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화재가 DB손해보험으로 다시 태어났다. 동부화재는 지난달 13일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이달 1일부터 DB손해보험으로 바꾸는 안을 의결했다. DB손보가 사명을 바꾼 것은 22년 만이다. 앞서 DB손보는 1995년 한국자동차보험에서 동부화재로 사명을 바꾼 바 있다. 


김정남 DB손해보험 CEO. /사진=머니투데이 DB
김정남 DB손해보험 CEO. /사진=머니투데이 DB



동부그룹의 사명도 1971년 동부고속운수가 ‘동부’라는 사명을 처음 사용한 후 46년 만에 ‘DB’로 교체된다. DB그룹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그룹의 주력업종을 제철·건설업에서 금융·제조업으로 바꾸고 그룹 정체성을 다시 세울 계획이다.

김정남 DB손해보험 사장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상장 손해보험사 가운데 최장수 CEO인 김 사장은 이근영 신임 DB그룹 회장의 계열사 자율책임경영 기조 아래 핵심계열사인 DB손보의 새 도약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CEO] 새 간판 내걸고 '제2의 도전'

◆인슈테크 대응, ‘효율·편의’ 잡았다

김 사장은 북평고와 동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 DB그룹(구 동부그룹)에 입사했다. 이후 1984년 현재의 DB손보로 자리를 옮겨 보상·영업·신사업·기획 등 핵심업무를 담당하며 보험전문가로서 탄탄한 기초를 다졌다. 2010년 5월 사내 평사원 출신으로는 최초로 CEO 자리에 오른 그는 실상추구, 상호소통, 자율경영 세가지 원칙을 내세웠고 이 중 특히 소통을 강조했다.

당시 경영인 사이에서 화두로 떠오른 소통은 기업경영의 필수요소 중 하나였다. 특히 획일적인 소통으로 본질이 흐려지지 않도록 김 사장은 동어가 반복된 ‘상호소통’을 원칙으로 세우는 등 직원간 쌍방교류를 위해 힘썼다. 그는 각종 보고용 문서작성을 생략하면서 형식적인 사내문화를 유연하게 변화시켰고 취임 후 매달 호프집, 극장, 사택 등에서 직원을 만나는 ‘CEO와 통통통’ 행사를 개최하며 직원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했다.

내부를 다잡자 실적이 상승곡선을 탔다. 김 사장 취임 후 DB손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업황 부진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을 거듭했다. 2012년 총자산 2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14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매출 10조원을 넘어섰다. 

우수실적에는 김 사장의 빠른 경영판단도 한몫했다. 그는 변화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선제적인 핀테크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 인슈테크를 강화해 일찌감치 업무효율화를 꾀했다. 

특히 현장직원을 위한 핀테크지원을 강화했다. 그는 2013년부터 설계사의 원활한 업무를 위해 스마트기기를 지급했고 보상직원에게도 태블릿PC를 지원해 사고에 대한 조사부터 분석까지 실시간으로 대응하도록 했다. 선제적 핀테크 구축으로 업무 효율성과 고객 편의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손보업계 최초로 인슈테크 상품과 서비스를 잇따라 내놨다. DB손보는 지난해 4월 신채널 및 CM상품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보험증권 발급서비스를 시행했으며 올 초에는 특허권 획득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에는 카카오톡 채팅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미 챗봇’을 도입했다.

특히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에 착안해 기획된 인슈테크상품인 ‘스마트(smarT)-UBI 안전운전 자동차보험’은 T맵 내비게이션을 켜고 일정거리를 주행한 후 부여되는 안전운전 점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받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 고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주력사업인 자동차보험시장의 성장세도 돋보인다. 현대해상과 수년간 치열한 2위권 경쟁을 벌인 DB손보는 2012년 당시 회계연도 2분기(4~6월)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15.9%를 기록, 15.6%인 현대해상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DB손보가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에서 현대해상을 제친 것은 1996년 이후 16년 만이다. DB손보는 올 상반기에도 현대해상을 뒤로 하고 시장점유율 2위를 탈환했다.

◆‘그룹 핵심’ DB손보 역할 크다

금융권 경험이 풍부한 이근영 회장의 취임으로 DB그룹은 주력사업인 보험·생명·증권 등 금융부문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핵심계열사인 동부대우전자가 최근 매각될 분위기여서 금융사업 강화는 필수불가결해 보인다. 또 구조조정기업 이미지를 탈피해야 하는 DB그룹 입장에서는 대외적인 사업추진이 많은 핵심계열사 DB손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보험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불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리스크 관리 기반의 사업역량 확보를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완수 중이다. 

DB손보는 지난 5월 499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해외투자 실탄 마련 및 자본건전성 확충에 성공했다. 일찌감치 해외 투자시장에 눈을 돌린 김 사장은 확충된 자본으로 해외투자의 장점을 살려 DB손보의 장기비전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김 사장은 영업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명변경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사명은 바뀌었지만 고객에게 친숙한 자동차보험 브랜드인 프로미(Promy)를 그대로 사용해 인지도를 유지한 것. 또 1000만 고객을 관리하는 대형 영업조직망은 기·신규가입자의 불안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DB손보 관계자는 “설계사들이 현장에서 다소 불편을 겪겠지만 자체 영업조직이 잘 갖춰져 영업력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보헙업권 환경 속에서 김 사장의 내년 전략은 올해처럼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보다 진화된 인슈테크 상품과 서비스 도입, 온라인 자동차보험시장 공략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DB손보가 새로운 사명을 타고 ‘큰 꿈’을 펼칠 수 있을까. 부임 8년 만에 새 사명과 함께 새로운 도전에 나설 김 사장의 행보가 기대된다.

☞ 프로필
▲1952년 10월 강원도 동해 출생 ▲북평고 ▲동국대 행정학과 ▲1979년 DB그룹 입사 ▲1998년 DB손해보험 지방영업본부장 ▲2003년 DB손해보험 개인영업총괄 상무 ▲2004년 DB손해보험 경영지원총괄 상무 ▲2005년 DB손해보험 신사업부문총괄 부사장 ▲2009년 DB손해보험 개인사업부문총괄 부사장 ▲2010년~현재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12호(2017년 11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