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지배구조 개편, ‘몰아주기 핵심축’ 상장?

CJ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한창이다. 최근에는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있던 조이렌트카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로써 CJ그룹 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대부분 벗어나게 됐다.

이런 가운데 CJ그룹 일감몰아주기 논란의 핵심축으로 남아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에 이목이 쏠린다. 이 회사는 상장을 하거나 지분 매각 등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안 업계를 뒤흔들었던 CJ헬로 매각설도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다. CJ그룹의 남은 계열사 처리 향방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 나서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이 조이렌트카를 국내 사모투자펀드(PE)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키로 했다. 매각가는 약 5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조이렌트카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CJ 회장을 비롯해 부인 김교숙 조이렌트카 회장, 아들 손주홍 대표 등 지분 전체를 손경식 회장 일가가 갖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매년 400억원 이상의 매출과 5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꾸준한 실적을 올렸다.

이처럼 CJ그룹이 알짜회사 조이렌터카를 매각한 것은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이렌트카는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헬로비전 등 CJ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가 매년 늘어나 2016년 말에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73%에 달했다.


매출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 계열사 중 오너일가 지분이 30%를 넘는 곳에서 내부거래로 매출의 12% 이상을 올리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대상이 된다.

국회에선 오너 일가 지분 기준을 20%로 낮추고 간접지배를 규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에는 지주회사가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할 자회사 지분을 20%에서 30%로 늘리고 자회사들의 손자회사 공동 지배를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CJ그룹은 국회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2월 CJ제일제당이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매각하기로 한데 이어 다음달에는 자회사 영우냉동식품을 흡수합병한다. CJ제일제당의 자회사인 CJ대한통운은 지주회사 CJ(주)의 자회사 CJ건설을 흡수합병한다. CJ오쇼핑과 CJ E&M도 합병한다.

CJ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마무리되면 CJ(주)는 더욱 간결한 구도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CJ(주)는 지난해 말부터 CJ제일제당에 CJ대한통운 지분 20.1%와 CJ건설을 양도하고 CJ제일제당 지분을 36.69%에서 44.57%로 늘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렇게 되면 CJ제일제당은 CJ대한통운 지분 40.16%를 갖게 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충족시키게 된다.

◆지배구조 개편 열쇠 쥔 'CJ올리브네트웍스'



이처럼 CJ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 수순을 밟는 가운데 남은 계열사 처리 문제가 관심을 모은다. 특히 비상장사 CJ올리브네트웍스 상장설이 부각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1995년 설립된 정보기술(IT)서비스 업체 CJ시스템즈가 모태다. 2014년만 해도 매출이 4213억원 수준이었지만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영과 합병하면서 연 매출 1조원대 회사로 커졌다. 2016년 자회사인 CJ파워캐스트에 광고영업 대행사인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흡수합병시킨 뒤 이 법인을 100% 자회사로 편입해 몸집이 더욱 커졌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1조38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9%, 순이익은 767억원으로 9.9% 증가했다. 핵심사업인 CJ올리브영이 국내 H&B(헬스앤뷰티)시장의 약 80%(매장 수 기준)를 차지하며 1위 자리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매장 수도 지난해 1000개 가까이 증가했다.

증권가에선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가치를 2조8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기업가치가 커질수록 일감 몰아주기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 딜레마로 작용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16년 기준 매출 1조5558억원 중 약 20%인 3086억원을 CJ그룹 계열사들을 상대로 올려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비상장사 20%․상장사 30%)이 된다.

이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날 방편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 IPO(기업공개)가 거론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를 상장해 구주매출 방식으로 오너일가 지분을 낮춤으로써 공정위의 칼날을 피해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함께 승계 작업 일환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 상장 후 CJ(주)와 합병하거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마케팅담당 부장 등 오너 일가 보유 지분을 지주사와 교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선호 부장(17.97%)을 비롯해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그룹 미주 통합마케팅담당 상무(6.91%), 이 회장의 동생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14.83%) 등이 지분 44.07%를 쥐고 있다.

◆CJ헬로 매각설 불씨 여전

한편 CJ헬로의 매각설도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다. 다만 CJ헬로가 최근 사업 강화에 나서면서 그룹차원에서 매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키우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룹 내부에선 CJ헬로의 몸집을 더 키워 제4이동통신사 시장에 진출하거나 다른 이통사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헬로의 최대주주는 CJ오쇼핑이다. CJ헬로가 CJ그룹 지배구조에 남게 된다면 사업 확장이 이뤄지고 그렇지 않다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CJ그룹이) 그간 계열사들을 합병하고 매각하는 작업을 거치며 지배구조 개편에 집중하고 있어 현재로선 당장 CJ헬로를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 “오는 8월 CJ E&M과 합병하는 CJ헬로 최대주주 CJ오쇼핑에 대한 (이 상무·이 부장 남매)지분 움직임에 따라 그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4호(2018년 4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