접적으로 체험하기에 잘 어울리는 모델이다.

특히 AMG 퍼포먼스 배기시스템을 더욱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배기라인의 플랩이 여닫히면서 AMG 특유의 낮고 굵은 사운드를 연주하는데 독일의 산길을 달릴 때 더욱 잘 어울렸다. 물론 마을을 지날 때나 주차장에서는 소리를 줄이는 게 매너다.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해당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AMG GT C 로드스터 실내. /사진=박찬규 기자
메르세데스-AMG GT C 로드스터 실내. /사진=박찬규 기자

지붕을 열고 달릴 때 비가 내렸지만 운전석에는 빗물이 떨어지지 않았다. 공기의 흐름이 커튼처럼 비를 막아줘서다. 시속 30㎞ 이하에서는 달리면서도 순식간에 지붕을 여닫을 수 있다. 오픈에어링을 만끽하며 독일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급커브가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산길에서도 주행은 안정적이다. GT C는 GT는 물론 GT S보다 뒷바퀴가 크다. 아울러 뒷바퀴에 전자적으로 제어되는 디퍼런셜 록이 적용됐고 스포츠나 스포츠플러스 모드에서는 제동 시 스스로 엔진회전수를 보정하며 빠르고 안전하게 코너를 공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메르세데스-AMG GT R. 최고출력은 585마력. /사진=박찬규 기자
메르세데스-AMG GT R. 최고출력은 585마력. /사진=박찬규 기자
◆혈통부터 다른 GT R

마지막으로 빌스터 베르크 레이싱 서킷에서 GT R을 탈 차례다. 내년 상반기 국내출시가 예정된 만큼 가장 기대가 큰 시승인데 날씨가 문제였다. 시승 직전 비가 쏟아진 탓에 노면이 불규칙했다. 공격적인 시승은 어려웠고 시승 도중 뒤가 미끄러지며 비틀거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곳은 고저차가 크고 블라인드코너와 고속코너가 많아 인기가 좋다. 하지만 이날은 안전이 우선이어서 앞차를 추월할 수 없었고 주행 시 앞 차의 타이어가 뱉어낸 물이 안개처럼 시야를 가렸다. 집중력을 잃으면 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최대한 여유롭게 차를 느끼며 컨트롤해야 했다.

메르세데스-AMG GT R. 스포츠버킷시트가 적용됐다. /사진=박찬규 기자
메르세데스-AMG GT R. 스포츠버킷시트가 적용됐다. /사진=박찬규 기자

최고출력 585마력(hp, @6250rpm), 1900~5500rpm에서 최대 71.42㎏·m의 토크를 뿜어낸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플러스, 서스펜션은 소프트로 맞췄다. 노면이 미끄러우므로 빠르고 즐겁게 타기 위해선 최대한 부드럽게 주행해야 했다.

이 차는 포뮬러원(F1)과 DTM(독일투어링마스터즈) 등 최고수준의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노하우가 적용됐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카랑카랑한 사운드가 귓가를 울리며 순식간에 치고나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6초 만에 가속되는데 순간적인 최대가속은 무리였다. 코너를 앞두고 제동할 때도 매우 안정적이다.

메르세데스-AMG GT R. 경량화에도 신경 썼다. /사진=박찬규 기자
메르세데스-AMG GT R. 경량화에도 신경 썼다. /사진=박찬규 기자

GT 라인업 중 성능이 가장 강력하지만 무게는 기본형만큼 가볍다.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에어로파츠와 엔진의 동력을 뒷바퀴로 전달하는 장치들을 감싼 토크튜브에 탄소섬유를 썼고 배기라인은 티타늄을 적용해 고온내구성과 경량화를 함께 추구했다. 나아가 고온에 강한 세라믹브레이크디스크, 멋진 리어윙을 비롯한 여러 디테일이 다른 모델과 확연히 구분된다.

독일 북서부 소도시 바트 드리부르크에서 열린 메르세데스-AMG GT패밀리 글로벌 시승행사가 끝났다. /사진=박찬규 기자
독일 북서부 소도시 바트 드리부르크에서 열린 메르세데스-AMG GT패밀리 글로벌 시승행사가 끝났다. /사진=박찬규 기자

짧지만 굵었던 이번 행사에서 메르세데스-AMG의 자신감이 충분히 묻어났다. GT 패밀리는 모터스포츠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벤츠의 프리미엄 이미지에 더한 라인업이다. 날마다 탈 수 있는 고성능차를 표방한 까닭에 누구든 불편하지 않게 운전의 즐거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목표는 라이벌로 지목한 포르쉐 911과의 정면승부. 서로 추구하는 바가 비슷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매력을 표현했다.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AMG는 사람들이 어떤 요소를 좋아하는지 치밀히 분석했고 공략법도 꽤나 섬세하다. GT 패밀리만의 손맛, 특유의 굵직한 사운드가 향기처럼 맴도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07호·제5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