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하지만 기대수명이 늘어났다고 해서 기뻐할 수만은 없다. 연장된 수명을 얼마나 건강하게 보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100세까지 살더라도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삶의 행복과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엔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이 앓는다는 척추질환이 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 겪는 허리 통증은 일시적으로 결리고 뻐근한 정도에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과 같은 질환으로 악화돼 평생을 괴롭히기도 한다. 행복한 100세 시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척추질환과 치료법을 알아보자.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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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에서 학생까지

허리디스크란 척추 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 완화 역할을 하는 디스크가 지속적인 충격과 압박으로 본래의 자리에서 벗어나 발생하는 질환이다. 탈출한 디스크가 주변 신경을 압박하면서 염증과 허리 통증, 다리 저림, 마비 등의 신경 이상증세를 유발한다.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연령층은 40~50대 중장년층이다. 하지만 최근엔 잘못된 자세로 오랜 시간 앉아 일을 하는 젊은 직장인이나 학생들 사이에서도 심상찮게 증상이 나타난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허리디스크로 진료를 받은 환자의 수는 193만명에 달했다.


허리디스크는 만성질환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초기에 충분한 휴식과 약물·물리치료를 병행하면 호전될 수 있다. 처음엔 허리 통증이 간헐적으로 생겼다 없어졌다 하기 때문에 단순한 근육통으로 생각해 가볍게 지나치기 쉽다. 다리에 신경감각 이상증세가 나타나거나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느낀 다음에야 알아채는 것이다.

뒤늦게 병원을 찾은 뒤에도 직장을 쉴 수 없거나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치료를 망설이는 중·장년층과 고령층의 환자가 많다. 이들은 치료를 자꾸 미루는데 이는 척추수술과 관련한 정보부족과 막연한 두려움이 만든 선입견 때문이다. 실제로는 부작용과 위험부담이 거의 없는 미세침습시술 등의 다양한 치료방법이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효과적 시술… 1시간 만에 걷고 다음날 퇴원


허리디스크에 이용되는 미니레이저디스크시술(SELD)은 200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시술방법으로 우리나라에는 2012년 도입됐다. 시술에 속하는 치료법이지만 그 효과는 수술 못지않다. SELD는 천추열공에 국소마취를 한 뒤 직경 3mm의 초소형 내시경 카메라와 레이저가 장착된 가느다란 관을 넣어 탈출된 디스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소마취로 이뤄지는 만큼 시술 시 환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통증 부위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만성질환을 앓는 고령의 환자도 합병증 걱정 없이 시술받을 수 있다. 또한 절개 부위가 3mm로 매우 작아 뼈, 인대, 근육과 같은 몸의 구조물 손상이 거의 없다. 바로 다음날 퇴원이 가능하고 시술 후 1시간이 지나면 걸을 수 있어 일상생활에 바로 복귀해야 하는 환자에게도 적합하다.

무엇보다 관절내시경처럼 의료진이 눈으로 직접 병변 부위의 디스크나 유착된 신경을 확인하면서 시술해 정확도가 높고 MRI로도 확인이 어려운 신경유착이나 염증 등의 확인과 치료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허리디스크만큼 발병률이 높은 또 다른 척추 질환에는 척추관협착증이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중앙의 척추관이 좁아져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터질 듯 아픈 것이 특징이다. 뼈와 관절 같은 딱딱한 조직이 신경을 누르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인데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려 앉아 있을 때에는 증상이 완화된다.

완치가 어려운 특이질환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허리디스크와 마찬가지로 초기 치료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물론 상태가 서서히 악화되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쉽지 않지만 설사 뒤늦게 알아채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시경 신경협착완화술(PSLD)을 통해 쉽고 빠르게 치료할 수 있어서다.

0.7㎝의 최소 절개로 이뤄지는 PSLD는 허리 부위에 국소마취해 진행한다. 척추관이 좁아진 부위를 미세드릴을 이용해 넓히는 방식으로 출혈이 거의 없고 시술시간도 40분~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평소 심혈관 질환이나 신장병·당뇨 등 내과적 질환이 있는 환자도 시술이 가능하다. 실제로 신장투석을 받는 환자가 당일 오전 투석을 받은 후 오후에 시술을 받고 다음날 퇴원한 사례도 있다.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하는 국내 시술법 가운데 가장 미세침습적인 것으로 알려진 PSLD는 재발된 척추관협착증이나 오래 진행된 협착증에도 시술이 가능하다. 또 근육과 뼈 사이 지방층으로 내시경을 삽입해 수술 이후 통증이 거의 없고 뼈와 근육 손상이 다른 수술에 비해 최소한으로 제한돼 허리디스크에도 효과적이다.


우리 몸의 중심으로 불리는 척추는 생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적지만 신체의 밸런스를 맞춰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아서 나아지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방심했다가는 척추건강은 물론 여행과 운동 등 일상적인 행복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초기 치료, 미세침습시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예방이다. 그리고 예방의 시작은 관심이다. 허리에 무리가 가는 행동을 삼가고 꾸준히 스트레칭과 운동을 해야 한다. 사소한 통증도 가벼이 넘기지 않고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바로 알아차린다면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즐길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9호(2017년 10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