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더불어 사는 세상] 개독감 사람한테 옮길까

독감 예방 계절이 다가왔다. 매년 10~12월이면 급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한 독감 예방접종이 진행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권장 백신주를 지정해 알려주면 지역 병원, 보건소에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개 역시 사람처럼 독감에 걸린다.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있다. 요즘은 개 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한 접종도 많이 하는 추세다.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람 독감처럼 발열, 기침, 콧물 등의 호흡기 증상을 보인다. 치사율이 5~10%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전파력이 강하다.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대대적으로 발생해 이슈가 됐다.


최근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 쪽으로 변이되고 있으며 개농장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이 쏠린다.

현재까지 보고된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3N8형과 H3N2형으로 나뉜다. 2004년 미국에서 보고된 H3N8형의 경우 말 인플루엔자에서 변이된 것이며 2007년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H3N2형은 조류 인플루엔자(AI)에서 변이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개 홍역(디스템퍼)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개들이 있었는데 디스템퍼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조류 인플루엔자 키트로 검사를 했더니 양성이 나와 개 인플루엔자인 것이 확인됐다.


H3N2형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발생원인 중 하나로 ‘식용견 문제’가 꼽힌다. 식용견을 기르는 개농장에서 폐사된 닭을 먹이로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과정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개 인플루엔자로 변이했다는 것. 양계장에서는 폐사된 닭을 처리할 수 있어 좋고 개농장에서는 사료 값을 아낄 수 있으니 상부상조한다고 생각했지만 이 과정에서 폐사된 닭이 바이러스 매개체가 됐고 유전자재조합이 발생하며 개에게 친화력이 높은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만들어졌다.

개농장은 정식으로 허가받은 축산농장이 아니어서 방역관리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미 국내 곳곳에 H3N2형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퍼져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 독감 바이러스와 섞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에게 감염됐다는 보고는 없지만 사람에게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개식용이 금지되지 않아 여전히 전국적으로 3000여개의 개농장이 존재한다. 또한 AI도 매년 발생한다. 아울러 개는 사람과 가장 밀접하게 지내는 동물이다. 한 침대에서 반려견과 함께 잠을 자는 주인도 많다.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수의사 중 일부에서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항체 양성 반응이 나온 점도 이를 증명한다.

사람과 동물의 건강이 별개가 아니라는 원헬스(하나의 건강) 관점에서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유심히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0호(2017년 10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