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진다.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는 생활필수품 가격은 오르지만 가계수입은 오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고용상황은 계속 나빠져 서민들의 부담이 커졌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내년 1월부터 또다시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고 원자재값 상승세도 이어져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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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물가’, 제자리 ‘수입’

#. 2주에 한번씩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에 가서 네 가족이 집에서 먹고 쓸 식료품 및 생필품을 사는데 지난해까지는 10만원이면 장바구니를 어느 정도 채웠지만 요즘은 어려워졌어요. 아이들이 커가며 더 많이 먹기 시작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가격이 많이 오른 것 같아요. 외식비도 올라 나가서 먹거나 배달음식을 시키는 것도 줄이고 있어요. 남편 월급은 제자리걸음인데 물가는 계속 올라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매달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경기도 부천 거주 30대 주부 최모씨).

물가는 계속 오르고 수입은 제자리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3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교통·음식료품의 상승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상승했다. 올 1·2분기 각각 1.3%, 1.5% 오른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물가가 올해 내내 상승세를 이어간 셈이다.


특히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7% 상승했다. 생활물가는 구입 빈도가 높고 가격변동에 민감한 식료품·음료·주류·음식 서비스 등 141개 생필품 가격을 조사해 작성한다.

올해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도 1분기 104.0, 2분기 104.3, 3분기 105.0으로 지속 상승했다.


이 가운데 내년 최저임금 10.9% 인상(시급 8350원)을 앞두고 유통업계는 줄줄이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지난 11월1일 롯데제과는 일반 슈퍼마켓에 납품하는 ‘월드콘’의 소비자가격을 200원 인상했고 2주 뒤 해태제과도 ‘부라보콘’ 가격을 동일하게 올렸다.

농심은 지난 11월15일부터 스낵류 19개 브랜드의 출고가격을 평균 6.7% 인상했고 지난 11월19일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황금올리브치킨’, ‘자메이카 통다리 구이’, ‘써프라이드’ 등 3종의 가격을 1000∼2000원 인상했다.


커피 프랜차이즈업계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가맹점 수 기준 업계 1위 이디야커피는 12월부터 총 70여종의 음료메뉴 가운데 아메리카노·카페라떼·카라멜마키아또 등 가장 많이 팔리는 14종의 가격을 평균 10% 인상한다.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은 지난 8월부터 차례로 우윳값을 3~5% 올렸다. 이는 우유를 활용한 제품을 만드는 베이커리·외식업체의 관련 제품 줄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인건비, 원자재값, 임차료 등이 계속 올라 가격인상을 하지 않고서는 사업을 영위하는 게 힘들어 나온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격인상 요인이 많은 만큼 아직 가격인상을 단행하지 않은 업체 중에서도 가격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인상 요인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업계 전반에서 가격을 올리는 추세가 이어지는데 올릴 때 같이 올리는 게 비난을 덜 받기 때문에 추가로 인상에 나서는 곳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희망’ 사라진 내년 전망

반면 고용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통계청 ‘2018년 10월 고용동향’ 보고서를 보면 전체 고용률은 66.8%로 전년 동월 대비 0.2% 하락했고 실업률은 3.5%로 0.3% 상승했다. 올해 1~10월 평균실업률은 3.9%로 2001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최저임금에 민감한 도소매업(-10만명, -2.6%), 숙박·음식점업(-9만7000명, -4.2%) 등이 고용지표 악화를 견인했다. 가뜩이나 힘든 서민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가벼웠던 주머니가 더 가벼워진 것이다.

이런 상황은 내년에도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이 계속 늘어나고 나라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며 중견·중소기업들은 내년 채용 계획은 물론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700만 중소상공인들의 상황은 더 엄혹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기준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무보수로 일하는 무급가족 종사자(비임금 근로자)는 686만2000명이다. 이 중 자영업자는 568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줄었다. 특히 직원이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는 403만명으로 12만4000명(-3.0%) 줄었다.

이는 경기가 나빠지고 소비심리가 위축돼 한계에 달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었다는 뜻이다.

이윤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중소상공인희망재단 이사장)는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물가 상승세와 고용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저임금 인상률이 또다시 두자릿수고 누적된 인상 효과까지 나타나 그 영향이 물가와 고용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국내뿐 아니라 국외 환경도 불확실성이 커 기업인들이 내년 사업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고 채용도 주저하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 물가 상승) 지속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데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최하위 계층에 대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8호(2018년 11월28일~12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