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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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얼음장 같았던 관계가 사르르 녹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약 15개월간 지속됐던 냉랭한 기류가 훈풍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한·중 양국이 공동으로 관계개선 의지를 표명하는 데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추진될 예정이어서다. 아직 양측이 완고한 부분이 있어 세부 조율은 필요하지만 회복의 물꼬를 튼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움츠러들었던 관광, 면세점, 화장품 등의 업종은 갈등 해소를 매우 반기는 분위기다. 중국과 관계가 개선되면 이들의 중국시장 공략도 다시 활기를 찾을 전망이다.


◆한중, 꽃길만 걷자… 화해 분위기 ‘솔솔’

한중관계 회복의 신호탄은 통화스와프 협정의 연장에서 비롯됐다. 통화스와프는 어느 한쪽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할 경우 상대국이 외화를 즉각 융통해줘 유동성을 공급하는 안전판이다. 중국이 외교갈등 상황에서도 양국의 경제적 실리를 우선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11일 한국과 중국은 560억달러(약 64조40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12월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뒤 12년간 이를 이어가게 됐다. 한중 통화스와프 규모는 560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통화스와프(1220억달러)의 47%를 차지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스와프 연장합의 전에는 중국 측이 사드 보복 차원에서 협정을 종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며 “따라서 이번 연장은 격화된 중국의 입장이 유화적으로 변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한국과 중국정부가 함께 사드 배치로 촉발된 갈등을 봉합하고 교류협력을 정상화하는 데 합의했다는 공동 발표문을 같은 시각 공표했다. 본격적으로 화해 분위기에 돌입한 셈이다.

또 이달 10일 베트남 다낭에서 개최되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사드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교류 정상화와 북한 핵문제 해결을 공조하는 미래지향적 협력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7월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시작된 중국의 보복은 한국경제에 큰 부담을 줬다. 외교적 비난과 비자발급 제한, 규제 강화 등 비관세장벽을 통한 무역보복을 넘어 한국기업의 대중국영업을 방해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이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지난달까지 중국의 사드 보복 무역 피해 사례는 247건이 접수됐다. 올 연말까지 피해규모만 8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금한령’으로 한국 콘텐츠 수출이 힘들어지고 중국 단체관광객이 한국으로 오지 못할 뿐 아니라 대기업조차 중국시장에서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현대차는 중국 베이징현대에서의 공장생산 중단과 함께 판매량 급감도 경험했다. 이마트는 올 연말까지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할 계획이다. 총 6개 매장 중 5개 점포는 이미 매각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도 중국 현지의 112개 매장을 모두 처분하려고 계획한 바 있다. 다만 최근 해빙 무드에 매각계획 철회 가능성을 열어둔 모양새다.

◆사드 보복 피해업종 ‘화색’

이 같은 양국의 훈훈한 분위기는 일단 내년 평창올림픽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올해 안에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 방문한다면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 시진핑 주석이 답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드 문제가 해결되면 먼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상승이 기대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교역국가다. 하지만 올 들어 사드 보복 이전 10%대였던 중국의 수입액에서 한국 수출품 비중이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KB증권에 따르면 한중 교역이 다시 정상화될 경우 서비스 수출증가로 서비스수지가 개선되고 내수가 회복돼 연간 경제성장률이 0.2~0.3%포인트 제고될 전망이다.

갈등 해소국면에서 업종별 영향을 살펴보면 가장 피해가 컸던 업종에서부터 긍정적인 영향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상대적으로 제재가 쉬운 여행, 화장품, 면세점 등에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여행사인 씨트립, 투뉴 등은 지난달 31일 현재 한국 단체관광상품을 마련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관광객은 지난달 들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중국 노선을 이용한 여행객 수는 전분기보다 50만명 이상 늘었다. 사드 보복 후 처음으로 지난달 중국인 입국객이 증가한 것이다. 또 중국인관광객이 다시 돌아오면 호텔·레저와 면세점업종에서 중국인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중국인의 매출비중이 70%에 달했던 터라 기대감이 더욱 크다.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중국인의 단체관광도, 콘텐츠의 중국 방영도, 게임서비스를 위한 판호 발급도 중단된 상황”이라며 “하지만 좋은 시작은 성공의 반이라는 말처럼 양국 간의 협의를 기점으로 다양한 분야의 문제가 하나씩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3호(2017년 1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