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절벽’으로 불리던 중금리대출시장이 커졌다.

중금리대출이란 연 6~19%의 금리로 대출하는 상품을 말한다. 신용등급 4~6등급으로 일정소득이 있는 직장인 등이 대출대상자다. 주로 대출받는 금액은 3000만~5000만원이지만 최대 1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담보가 필요 없는 신용대출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융권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1조3917억원으로 1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7월 중신용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선보인 사잇돌대출은 누적대출액이 1조33억원을 기록했다.

중금리대출은 금융당국의 서민금융 지원방침에 따라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인터넷은행은 영업점포를 없앤 비용으로 대출금리를 낮췄고 시중은행은 신용대출 평균금리를 일제히 내렸다. 저축은행은 중도상환수수료, 대출취급수수료 등 대출실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없애 금리부담을 줄였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이 이달 안에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인데 이 경우 민간 금융회사가 판매하는 중금리 대출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중·저신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대출금리 역시 상승할 위기에 놓였다.

금융업권별 중금리 대출금리를 살펴보고 대출전략을 세워보자.


[머니S토리] '중금리 대출' 시대에 대처하는 자세

◆카카오뱅크 대출금리 3%대 ‘눈길’

현재 은행권 대출상품을 살펴보면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금리가 가장 낮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대출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금리를 제공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말 신용등급(CB) 5~6등급 기준 신용대출 연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카카오뱅크(3.8%)다. 이어 케이뱅크(4.0%), NH농협은행(4.2%), 신한은행(4.4%), KEB하나은행(4.7%), KB국민은행(4.9%) 우리은행(5.4%) 순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의 중금리대출 판매비중은 8월 말 기준 11.9%로 시중은행(17.5%)보다 낮다. 중금리 대출금리가 은행보다 저렴함에도 판매규모는 적다는 의미다. 반대로 인터넷은행의 고신용자(1~3등급) 대출비중은 87.5%로 시중은행(78.2%) 보다 5.3%포인트 높았다.


은행 관계자는 “중금리대출은 고객의 대출거래 등 데이터가 쌓여야 연체율 관리가 용이하다”며 “인터넷은행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신용자에게 저금리대출을 몰아주는 소극적인 대출전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은행의 중금리 대출금리는 연 7~11% 수준에서 형성됐다. 그러나 광주은행의 CB 5~6등급 신용대출금리는 연 4.2%로 신한·KEB하나·국민·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보다 낮았다.

저축은행 중에선 CB 5등급 기준 신한저축은행(14.48%)의 신용대출금리가 가장 낮았고 KB(15.07%), 대신(22.08%), OK(24.75%), JT친애(24.95%)저축은행 순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은 내년 1월부터 대부업 최고금리가 연 27.9%에서 연 24%로 4%포인트 인하되는 것을 앞두고 대출금리를 현행보다 소폭 낮추면서 고객 포섭에 나섰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 20%대 고금리대출을 이용한 중저신용자들도 연 10%대의 중금리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대출총량규제를 비롯해 법정최고금리 인하를 앞두고 저축은행의 대출금리 인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머니S토리] '중금리 대출' 시대에 대처하는 자세

◆인터넷은행 3호 인가에 기대

금융당국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이을 제3의 인터넷은행 추가인가를 준비 중이다. 두 인터넷은행 출범으로 다른 금융회사들이 금리를 낮추는 메기효과가 일어나서다.

금융위원회는 1~2곳의 인터넷은행 추가인가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추가로 출범하면 중금리 대출시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인터넷은행 후보군에 오른 기업이 많은데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명한 기업은 아직 없다”며 “인터넷은행이 추가로 설립되면 금리단층현상으로 소외된 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중금리대출시장이 한층 두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인가과정에 문제가 제기된 케이뱅크의 평가 여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의 인가과정에 금융위원회가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ICT(정보통신기술)기업이 자격을 갖지 않고 은행업을 영위해 중금리대출 판매에도 소홀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경우 제3의 인터넷은행 인가기준은 지금보다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금리대출 열풍을 몰고 온 인터넷은행의 메기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진다. 

 ◆다시 보자 저금리 정책상품

금융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정책상품과 금융회사가 내놓은 중금리대출을 비교해 자신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상품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정책금융상품인 사잇돌대출은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저축은행이 내놓은 상품과 성격은 다르지만 주된 수요층이 신용등급 4~6등급으로 동일하다. 연말에는 서민금융진흥원 중심의 10%대 중금리대출 신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므로 이를 참고할 만하다.

또한 정책금융상품인 보금자리론 신청이 가능한 대상자라면 미리 신청하는 게 좋다. 정부가 가계부채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의 통폐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서다. 보금자리론이 대출자격 요건이 보다 까다로운 디딤돌대출과 합쳐질 경우 중산층과 서민의 내집 마련용으로 쓸 수 있는 고정금리상품의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다.

현재 보금자리론의 소득기준은 부부 합산 연 7000만원으로 디딤돌대출보다 1000만원 높다. 주택가격 역시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로 디딤돌대출(5억원 이하)보다 문턱이 낮고 대출한도 역시 3억원으로 최대 2억원인 디딤돌대출보다 많이 빌릴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중산층이 주로 이용하는 적격대출도 규제대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져 서민들의 대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대출규제가 강화되기 전 중금리대출 정책상품을 비롯해 정책모기지상품을 돌아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0호(2017년 10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