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의 끝없는 ‘갑을 분쟁’
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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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프랜차이즈업계 2위 bhc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를 광고비 횡령 및 필수공급품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관련 의혹에 대한 재조사에 나섰다. 양측이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는 바람에 싸움의 모양새가 진실공방으로 바뀌고 있다.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걸까. <머니S>가 엇갈리는 주장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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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bhc가맹점협의회 회원 300여명이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bhc 본사 앞에서 bhc 불공정구조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
bhc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들의 갈등이 표면화된 시기는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가맹점주들은 ‘전국bhc가맹점협의회’(1400여개 가맹점 중 1100여개 가입)를 만들고 가맹본부가 가맹점의 희생으로 얻은 이익을 독점하고 있다며 불공정관행 개선을 요구했다.
bhc는 지난해 매출액 2391억원, 영업이익 649억원으로 영업이익률 27%를 기록했다. 이는 업계 1위 교촌치킨(매출액 3188억원, 영업이익 204억원)보다 매출은 797억원 적지만 영업이익은 3배 이상 많은 실적이다. 업계 3위 BBQ치킨(매출액 2353억원, 영업이익 204억)과 비교해도 영업이익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전국bhc가맹점협의회는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영업이익률은 가맹점주 착취와 가맹본부의 폭리의 결과”라며 광고비 상세내역 공개, 납품단가 인하 및 원가공개 등을 요구했다.
이후 전국bhc가맹점협의회는 지속적으로 공정위 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지난 8월에는 관련 의혹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 bhc 가맹본부는 지난 6일 낸 입장자료에서 “부당한 광고비 수취 주장은 앞선 공정위 조사에서 충분히 소명됐고 광고비 횡령과 광고비 집행내역 비공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광고비·판매촉진비는 공시자료를 통해 누구나 확인이 가능한데 (전국bhc가맹점협의회의 주장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의심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가맹점에 공급하는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는 가맹본부의 노하우로 주문·제작한 것으로 타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절대 고가가 아니고 인터넷 최저가와 비슷한 가격대”라며 “공정위 조사에서 이미 소명된 건을 또다시 주장하는 것은 악의적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진정호 전국bhc가맹점협의회 회장은 “본사는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치킨 한마리당 광고비 200원과 가공비 200원을 받아가다 지난해부터 광고비를 신선육 가격에 포함시켜 우회해 가져간다”며 “가맹거래업법상(제12조6항) 광고·판촉비 일부를 가맹점주가 부담하면 가맹본부는 그 집행내역을 해당 사업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가맹점 사업자에게 통보해야 하는데 공정위 제재를 받고도 아직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머니S>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광고비 공개와 관련한 양측의 주장은 일부만 맞다. 공정위는 지난 5월 bhc 가맹본부에 대해 본사가 부담해야 할 가맹점주의 점포환경 개선비용 중 일부만 부담하고 가맹점주들에게 광고·판촉비 집행내역을 통보하지 않은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4800만원을 부과했다.
또한 bhc 가맹본부 주장처럼 공시자료에는 가맹점주들이 공개를 요구하는 광고·판촉비 세부집행내역이 빠져있다. 확인할 수 있는 건 연간 사용총액(지난해 기준 광고비 77억원, 판촉비 33억원)뿐이다.
다만 bhc 가맹본부는 지난해 5월부터 가맹점주용 누리집 팝업창을 통해 광고·판촉비 집행내역을 가맹점주들에게 공개했다. 지난 3월30일에도 지난해 광고·판촉비 내역을 같은 방식으로 다음날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내역은 팝업창의 ‘확인’ 버튼을 한번 클릭하면 다시 볼 수 없다. 진 회장은 “팝업창으로 광고비 집행내역을 공개했다는데 장사를 하려면 발주·계산 등을 위해 해당 사이트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 자세히 살피기도 전에 확인을 누를 수밖에 없고 나중에 한가할 때 보려고 하면 다시 볼 수 없다”며 “가맹거래법에 따라 가맹점주가 언제든지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제대로 확인한 가맹점주가 거의 없을 것이다. 왜 제대로 공개를 안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따졌다.
이에 bhc 관계자는 “가맹점협의회에서 주장하는 광고비 집행내역을 지난 3월31일 팝업창으로 공지했고 점주들이 확인을 눌러서 창이 사라진 건데 ‘못봤다’, ‘공개하지 않는다’ 등의 주장을 해 답답하다”며 “가맹거래법과 내부 방침에 따라 문제없이 조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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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30일 bhc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에게 광고비 집행내역을 팝업창 형태로 공개한다고 밝힌 공지문. /사진=전국bhc가맹점협의회 |
해바라기유는 bhc 가맹본부에서 ‘영업비밀’을 이유로 원가를 공개하지 않아 비싸게 공급되는 것인지 적정가격에 공급되는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 이 제품은 롯데푸드에서 bhc전용제품으로 생산해 가맹본부에 납품하고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에게 공급한다.
bhc 가맹본부는 필수공급품인 해바라기유 가맹점 공급가(6만7100원)가 인터넷 최저가 수준이라고 주장했지만 B2B(Business to Business)로 거래되는 전용제품은 시중에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가격도 롯데푸드와 bhc 가맹본부만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진 회장은 “해바라기유의 판매가격이나 품질을 문제 삼은 적은 없고 가격구조(마진)가 궁금할 뿐”이라며 “bhc 가맹본부는 가맹점에서 공급가격 인하를 호소할 때마다 ‘해바라기오일로 얻는 본사 이익은 미미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인테리어비용 분담과 광고·판촉비 집행 내역 미공개 문제를 조사하며 해바라기유 가격 문제도 살펴봤지만 다른 유통망에 공급되지 않는 전용제품이라 비교 가능한 정상가격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bhc 가맹본부 관계자는 “가맹점협의회 일부 집행위원들과 의견 충돌이 있는데 악의적 주장이 있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대화에 임하겠다”며 “본사에 특정공간을 비워 놓고 매월 정기적으로 협의회와 대화해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가맹점협의회는 상생을 위한 협의단체로 악의적인 의도가 전혀 없다”며 “협의회에 소속된 가맹점 모두 협의회활동을 하며 어떤 대가도 받지 않는다. 본사에서 협의회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사업의 성공을 위해선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상생이 중요하지만 bhc의 현재 상황은 상생과 점점 멀어지는 모양새다. 양측 모두 대화와 소통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평행선을 달리며 갈등의 골만 더 깊이 파이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58·5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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