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돈이 되다] 4차산업 '승자의 요건'을 잡아라
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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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지식이 돈이 되는 시대다. 낙서하듯 그린 그림이 수백억원의 가치를 지닌 캐릭터로 탈바꿈하고 천문학적인 액수가 걸린 송사로 번지기도 한다. 하나의 지식재산권(IP)을 손에 넣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퍼붓는 일도 흔하다. <머니S>가 한국 IP산업을 고찰했다. IP의 확장성과 정부의 대응책을 살펴보고 금융·IT업계의 현황도 점검했다. 아울러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IP시장의 경쟁실태를 통해 우리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이하 IP)이 기업의 성패와 국가경쟁력을 가늠할 척도로 주목받고 있다. 경제 패러다임이 노동·자본 중심에서 지식기반 경제로 전환되면서 기업과 국가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으로 급부상한 것. IP의 중요성은 초연결·초지능·융합화에 기반해 상호 연결되고 보다 지능화된 사회로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며 더욱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IP의 창출·보호·활용에 앞장서지 않는 기업과 국가는 도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급성장한 글로벌 IP시장
IP는 상업·과학·문화·예술분야에서 인간의 지식활동으로 창출되는 창작물에 부여되는 법적인 권리를 의미한다. 크게 발명품에 대한 권리인 ‘산업재산권’, 저작물에 대한 창작자의 권리인 ‘저작권’, 새로운 분야의 지식재산에 대한 권리인 ‘신지식재산권’으로 구분된다.
세계지식재산시장은 나날이 팽창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0년 200억달러 수준이던 특허기술과 소프트웨어 등 산업지식재산 거래규모는 지난해 3000억달러로 급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기업과 국가 간 IP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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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도 커지는 추세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지식재산권시장 규모는 2009년 8조1507억원에서 2012년 11조4963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지식재산산업의 경제 기여도는 우리나라 경제 전체 고용의 14.7%(259만명), 국내총생산(GDP)의 33.8%(약 120조원)로 추정된다.
IP는 무형의 권리여서 모방이나 도용이 용이하고 권리침해 시 즉각적인 권리구제가 어려운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특허권 분쟁이 급증하는 추세다. IP업계에선 세계 지식재산권 분쟁시장 규모를 500조원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유럽과 함께 전세계 특허 출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5개국(지역) 특허청 간 협의체인 IP5에 속해 있다. 외형상 특허 선진국처럼 보이지만 다른 IP5 국가와 달리 넘치는 권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실제로는 IP 변방국에 가깝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상반기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특허기술, 상표 및 프랜차이즈, 저작권 등 IP 무역수지는 6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1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매년 적자행진이 이어졌다.
그나마 최근 들어 적자폭이 줄어든다는 게 위안거리다. 2015년 상반기 25억5000만달러 손실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9억5000만달러로 적자폭이 크게 줄었고 올해 다시 3억5000만달러 감소했다. 이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선방한 결과로 풀이된다.
외국인투자 대기업(-1억4000만달러)과 외국인투자 중소·중견기업(-14억4000만달러)이 대규모 적자를 본 가운데 국내 중소·중견기업은 6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14반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또 국내 대기업도 통계 작성 이래 첫 흑자(3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적자폭을 줄이는 데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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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국내기업의 IP분야 약진이 눈에 띄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허원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식재산을 창출·보호·활용하지 못해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과의 혁신 경쟁에서 밀릴 경우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위협적인 샌드위치 상황이 만성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은 국가 차원에서 연구개발 투자에 집중하는 한편 IP 축적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다. 제도적으로 지식재산 창출을 촉진하기 위해 IP 창출·등록을 지원하고 관련 법률·제도 개선 등의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역시 IP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련 산업보호와 육성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일 특허청이 정부의 지식재산분야 마스터플랜으로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식재산 정책방향’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돈이 되는 강한 지식재산을 창출하고 이를 시장에서 제대로 보호하며 산업에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지식재산 선순환 플랫폼 구축’을 통해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책의 기본 방향은 ▲품질 중심의 책임행정 ▲중소·벤처기업 IP보호를 위한 제도 혁신과 정부사업의 민간개방 ▲미래 대비 IP 생태계 조성 등이다. 특히 정부는 민간중심의 지식재산서비스업을 집중 육성해 2018~2022년 1만2000개의 관련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이 주도하던 특허·상표·디자인 조사서비스를 민간에 단계적으로 50% 이상 개방하고 공공기관은 관리·평가·교육에 집중토록 개선할 방침이다. 또 내년까지 700억원 규모의 지식재산서비스업 투자펀드, IP 투자펀드 등을 조성해 지식재산서비스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특허관리전문사의 육성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미래 경쟁, 승자의 요건
정부는 이번 지식재산 관련 정책이 충실히 이행될 경우 지식재산 집약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돼 국가 전체적으로 연간 12조6000억원, 앞으로 5년간 63조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산업재산권과 관련된 IP서비스업 매출 규모가 올해 2조1000억원에서 5년 뒤에는 2조7000억원으로 6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특허와 지식재산은 승자의 요건이 될 것”이라며 “지식재산을 통해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견인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앞으로 특허권과 저작권의 연동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창출된 새로운 유형의 지식재산 보호 이슈도 확대될 예정이어서 시대가 요구하는 기술 및 시장 환경에 부합하는 체계화되고 유연한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정책수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3호(2017년 1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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