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농촌이 고령화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전체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40%에 육박하고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의 61%에 그친다. 농촌 노인 대다수가 기초연금에 기대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머니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연중기획시리즈 ‘노후빈곤, 길을 찾다’를 마련했다. 이번호에는 농민이 노후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다. 실제 사례를 통해 농촌에서 소득을 올리는 노하우를 알아보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농촌 노인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했다. 또 최근 사회트렌드로 부상한 귀농·귀촌 성공을 위한 실전 팁도 소개한다.<편집자주>

한국 농촌이 빈곤으로 시름에 잠겼다. 농가소득과 관련된 경제지수가 계속 하락하고 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한 농지연금도 제 기능을 못하는 실정이다. 그 사이 도농 간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노년 빈곤율은 49.6%로 비교대상 34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도시근로자가구 대비 농가 소득비율은 1995년 95.7%에서 2014년 61.5%로 낮아졌다. 국내 전체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이 38%에 달하는 우리 농촌의 현실을 고려하면 농촌 빈곤은 노인 빈곤과 같은 말이다. ‘농촌이 잘 살아야 선진국’이라는데 대한민국은 아직도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가뭄이 망친 배추농사. /사진=뉴스1 DB
가뭄이 망친 배추농사. /사진=뉴스1 DB

◆제 구실 못하는 ‘농지연금’

지난해 국정감사 때 공개된 주요 국내 농가 노인들의 실태는 암담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농촌고령자 실태 및 정책개선방안 자료’에 따르면 읍·면지역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의 경제적 만족도는 15.5%에 그쳤다. 

건강상태와 여가·문화활동에 대한 만족도 역시 각각 27.5%와 33.8%로 낮은 편에 속했다. 특히 경제적·문화적 빈곤이 이어지자 농촌 노인 100명 중 9명이 자살을 생각해봤다는 충격적인 답변까지 나왔다. 

농촌 내 경제적 간격도 벌어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하위 20% 농가의 소득은 국내 2인가구 최저생계비(105만1000원·2015년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하위 20%인 1분위 농가소득은 939만3000원으로 월평균 78만3000원 수준이다. 상위 20%인 5분위 농가소득은 8935만7000원으로 아래 단계인 4분위의 4240만원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농가 내에서도 소득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의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농가를 위해 정부는 2011년부터 농지자산을 유동화해 생활자금과 노후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농지연금제도를 실시했다. 

초기에는 제도가 비교적 잘 정착됐다. 농지연금제도는 만 65세 이상, 영농 경력 5년 이상의 농가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전·답·과수원 등 실제 영농에 이용되는 농지가 있으면 가입할 수 있고 면적도 제한이 없다. 특히 개인연금과 중복 수령이 가능하고 연금을 받으며 담보농지를 직접 경작 또는 임대할 수 있어 농가의 환영을 받았다.

그 결과 농지연금 가입자 수는 2011년 911명에서 지난해 8월 기준 6379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문제는 농지를 담보로 지급하는 농지연금액이 대부분 월 100만원 미만이어서 가입률이 낮고 중도포기자가 많다는 점이다.

[노후빈농 탈출법] 농촌이 가난한 후진국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연금 자료에 따르면 2011~2015년 농지연금 가입자의 65.0%가 월 100만원 미만을 수령했다. 가입 상품도 평생 노후가 보장되는 종신형보다 단기형에 집중돼 실효성이 떨어졌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당시 가입자 5206명 가운데 29.4%인 1532명이 중도에 연금 수령을 포기했다. 가입자 62.5%가 5·10·15년짜리 3단계로 나뉜 기간형 연금상품을 선택했고 37.5%만 평생 노후를 보장받는 종신형에 가입했다. 

기간형을 선택하는 이유는 종신형보다 월 연금액이 높아서다. 월 연금액은 담보인 농지의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농지연금포탈에 따르면 65세 노인이 1억원 담보농지로 종신형에 가입하면 매달 36만원을 사망 시까지 받는다. 하지만 15년형을 선택하면 55만3000원, 5년형은 월 139만2000원으로 상승한다. 월 연금액을 높이기 위해 안정적인 종신형보다 짧은 기간형을 선택하는 것이다. 

농지연금제도는 도시인근 농가가 더 많은 혜택을 받는 부작용도 낳았다. 국내에서 고령자가 가장 많은 전남은 91%가 100만원 미만, 6%가 200만원 미만, 2%가 300만원 미만을 수령했다. 반면 도시권인 경기도에선 31%가 100만원 미만, 36%가 200만원 미만, 34%가 300만원 미만을 수령했다. 도시권일수록 농지가가 높게 평가돼 일어난 현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농지연금이 가입대상의 나이와 소득, 주거환경 등 모든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양평공동농장 옥수수수확. /사진제공=경기도농업기술원
양평공동농장 옥수수수확. /사진제공=경기도농업기술원

◆농촌 일자리 대안 ‘공동농장’

문재인정부는 쌀 직불제 개편, 국산 농축수산물 및 이를 원료로 한 농식품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예외 인정, 농업경영인 육성 등 여러 농정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농업인들은 일부 농정과제가 해결되면 자연스레 농가의 소득도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국가와 자치단체의 재정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모든 농촌 노인의 수요를 맞추기는 힘들다. 전문가들은 각 지역에서 농촌노인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최고의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최근 노인들의 일자리창출을 돕는 농촌마을 공동농장사업이 새로운 일자리모델로 각광받는다.

공동농장은 경기도농업기술원이 마을 공동의 부지나 텃밭에 농작물 생산기반과 공동생활 공간을 조성한 뒤 노인인력을 활용해 농작물을 생산·재배·판매하는 지원사업이다. 농기원은 지난해 처음 시범사업으로 여주와 양평에 공동농장을 각각 설립하고 총 4억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지원금을 10억원으로 늘려 평택과 안성·양주·양평·가평 등 5개 지역으로 확대했다. 

노인들은 시간당 7000~8000원을 받고 하루 4시간가량 일한다. 보통 오전에 일을 마치고 오후에는 노래방, 공동취사급식시설 등이 조성된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한다. 물론 오후에 업무를 더 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하루에 4만~5만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농기원 농촌자원과 관계자는 “도에서 각 시·군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공동농장 신청 마을에 예산을 보조하는 형식”이라며 “성과가 좋아 현재 전국에서 이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하는 추세다. 내년에도 3개의 농장을 더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9호(2017년 10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