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H CORE 런칭. /사진=박찬규 기자
현대제철 H CORE 런칭. /사진=박찬규 기자

-철강업계 '고어텍스' 될까… 개별브랜드 눈길
-현대제철, 내진강재 브랜드 런칭, 포스코 기가스틸, 동국제강 럭스틸 등 주력제품 브랜드화

철강업계가 달라지고 있다. 회사 이름만 앞세우던 과거와 달리 주력제품의 브랜드화를 추구하며 차별화를 꾀한 것. 동국제강 ‘럭스틸’(Luxteel), 포스코 ‘기가스틸’(GIGASTEEL)에 이어 현대제철이 ‘H CORE’(에이치코어)를 전면에 내걸었다.

◆현대제철 ‘H CORE’

현대제철이 지난 1일 선보인 ‘에이치코어’는 내진강재 전문 브랜드다. 내진용 철강재는 지진의 충격을 흡수해 지각의 흔들림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성능을 지닌 제품으로 일반강재 대비 높은 에너지 흡수력·충격인성·용접성 등의 특성을 지닌다. 이를 건축물에 적용할 경우 외부 충격으로부터 거주자의 안전도를 높이는 효과를 갖는다.


지진 등으로 큰 힘이 건물에 가해졌을 때 일반강재는 기둥이 부러지면서 쉽게 무너지지만 내진용강재는 쉽게 부러지지 않아 설계자 의도대로 설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대제철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브랜드 공모전을 열어 에이치코어 브랜드를 확정, '현대제철이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만드는 중심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아 공식 론칭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고 내진용 철강재에 관심이 높아진 데다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 의무가 강화되면서 브랜드가 효과를 발휘할 거라 판단한 것이다.


현대제철은 2005년부터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형강·철근·후판·강관 등 각 분야의 내진강재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그 결과 판매량은 2006년 400톤에서 2012년 50만톤, 2015년 100만톤에 이어 올해는 110만톤의 실적을 기대한다.
포스코 기가스틸로 만든 자동차 프레임 /사진=박찬규 기자
포스코 기가스틸로 만든 자동차 프레임 /사진=박찬규 기자

◆포스코 ‘기가스틸’

‘기가스틸’은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강한 포스코의 주력 철강제품이다. 원래는 ㎟면적당 100㎏의 하중을 견디는 1기가파스칼(㎬)급 강판을 뜻하지만 세계최초로 제품을 양산하며 포스코의 고유 브랜드가 됐다.

이 철강재는 10원짜리 동전 크기(1㎠)의 철로 무려 10톤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이 같은 기가스틸을 만들기 위해서는 망간, 실리콘 등 강화원소가 들어간 강판을 섭씨 800도까지 달군 다음 초당 120도를 식혀 강도를 높여야 한다. 이후 레이저용접과 전기코팅, 아연도금 등의 공정을 거치면 기가스틸로 태어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철의 강도를 높이면 지나치게 단단해져서 원하는 형태로 가공이 어렵다. 하지만 포스코는 독자 기술로 강도를 높이면서 성형성(연신률)을 개선한 기가스틸을 세계최초로 개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같은 이유로 ‘꿈의 강판’으로 불린다. 경량화와 원가절감을 함께 추구해야 하는 자동차제조사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첨단소재다.


철강재인 기가스틸은 면적과 두께가 같은 조건에서 알루미늄보다 약 3배쯤 두껍다. 하지만 강도가 훨씬 강한 만큼 두께를 줄이면 가볍고 튼튼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 원래 두께의 3분의1 이하로 줄여도 알루미늄 소재와 동등하거나 훨씬 가벼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자동차제조사 입장에선 재료비를 줄일 수 있으면서 기존방식으로 용접이 가능해 생산비도 함께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포스코는 기가스틸을 활용, 알루미늄이나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등 철의 영역을 넘보는 대체소재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로 만든 조형물. /사진=동국제강 제공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로 만든 조형물. /사진=동국제강 제공

◆동국제강 ‘럭스틸’

럭스틸은 동국제강이 2011년 철강업계 최초로 론칭한 컬러강판 브랜드다. 건축가들 사이에서 뛰어난 디자인과 높은 품질을 인정받아 주요 건축물에 채택되며 입소문을 탔다.

동국제강은 시장성이 떨어진 후판공장을 폐쇄하는 등 핵심역량을 한데 모으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인 ‘럭스틸’의 생산량을 늘렸다. 이 제품을 만드는 부산공장은 세계최대규모의 컬러강판 생산기지로 알려져 있다.


‘럭스틸’을 앞세운 동국제강의 컬러강판시장 점유율은 무려 40%로 이 분야 1위다. 컬러강판은 고급 건축자재 외 IT제품에도 다양하게 쓰인다. 특히 두께 3㎜이상, 폭 1600㎝규격의 고급 컬러강판을 생산하며 고층건물용 제품에서도 입지를 강화했다.

럭스틸은 유명 호텔과 대형 고층건물에 내외장재로 많이 쓰인다. 철의 강인함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세련된 디자인으로 구조체 역할도 가능하다.

럭스틸 브랜드 내에서도 ‘아키텍트 에디션’은 차별화된 품질을 제공한다. 마그네슘합금강판으로 내구성을 높였고 20년 이상의 워런티로 품질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가공과 시공까지 범위를 넓힌 게 핵심이다.

이처럼 철강회사들이 주력제품에 별도 브랜드를 쓰는 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단순히 회사 이름만으로 제품을 팔기가 어려워지니 타 업체와 차별화하는 요소로 개별 제품에 브랜드를 입힌 것이다.
고어텍스 아우터. /사진=고어코리아 제공
고어텍스 아우터. /사진=고어코리아 제공

철강업계 관계자는 “품질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브랜드를 내세우지 못했을 것”이라며 “개별 브랜드는 중국 등 저가제품과 차별점을 드러내면서도 제 값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돌파구”라고 전했다.

국내 한 대기업의 브랜드 매니지먼트 담당자는 “단순히 제품에 이름을 붙이는 것 말고 장기적인 활용방안을 통해 사용처와 함께 시너지효과를 노려야 한다”면서 “라이크라와 고어텍스처럼 브랜드가 특정 제품군의 대명사처럼 되려면 제품력은 물론 철저한 브랜드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